• 현행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근 현대 부분이 식민지 시대의 제국주의 약탈에 대한 저항과 민중 민족주의만 강조해 자본주의가 발전한 근대의 모습을 배제하고 국제관계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과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모색을 표방하며 ‘뉴라이트’ 운동을 이끄는 ‘교과서 포럼(공동대표 박효종∙이영훈)’이 15일 ‘중∙고교 교과서의 한국 근대사 서술의 허구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4차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최문형 한양대 명예교수가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의 문제점:1850-1910년을 중심으로’를, 김재호 전남대 교수가 ‘국사 및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경제사 서술비판:근대를 중심으로’를 발표하고 토론이 이어진다.

    미리 배포된 논문에서 최 교수는 “한국의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는 감상적 민족주의와 민중지상에 도취되어 국익까지 소홀해지는 결과가 될까 걱정”이라며 “구한말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한 국제관계를 제대로 기술하지 않아 학생들에게 우물안 개구리식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심어줘서도 안되지만 국익을 위해서도 교과서는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역사 교과서들에 나타나는 ‘편제상의 불균형’과 ‘사실관계의 오류’ 문제를 거론한 뒤 “부끄러운 역사도 알아서 역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우리의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재해석, 재평가하는 작업도 물론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 밖에도 역사교과서가 갖는 문제점으로 ‘분명히 잘못된 사실’ ‘마땅히 써야 할 것을 외면한 사실’ ‘잘 알지 못해서 안 쓴 사실’ 등 역사의 전체상을 기술하는데 소홀했던 점을 거론하며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사건을 마치 별개의 사건처럼 분리 기술했고 그것도 모자라 시대 순서까지 혼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판단력이 아직 미숙한 학생들에게 편견과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심지어 교묘하게 증오심과 반미 감정까지 조장하고 있다”며 “교과서가 이지경이 된 데에 그 직접적인 책임은 우리 국사 학계와 한국 근현대사를 치세용으로 이용한 역대 정권에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전남대 김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중·고교국사 교과서’ 등이 “현대 사회의 기본구조가 형성되는 시기가 근대라는 자각없이, 현대 한국사회가 근대로부터 무엇을 이어받았는지 찾아보는 노력도 없이, 오로지 제국주의에 의한 수탈과 그에 대한 저항의 역사로 가득 채워져 있을 뿐”이라며 “현행교과서가 너무 쉽게 쓰여졌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한 “교과서의 서술이 현실의 진행에 비해 심각히 지체되어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며 “청소년기에 교육된 국사 교과서의 지식은 합의된 사실로서 수용되어 사회인의 상식을 형성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교과서 수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행 교과서는 자본주의 열강의 침략과 그 대응에 중점을 둔 나머지 교역의 이익과 시장의 합리성에 대한 경제학의 기초가 배제되어 있다. 서술의 편향성이 문제가 아니라 수탈을 증명하기 위해서 사실의 왜곡이 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대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대한 질문은 왜 식민지로 전락하였는가 하는 것”이라며 “근대사는 저항의 역사이지 학습의 역사가 아니기 때문에 교과서는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식민지시대를 약탈과 수탈의 역사만으로 본다면, 여기에 저항 외에 학습의 과정은 전혀 눈에 들어올 수 없다”며 “한국의 근대사가 저항만이 아니라 학습의 과정이었으며, 이러한 객관적인 자기인식을 통해서 생겨나는 겸손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와 서로에 대하여, 그리고 이웃나라에 대해 좀더 관대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1월 발족한 연구자들의 모임인 ‘교과서포럼’은 이날 발제와 토론에 앞서 '최근 교육부의 고교 근ㆍ현대사 교육 강화정책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