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2시42분 부터 3시2분까지 20분간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은 '쓰레기 장'이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 20분간 의원간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했고 과연 이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모습이었나를 의심케 할 만큼 한심한 작태를 연출했다.

    오후 2시 30분부터 대치해오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15분 뒤 열린당 의원들이 김원기 국회의장을 본회의장으로 입장시키면서 부터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열린당 의원들은 김 의장을 입장시키며 일제히 "의장님을 보호하세요"라고 외쳤고 45분 김 의장은 의장석에 앉아 회의를 속개했다.

    이때 한나라당 의원들의 아우성이 본회의장을 가득 메웠고 강재섭 원내대표는 "경위까지 동원하고 치사하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쳤다. 그러나 김 의장은 이런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원이 되었으므로 회의를 속개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곳곳에서 "김원기 내려와"라고 소리쳤고 이군현 의원은 "직권상정을 하려면 중간에 상임위 보고절차를 거쳐야 한다.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소리쳤고 전여옥 의원도 "내려와라 날치기를 반대한다"고 외쳤다.

    김 의장은 계속 의사진행을 이어갔다. 그는 "한 가지 양해말씀을 드리겠다. 효율적인 회의진행을 위해 의사일정 제5항인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먼저 상정하겠다"고 말했고 이때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등 여성 의원들은 "의장 내려와"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이어 열린당 정봉주 의원이 법안제안설명을 위해 단상으로 올라왔고 정 의원의 제안설명 도중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이 단상으로 뛰어올라와 정 의원의 발언을 막으며 양측의 격한 몸싸움은 또 다시 연출됐다.

    이때부터 여야 의원들간에 몸싸움은 물론 욕설과 주먹질이 오갔고 일부 의원들은 넘어지고 안경이 벗겨지는 등 본회의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 의원을 단상 아래로 끌어내리고 단상에 한나라당 권경석 공성진 이군현 주성영 의원 등 20여명의 의원들이 올라섰다. 이처럼 한나라당 의원들이 과격한 몸싸움을 시도하자 김 의장은 "부끄럽지 않아요"라고 소리쳤고 이때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은 의장석을 향해 제안설명서 등 각종 서류를 집어던지는 등 볼썽 사나운 모습이 이어졌다.

    김 의장은 법안제안설명을 할 수 없게 되자 "배포한 자료를 참고하라"며 제안설명을 생략했고 제안설명서 등 각종 서류를 의장석에 던진 이 의원을 향해 "어딜 국회 내에서 이렇게 행동을 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며 화를 냈다. 김 의장이 화를 내자 한나라당 의원들도 "사립학교법 원천무효"라고 소리치며 맞대응했고 김 의장은 2시 55분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표결에 붙였다.

    표결은 6분 여만에 끝났고 3시 1분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 의장은 3시 3분 산회를 선포한 뒤 국회경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고 한나라당 임태희 유승민 의원 등은 의사국장을 향해 "이리 나와"라고 소리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일방 통과되자 10여분간 "원천무효" "불법 대리투표" 등을 외쳤고 표결이 끝난 열린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본회의가 끝나자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이계진 대변인은 본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여당이 선점하고 있는 의장단 모습은 바위섬을 발견한 물개의 모습이었다. 슬프다"고 개탄했다. 이 대변인은 "우리의 사학을 무너뜨리려는 검은 의도를 본 날이었다. 사학법은 급진 과격세력에게 학교를 내주려는 음모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한 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김 의장을 향해 "당적없는 의장이 진행한 회의였지만 일방적으로 여당을 편드는 회의진행이었다"며 "정상적인 회의진행만 했더라도 부결됐을 것"이라고 비판한 뒤 "(의장은)찬성표가 충족될 때까지 기다렸고 혼란 중 다른 의원 버튼을 누른 사람도 있었다.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하고 투표당시 찍었던 사진판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은 이 같은 여야 의원들간 추태가 연출되는 동안 본회의장 뒤편에서 가만히 서 있었고 원희룡 최고위원도 본회의장 입구 옆에서 의원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