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막고 증시는 열었다감독의 빈틈, 시장의 통로창구는 갈랐지만 위험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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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는 때로 이상한 모양을 띤다. 은행에서는 같은 돈도 위험이라며 대출을 줄였지만, 증권시장에서는 두 배 레버리지 상품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됐다. 결국 돈은 막힌 길을 돌아 다른 문으로 들어갔다. 이번 '삼전닉스' 논란은 그 단순한 사실을 보여줬다.

    최근 몇 달간 금융당국의 최대 화두는 가계부채였다. 은행들은 총량관리 압박 속에 대출 문턱을 높였고, KB국민은행은 수도권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 낮췄다. 금융위원회는 연이어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어 은행권에 관리 강화를 주문했고, 신용대출을 통한 이른바 '빚투'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금융당국의 시선은 철저히 은행 창구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증시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는 개인 자금이 빠르게 몰렸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8조 22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유가증권시장 신용잔고도 처음으로 28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27조원 수준이던 신용융자가 불과 반년 만에 10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은행 대출은 조여졌지만 증시의 레버리지는 오히려 더 가파르게 커졌다.

    물론 주택담보대출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같은 상품이 아니다. 하나는 주거를 위한 금융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상품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이 관리해야 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위험이다. 둘 다 미래의 수익을 앞당겨 쓰는 레버리지라는 점에서는 본질이 다르지 않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키우지만 방향이 바뀌는 순간 손실도 배가된다. 결국 그 충격은 투자자의 계좌를 넘어 가계의 재무건전성으로 이어진다.

    시장도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의 순자산총액은 한때 17조 6000억원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15조원 안팎으로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대부분은 상장가 아래로 내려앉았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률이 훼손되는 '변동성 드래그'가 현실이 된 것이다. 여기에 신용융자와 미수거래까지 겹치면 작은 조정도 훨씬 큰 충격으로 증폭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늦게 위험을 인정한 곳도 금융당국이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제도 보완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금융감독원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들을 긴급 소집했고, 정치권에서는 상장폐지 주장까지 나왔다. 위험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된 뒤에야 대응이 시작된 셈이다.

    물론 지금 와서 상장폐지가 해법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미 투자한 사람들에게는 손실을 확정짓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ETF 하나를 없앨 것이냐가 아니다. 은행에서는 같은 레버리지를 위험이라며 규제하면서, 증권시장에서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허용했던 감독의 기준이 과연 일관됐느냐는 질문이다. 리스크 관리의 출발점은 상품의 이름이 아니라 위험의 크기여야 한다.

    금융은 물과 닮았다. 막으면 다른 길을 찾아 흐른다. 은행에서 막힌 돈은 증권시장으로 흘렀고, 그 끝에는 삼전닉스가 있었다. 창구를 나눈 것은 감독이었지만, 위험은 처음부터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