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속 국내 투자 축소 없다' 총수들 응답삼성 "5년간 매년 6만 명 채용" … 국내 투자 확대SK "용인 팹 600조 " … 현대차 125조·LG 100조한화·HD현대, MASGA·핵잠 등 방산 연계셀트리온, 송도·오창·예산 4조 투자 … R&D 1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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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대미 5000억 달러(정부 3500억 달러·민간 1500억 달러) 투자 추진 속에 국내 투자와 일자리 위축 우려를 거론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반도체·전기차·AI·조선·바이오 전 분야에 걸친 대규모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 계획을 일제히 제시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으나,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방어를 아주 잘 해낸 것 같다"고 자평하면서도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을 하는데, 그런 걱정을 하지 않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런 일이 없도록 저희 삼성은 국내 투자 확대, 청년의 좋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벤처기업과의 상생도 더더욱 노력하겠다"며 "지금 경제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은데, 지난 9월에 약속드린 대로 향후 5년간 매년 6만명씩 국내에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이어 "R&D(연구개발)도 포함해서 국내 시설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며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서는 "저희가 짓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짓는 걸 원칙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최태원 SK 회장은 "SK그룹도 국내 투자와 고용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라며 반도체·AI(인공지능) 투자와 고용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원래 저희는 28년까지 128조 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었지만,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 등으로 해서 투자비가 계속 증가, 만지면 만질수록 계속 달라지고 있다"며 "대충 추산컨대 저희 용인 팹(fab)만으로도 600조 원 정도쯤의 투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팹 짓는 속도가 좀 더 빨라진다고 생각하면 2029년까지는 최소 매년 1만4000명에서 2만 명까지의 고용 효과가 이뤄질 수 있다"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 양산 타당성을 검증하는 어드밴스 테스트베드인 '트리니티 팹'(Trinity fab)을 정부와 함께 8600억 원을 투자해서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국내 AI, 로봇산업 육성, 그리고 그린에너지 생태계 발전을 중심으로 2026~2030년 매년 25조 원씩, 5년간 총 125조 원을 국내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국내 R&D 투자 그리고 기존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지속 강화에 39조 원,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와 AI 반도체, 수소에너지 등 미래 신사업 역량 확보에 50조 원, 시설·설비 등 미래 제조 생산 환경 변화 대비에 36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정 회장은 올해 7200명이던 채용 규모를 SDV와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내년에는 1만 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나아가 관세 부담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 협력사를 위해 2025년 금년 부품 협력사들이 부담하는 대미 관세를 소급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예정된 100조 원의 국내 투자 중에서 60%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기술 개발과 확장에 투입해 소부장 협력사들과 함께 경쟁력을 높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한화와 HD현대는 최근 한미 간 합의한 원자력추진잠수함(핵잠)·마스가(MASGA·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조선·방산 분야의 대미 투자를 국내 조선·기자재 일감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화는 글로벌 잠수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거제 옥포조선소를 확장 중이며, 미국에서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적인 조선 사업 시설 확장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돼 가고 있다"며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조선업이 지금도 세계 최고의 수준이지만, 앞으로 지금보다 한 단계가 아닌 두 단계, 세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언급했다.이어 "필리조선소에 약 50억 달러, 7조 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 조선소 인수와 신규 조선소 건설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면서 "미국 조선 시장에 대한 투자는 국내 생산 기반이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국내 조선 사업과 기자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오션이 최초로 수주한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은 부산, 경남 16개 중소 조선소 및 협력업체와의 컨소시엄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국내 투자 계획과 관련해 "향후 5년간 약 15조 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계획"이라며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분야와 기계·로봇 사업에 절반 이상인 8조 원을, 조선해양 분야에도 7조 원을 투입해서 디지털 전환과 생산 자동화 기술 적용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 수석회장은 "현재 중국의 세계 조선산업 지배력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 조선업 재건 사업은 저희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지난 8월 대통령 방미 기간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공동 투자 플랫폼으로 약 50억 달러 규모의 마리타임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내년부터 미국 조선소 인수 및 업그레이드, 첨단 선박 개발 및 건조, 조선 기자재 공급망 확충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미국 최대의 방산 조선소인 '헌팅턴 잉글스'와 미국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공동 건조를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미국 내 공동 건조를 위한 조선소 설립도 협의 중이고, AI 방산 기업인 안두릴과 미 해군 무인함정 제작을 위한 설계 협력이 진행 중"이라며 "대미 협력 확대를 통해 미국의 조선산업 기반을 점진적으로 확충하는 과정에서 미국에서만 더 하는 게 아니라 한국 국내 조선산업도 상호 호혜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미국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미국 공장 투자와 함께 국내 설비·R&D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국내는 송도와 충청북도 오창, 충청남도 예산에 3년간 4조 원을 시설 투자한다. 그래서 송도, 오송, 오창에 밸런스를 맞춰서 할 생각"이라며 "지금까지는 해마다 6000억 원을 R&D 비용으로 썼는데, 내년부터 8000억 원 정도를 쓴다. 아마 후년쯤 되면 R&D 비용이 1조 원을 넘어갈 텐데, 그러면 글로벌 상위 제약회사의 R&D 규모랑 맞는다"고 밝혔다.이날 회의에서 각 그룹 총수들은 관세 15%·대미 대규모 투자라는 구조 변화 속에서 국내 투자·일자리·조선·방산·바이오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확대할지에 대한 숫자와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