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 후폭풍냉기류 지속…양국 정상 접촉 불발
  • ▲ 지난달 31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 지난달 31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한 이후 촉발된 중일 갈등이 국제 외교무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23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푸총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대만 문제에서 무력 개입의 야심을 표명해 공공연하게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했다"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그는 지난 18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연례 토론에서도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며 대만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언급한 뒤, 중국 측의 비판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리쑹 오스트리아 빈 주재 중국 국제기구 상임대표도 지난 2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일본이 군국주의의 길을 다시 걸으려 한다면 국제사회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 3원칙' 재검토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일본이 민간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양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다카이치 내각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할 의사를 보인 데 대한 비판이다.

    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서방국가 의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는 20일 성명을 통해 "대만해협의 긴장에 수반되는 위험에 경종을 울렸으며 지극히 정당하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옹호했다. 

    중일 간 신경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마이니치신문은 "리 창 중국 총리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회담한 뒤 중국 외교부는 남아공이 대만 문제에 관해 중국 입장을 지지했다고 어필했다"며 "중국은 G20 무대를 활용해 신흥국 등의 지지를 과시하며 다카이치 내각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가 이번 회의 기간 중 접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NHK는 단체 사진 촬영 시간에 다카이치 총리가 옆에 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이재명 한국 대통령에게 다가가 악수하는 모습은 포착됐지만, 리창 총리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관련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리창 총리와 다카이치 총리의 회담은 애초부터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중국을 상대로 대화는 열려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긴장 완화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며 "일본은 국제회의에서 중국을 염두에 두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의 원칙을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