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장동 항소 포기' 비판 검사장→평검사 인사 검토검사장 2명 전날 사의 표명…檢 수뇌부 '엑소더스' 조짐민주당, "검사장들 사표 수리 안돼…징계 강행해야"법조계 "검사장 집단 인사 강등, 상당히 이례적""항소 포기 지휘 자체가 위헌…檢의 의견 개진, 위법 아냐"
  • ▲ 박재억 수원지검장. ⓒ연합뉴스
    ▲ 박재억 수원지검장.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급 간부들이 잇따라 검찰을 떠났다.

    항소 포기를 비판한 검사장들에게 '항명'이란 명분을 덧씌워 평검사로 강등하는 징계 처분을 검토한다는 법무부 방침에 반발해 검복을 벗어던진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사들의 '엑소더스'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검사장들의 항의성 사퇴에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이 더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검사장들의 사퇴를 막고 징계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겁박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윗선이 암묵적으로 대장동 항소 여부에 관여한 것은 위헌·위법하기 때문에 검사장들의 의견 표명을 징계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 검찰. ⓒ뉴데일리 DB
    ▲ 검찰. ⓒ뉴데일리 DB
    ◆ '대장동 항소 포기'에 의견 낸 검사장들 줄사퇴 … 檢 '엑소더스' 시작되나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상세 설명을 요구한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검사장 집단 성명의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송강 광주고검장도 이날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고위 간부들의 추가 퇴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법무부가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전원을 평검사로 인사 조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이다.

    박 검사장은 지검장 중에서 가장 고참이며 송 고검장은 고검장급 3명 가운데 한 명이다. 박 지검장은 이번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받아왔고 송 고검장의 경우 지난 윤석열 정권 당시 업무처리를 놓고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를 받은 바 있다.

    앞서 박 지검장과 송 고검장은 지난 10일 검사장 18명 명의의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당시 검사장들은 입장문을 통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고 지적했다.

  • ▲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민주당 "검사장들 사표 수리 안돼 … 징계해야"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한 검사장들의 항의성 사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사장들의 항명성 사퇴가 지극히 선택적"이라며 "검찰의 수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과 지금의 상황을 대비하면 더욱 극명하다"고 썼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항명의 집단 조직적 항명의 기본은 왜 검찰청을 폐지하느냐 왜 수사권을 뺏어가려 하느냐 거기에 대한 반발"이라며 "주동자에 대해서는 분명한 감찰과 감찰 결과에 따른 징계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도 이날 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두 검사장의) 사퇴를 수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징계 절차를 밟아서 한 집단 항명에 대해, 그것을 추동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출근길에서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출근길에서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법조계 "민주당의 검사장들 겁박은 명백한 직권남용 … 징계 자체가 위헌"

    검찰 관례상 한번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검사들은 이후 인사에서도 계속 대검검사급 보직을 맡아왔다. 법조계에선 차장·부장검사들이 맡는 보직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이례적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특검 특별수사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과거에 한두건 있었을 수 있겠지만, 검사장을 평검사로 강등하게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항소 포기 자체도 이례적이기 때문에, 만약 검사들이 징계 처분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위법 징계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이 '법무부가 검사장들 사표 수리를 받지 말고 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아직 남아 있는 검사장들을 겁박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무부 장관과 소위 '용산'은 수사 지휘를 내린 적이 없다고 하는데, 검사장들의 항명을 징계하겠단 것은 수사 지휘가 있었단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며 "수사 지휘가 있었다면, 그 내용이 위헌적이기 때문에 검사들이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민주당은 지난해 계엄 당시 명령에 불복한 경찰과 군인들에 포상을 내리지 않았느냐"며 "대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국가공무원법 66조에서 금지하는 집단행위는 '공익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아주 제한적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도 과거 전교조에서 교육부 정책에 반발하는 집단 성명서를 낸 것에 대해 '교육 전문가로서 교육 정책에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는 해석을 한 바 있다"며 "그렇다면, 수사와 공소 유지 전문가들인 검사장들이 의견 개진을 한 것 역시 '금지되는 집단 행위'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사장들의 사퇴 행렬이 이어지면 검찰이 현재 수사·공소유지 중인 사건들의 '수사 공백 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가 쉽사리 징계 처분을 결정하지 못하는 데에는 향후 수사 공백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가시화할 때 정치적 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