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회의서 "국민통합은 생존의 문제" 역설"다름과 차이 인정, 포용·통합의 길로 나가야""말 위에서 천하 얻어도, 말 위에서 통치 불가""국민통합 하려면 집권논리·국정철학 초월해야"
  • "가진 자, 힘이 있는 쪽에서 먼저 양보하고 손을 내밀 때 통합이 시작됩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위촉·당연직 위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전체회의를 개최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의 '일성'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정치권에선 선거를 앞두고 분열과 갈등으로 국민 모두가 지쳐 있는 이때 '공동체 정신'과 '대화합'을 강조한 이 위원장의 제언이 '국민통합'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위원장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제20차 전체회의에서 "국민통합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나, 우리는 IMF,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수없이 많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두 하나가 돼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며 "특히 재작년 말 헌정질서가 송두리째 파괴될 절체절명의 기회에도 우리는 하나가 돼 국민의 높은 의식 수준으로 이를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역설했다.

    국민통합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7대 종단 지도자, 정치권, 사회 각계의 원로, 사회적 약자를 두루 찾아 다니며 그분들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저간의 행보를 되짚은 이 위원장은 "그분들은 한결같이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과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셨다"며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등장하는 한 격언을 소개했다.
  • 이 위원장은 "역사서 사마천 사기에 보면 '태산불양토양(太山不讓土壤)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라는 말이 있다"며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높아질 수 있었고, 큰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였기에 그렇게 넓고 깊어질 수 있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명언은 사기 중 이사(李斯)열전에 나오는 말로, 진나라 진시황 시절 타국 출신들이 득세하면서 이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초나라 출신 이사가 "진나라 출신만을 우대한다면 앞으로 천하의 인재들은 진나라에 등을 돌릴 것이고, 결국 나라에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왕에게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위원장은 "국민 한 분 한 분이 지닌 다양한 이념과 가치관을 존중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할 때 대한민국이라는 큰 틀의 집은 지어지리라고 저는 보고 있다"며 "이 자리를 통해 국민통합위원회는 작지만 큰 한 걸음 한 걸음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고, 국민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듣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경청과 소통의 가치, 현장에 기반한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오해를 이해로 바꾸고 사회의 해묵은 갈등을 완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한 이 위원장은 "미래 세대인 청년의 의견을 놓치지 않겠다"며 "사회적 약자의 한숨과 눈물을 담아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국민통합을 이뤄 내겠다"고 다짐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께서는 SNS를 통해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통합이라고 하시면서 대통령이 된 순간부터는 국민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셨다"며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고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도 하셨다"고 거론했다.

    이어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불태울 수 없다는 말씀도 하셨다"며 "이는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국민통합의 방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해석한 이 위원장은 "저는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다'는 고사를 인용하면서 '이제는 말 아래로 내려오실 때'라고 한 바 있다"며 "다시 말씀드려서 집권 논리를 떠나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이 위원장은 "제대로 된 국민통합, 진정한 국민통합이 되려면 집권 논리뿐만 아니라 때로는 국정 철학까지도 뛰어넘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라며 "이제 국민통합은 구호가 아니다. 정치적 수사의 대상도 아니다. 실천이고,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 이날 위촉·당연직 위원, 경청통합수석 등 약 80명이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국민통합위원회는 "다름의 인정과 존중을 기반으로 '국민 대화의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위원 수를 기존 39명에서 70명 이내로 대폭 확대했다"며 "정부위원(장관급)도 기존 10개 부처에 7개 부처를 추가하고, 국민생활과 밀접한 지방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4대협의체 대표자를 위원으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국민통합위원회는 기존의 학계·전문가 중심의 하향식 정책대안 도출에서 탈피해 국민과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토대로 사회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에 '함께 만드는 국민통합,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4대 분야 12개 핵심과제를 중점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먼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원회를 5대 사회갈등(정치·이념, 양극화, 지역, 세대, 젠더) 전담 대화기구로 혁신하고 △사회갈등 의제부터 해결 대책까지 논의과정 전반에 국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상호 이해와 공감에 기반한 합의를 도출해내는 '현장형 국민대화'를 제도화하기로 했다.

    또 국민통합위원회는 △국민이 국민대화 진행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의제 제안 건수, 토론 횟수, 참여자 수, 대화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우수사례는 공유해 통합의 가치를 확산하기로 했다.

    이어 △5대 사회갈등에 대한 상황 분석 및 정책 개발을 위해 민·관 연구기관과 견고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정기적 실태조사를 통해 갈등 상황 및 사회통합 수준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를 추적 연구하는 한편 △국민통합 지수(K-NCI)를 개발해 사회갈등 수준을 면밀하게 진단·분석하고 △AI 기반 국민통합 소통플랫폼(가칭OPEN통통)을 도입해 현장형 국민대화 시 온라인 참여 및 갈등이슈 발굴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국민통합 가치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함께 참여하고 실천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해 현장형 국민대화의 주요 결과와 성과를 공유하며 △국민통합 주간 운영, 국민참여 통합 프로젝트 공모, 대국민 캠페인 등을 통해 국민통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기로 했다.
  • [사진 제공 = 국민통합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