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기획초청 Pick크닉' 창작공동체 아르케·공놀이클럽 선정
  • ▲ 연극 '셋톱박스' 공연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 연극 '셋톱박스' 공연 사진.ⓒ창작공동체 아르케
    국립극단이 '2026 기획초청 Pick크닉'으로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셋톱박스'와 공놀이클럽의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를 초청하며 새해 문을 연다.

    '기획초청 Pick크닉'은 우수 연극의 레퍼토리화를 돕고 한국 연극의 세계화를 견인할 대표작의 탄생을 이루고자 국립극단이 2023년부터 진행해 온 민간극단 교류 및 정기 초청 사업이다. 겨울과 여름 시즌 동안 초청작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명동예술극장의 공연장 제반 시설과 무대 사용을 제공한다. 

    지난해 평균 객석점유율 97%를 기록하면서 매진 행렬을 이어왔다. 민간극단이 제작하거나 대학로 등지에서 발현한 뛰어난 창작극이 초연에 그치지 않고 레퍼토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방증이다. 500석 규모의 명동예술극장으로 옮겨오면서 작품성이 보장된 연극은 극장을 충분히 가변시킬 수 있다는 공연예술의 유연성도 증명했다. 

    만물의 근원과 본질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르케(arche)'를 이름의 어원으로 둔 창작공동체 아르케는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연극적 사유를 통해 무대화한다"는 창작 신조로 18년간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연출과 소속 배우들의 활발한 공동창작 작업으로 부조리한 현대 사회 속에 결핍으로 드러나는 인간 본능을 그려내는 작품들에 탁월한 예술성을 발휘한다.

    오는 23일~2월 1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셋톱박스'(작·연출 김승철)는 현대인의 부조리한 자화상을 비추는 작품이다. 2020년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공모 수상작으로, 작·연출을 맡은 창작공동체 아르케 대표 김승철이 직접 겪은 실화가 드라마의 토대가 됐다.

    극 중 시청한 적 없는 TV 요금이 청구되자 주인공 '남자'는 통신사에 전화를 건다. 기록만으로 판단하는 통신사 시스템에 부단히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는 처절한 절망감과 동시에 요란한 복통을 느낀다. 작품은 비대면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체성에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모던하고 세련된 극적 형식도 주목할 만하다. 소위 '고전의 아르케식 해석'으로 대변되는 현실 반영의 리얼리즘과는 또 다른, 색다른 면모다. '셋톱박스'는 실시간 라이브 영상을 활용하고 독특한 구도의 장면 해석으로 현실의 드라마가 초현실적 무대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공연 사진.ⓒ공놀이클럽
    ▲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공연 사진.ⓒ공놀이클럽
    영어덜트 연극의 대표주자 공놀이클럽의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구성·연출 강훈구)가 2월 6~14일 전회차 열린 객석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한국 최초의 어린이 공동창작 연극으로, 제61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했다.

    공놀이클럽은 "공놀이하듯 연극한다"라는 연극 철학으로 동시대의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왔다. 우리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진실한 감수성의 놀이터를 표방한다. 인간 내면의 진실을 유머와 경쾌한 리듬으로 그려내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연극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오디션부터 배우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대본 개발까지 어린이 배우들의 공동창작 작업이 이뤄졌다. 어린이들의 고민과 생각을 담은 희곡은 정형화된 어린이청소년극의 틀을 깨고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 어린이들이 던지는 생생한 질문과 낯선 세계를 보여준다. 

    연극의 제재가 되는 '오감도(烏瞰圖)'는 시인 이상이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 15편의 연작시이다. 원래 30편을 계획했으나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는 독자의 항의가 빗발쳐 연재가 중단됐다. 강훈구 연출은 굳이 오감도를 해석하지 않고 '질주한다'는 싯구를 그대로 차용해 무대 위 행동으로 옮겼다.

    어린이와 어른 배우들은 어수선하고 시끌법석하게 무대 위를 질주하며 무섭고 두려운 것들을 읊는다. 태어나는 것부터 나이 드는 것까지 부모, 친구, AI, 꿈, 전쟁, 나 자신 등 세상은 무서운 것 천지다. 어린이 배우의 욕망과 두려움이 투영된 무대는 지극히 현실적인 어린아이들의 생각과 삶을 보여주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는 열린 객석으로 운영된다. 공연 중간 자유로운 입·퇴장이 가능하고 관객이 소리를 내거나 좌석 내에서 몸을 뒤척여 움직일 경우에도 제지를 최소화한다. 극장 환경에 관객이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음향과 음악 효과를 부드럽게 조정하고 객석 조명도 어둡지 않게 유지한다. 명동예술극장 1층과 4층에 마련된 관객 휴식 공간은 공연 중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자신들만의 뚜렷한 창작 정체성과 예술 신조를 지니고 연극의 본질을 깊이 고민하는 창작단체들의 작품이 새해 명동예술극장의 첫 막을 올린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국립극단은 앞으로도 한국 연극의 자아를 보여줄 수 있는 굳건한 연극들을 무대에 담아내고자 한다"고 초청 사유를 밝혔다.

    '2026 기획초청 Pick크닉'은 국립극단 누리집과 놀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