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서 故 안성기 영결식 열려최휘영·유인촌·임권택·설경구 등 참석 장남 안다빈 작가, 유족 대표 감사 인사
  • ▲ 서울 중구 충무로 서울영화센터에 마련된 故 안성기의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중구 충무로 서울영화센터에 마련된 故 안성기의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 아들 다빈아,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9일 오전 '국민 배우' 안성기(74)의 영결식이 열린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고인이 아들에게 쓴 편지가 낭독됐다. 작성 시점은 1993년 11월, 고인의 장남인 안다빈 씨가 다섯 살 때였다. 

    이날 유족을 대표해 "하느님 품으로 떠나신 아버님을 배웅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인 안씨는 "사전에 협의되지는 않았지만 하나 준비한 것이 있다"며 고인의 서재에서 찾은 오래된 편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안씨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제가 다섯 살 때쯤 그림을 그리면 (아버지가) 편지를 써 주셨던 유치원 과제가 있었다"며 "저에게 주신 편지이긴 하지만 모두에게 남기고 가신 메시지인 것 같아서 한 번 읽어보겠다"고 밝혔다.
  • ▲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故 안성기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아들 안다빈 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연합뉴스
    ▲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故 안성기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아들 안다빈 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연합뉴스
    고인은 이 편지에서 "다빈아, 네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던 날, 아빠를 빼어닮은 주먹보다 작은 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빠는 눈물을 글썽거렸지. 벌써 이만큼 커서 의젓해진 모습을 보면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빈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한다"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꼭 지킬 줄 알며, 실패나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남자는 야망과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며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말고 끝없이 도전해 보거라. 그러면 네가 나아갈 길이 보인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동생 필립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쁘게 생각하고, 함께 기도할 줄 아는 형이 되거라"고 말했다.
  • ▲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故 안성기의 영결식에서 배우 정우성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 연합뉴스
    ▲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故 안성기의 영결식에서 배우 정우성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 연합뉴스
    배우 정우성은 추모사를 통해 고인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정우성은 ""제가 선배님께 처음 인사드릴 때 선배님께서 제게 건네주신 인사말을 또렷이 기억한다"며 "마치 오랜 시간 알고 지낸 후배처럼 온화한 미소로 제 이름을 불러주셨다"고 상기했다.

    이어 "선배님과 촬영을 위해 5개월을 함께 보냈는데, 그 온화함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가늠할 수 없는 품위와 철학이 담겨 있었다"며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는 배려와 자신을 앞세우지 않은 겸손과 절제, 타인에 대해 배려는 당연시하고 자신에 대한 높임은 부담스러워하고 경계하셨다"고 되짚었다.

    또한 "선배님께선 배우 안성기를 넘어 시대를 잇는 '영화인 안성기'로서 스스로 책임과 임무를 부여하신 것 같고, 이에 당신 스스로에게 엄격하셨던 것 같다"며 "그 엄격함은 곁에서 보기만 해도 너무나 무겁고 버거웠고, 때론 한없이 고독해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 ▲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故 안성기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 / 연합뉴스
    ▲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故 안성기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 / 연합뉴스
    그러면서 "선배님께선 제게 철인이셨다"며 "지치지 않는 정신으로 확고한 가치관을 온화한 모습으로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행동하셨다"고 추어올렸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장례 미사와 영결식에는 최휘영 문화체육부장관을 비롯해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 임권택 감독, 배창호 감독, 이준익 감독, 배우 정우성, 이정재,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 정준호, 한석규, 안재욱, 현빈, 한예리, 오지호, 변요한 등 수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은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해 장지인 양평 별그리다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고인은 지난 5일 오전 9시 향년 7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재발해 투병 중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30일 음식물이 기도에 걸려 쓰러진 후 병원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6일을 지내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 ▲ 9일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가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故 안성기의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 연합뉴스
    ▲ 9일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가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故 안성기의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 연합뉴스
    1952년 경상북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해 60여 년 동안 약 20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활동 기간 '바람 불어 좋은 날' '깊고 푸른 밤' '칠수와 만수' '고래사냥' '투캅스' '실미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 스타' 등 숱한 명작에 출연하며 '국민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고인은 암 투병 중에도 왕성한 연기 활동을 벌였다. 첫 암 진단을 받은 해, 영화 '사자' '광화문'에 출연한 고인은 이후에도 '종이꽃' '아들의 이름으로' '카시오페아' '한산: 용의 출연' '탄생' '노량: 죽음의 바다' 등에 출연하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대종상영화제·청룡영화제·아시아태평양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고인은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스크린쿼터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지내며 영화계 권익 보호에도 앞장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일 고인에게 문화훈장 최고 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 ▲ 9일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故 안성기의 장례미사가 끝난 뒤 가족과 동료 배우들, 시민들이 고인을 배웅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 연합뉴스
    ▲ 9일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故 안성기의 장례미사가 끝난 뒤 가족과 동료 배우들, 시민들이 고인을 배웅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