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옥. ⓒ뉴데일리DB
    ▲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옥. ⓒ뉴데일리DB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당장 이달 중순 추가 주택공급대책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핵심역할을 할 사장직도 공석인데 어제 부사장의 사의표명으로 '대행의 대행' 체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사장후보로 추천된 3명의 내부인사에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사장공모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실상 외부인사 영입이 기정사실화되자 매정권 초마다 반복되는 '낙하산·코드인사'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 사례처럼 정부가 친여성향 정치인이나 청와대 측근출신 비(非)전문가를 수장으로 내리꽂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우려대로 비전문가가 LH 지휘봉을 잡는다면 공급대책을 비롯한 추가 부동산대책들도 '산'으로 갈 공산이 크다.

    부동산시장은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띠고 있다. 이같은 시장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 없이 공공주택 공급 등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간 시장왜곡만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시점에선 비전문가 영입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사장인선과 관련된 대략적 타임라인을 그려보면 이렇다. LH 사장선임은 LH내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재정경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이를 심의·의결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을 제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하면 최종적으로 사장선임이 이뤄진다.

    지난해 10월말 이한준 전사장의 사표가 수리되자 LH는 바로 신임사장 공모절차에 돌입했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의 '10년 지기'로 알려진 이헌욱 변호사(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중도하차했고 전현직 LH 임원 3인이 최종후보로 압축됐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안건은 지난달 23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내부인사로만 꾸려진 후보명단이 청와대 의중과 어긋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지난달 12일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장 직무대행이던 이상욱 LH 부사장에게 "외부에 훌륭한 사람이 없어 내부사람중에서 사장 뽑기로 했나"라고 직격타를 날린 바 있다.

    결국 LH로선 청와대 입맛에 맞는 외부인사를 주축으로 후보군을 다시 추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통상 최종선임까지 2~3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추후 발표될 공급대책은 LH 사장 공석상태로 초기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안 추진이 첫발부터 꼬일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일각의 우려대로 정치인이나 대통령 측근 등 비전문가 수장이 온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통상 새정부가 출범하면 정책에 강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정부·여당과 합이 잘 맞는 인사를 공공기관 수장으로 앉힌다. 매정권초마다 코드인사 논란이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도 초대 국토부 장관에 '친명(친 이재명)'계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앉히면서 비전문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물론 부동산 관련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이라면 정계 내외부 친분과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LH 사장은 얘기가 다르다.

    현재 LH에는 공공주택 '직접시행'이라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지만 내외부상황이 녹록치 않다.

    서리풀지구 등 공급후보지 곳곳에선 공공주택 위주 개발방식에 반대하는 주민여론이 확산되고 있고 직접시행방식에 대한 건설사 등 업계 거부감과 의구심도 상당하다.

    당장 서울 주변으로는 주택을 지을 부지가 충분치 않은데다 주요 공급방안으로 꼽히는 도심내 유휴부지 개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도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더욱이 앞서 언급했듯 부동산시장은 여러 시장주체가 복합적으로 연결돼있어 시장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도 높은 전문가만이 얽히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다.   

    친 정권인사의 '까라면 까'식 정책행보는 원활한 주택공급 및 시장안정은커녕 지역사회·주민 반발과 수요·공급 불균형, 집값 양극화 같은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새정부가 숱한 낙하산·코드인사 논란 속에 '부동산 실패'라는 오명만 남긴 문재인 정부 전철을 밟지 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