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저쪽이 '지우려는 것' 지우기 어려워 부대꼈다" 토로윗선의 '항소 포기' 압박 시인여야 모두 특검 주장 … 조사 대상·목적 달라 정성호 "국회의 결단따라 특검 수용하겠다"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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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대장동 개발 비리 항소 포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수시로 많이 부대껴왔다. 조율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고 밝히면서 현 정부의 수사외압에 부담을 느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노 대행에게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몇 개의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밝혔는데 이게 사실이면 항소 포기를 종용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신중히 판단하라"고 의견을 전달했는데 이 역시 항소 포기 종용으로 들린다.
지금까지의 정황만 봐도 법무부 장·차관에 대한 공수처나 특검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이재명 대통령 이름이 등장한 권력형 부패사건이고 검찰 항소 포기로 대장동 비리세력들에 천문학적 범죄수익을 합법화해줬기 때문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 등 항소포기 외압에 저항한 공직자들을 상대로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항소 포기 과정에서의 진실을 밝히고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특검이 첫 열쇠가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표 낸 노만석 "저쪽이 '지우려는 것' 지우기 어려워 부대꼈다"
노 대행은 사의를 표명한 지난 12일 저녁 서울 강남구 자택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 정권이 기소해놨던 게 전부 다 현 정권 문제가 돼버리고 현 검찰청에서는 '저쪽'에서 요구사항을 받아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저쪽에서 지우려고 하고 우리(검찰)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시로 많이 부대껴왔다. 조율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저쪽'은 현 정권을, '지우려는 것'은 이 대통령 관련 형사 사건을 각각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권의 수사외압에 부담을 느껴 나름대로 검찰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밝힌 것이다. 검란을 불러일으킨 항소 포기 결정에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그는 "제가 빠져줘야 (검찰 조직이) 빨리 정착 된다고 생각해서 빠져 나온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는 '잘못한 게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서 조직에 득이 될 게 없다 싶어서 이 정도에서 빠져주자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개월 동안 차장을 했던 것이 20년 동안 검사생활한 것보다 더 길었고 4일 동안 있었던 일이 4개월보다 더 길었다"며 "어제는 퇴근 전까지 천번 만번 생각이 바뀌었다"고도 토로했다.
◆법무부 장·차관 항소 포기 종용 의혹 … 직권남용죄 성립
실제 정성호 장관은 1심 판결 선고 당일을 비롯해 총 3차례 항소 관련 보고를 받았고 "(항소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노만 대행은 "법무부에서 항소 포기에 대한 여러 우려를 전달해 왔고 (항소 만료일) 오후 8시쯤 법무부에서 항소하면 안 된다는 연락이 왔다. 용산과 법무부는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검찰청법 제8조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나 공판에 대해 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다른 법률 규정은 없다. 검찰은 검찰보고사무규칙(대통령령)에 따라 법무부에 중요 사건에 대해 보고할 의무는 있으나 검찰청법에 규정된 바를 제외하고 법무부의 지시를 받거나 지휘에 따를 의무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 장관이 항소 포기를 지시하려면 노 대행에게 정식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어야 했다. 지휘권 행사없이 항소 포기를 지시하거나 신설될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등 '선택지'를 미끼로 항소 포기를 종용했다면,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무엇보다 이번 항소 포기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검찰을 정권의 도구로 이용해 온 대통령의 인사권에 있다"면서 "이번 사태는 향후 신설될 공소청에 대해서도 집권세력이 얼마든지 외압을 행사해 사법정의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
◆모처럼 여야 한뜻 … "항소 포기 특검하자"
- ▲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여야 모두 항소 포기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항소포기 외압에 저항한 공직자들을 상대로 '항소 포기 항명 특검'을 하자"고 말했다.
민주당은 항소 포기는 적법한 절차였던 만큼 강백신 검사 등 이를 수용하지 못한 '검사들의 반란(검란)'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수사하자는 것이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들의 항명은 강백신 검사를 주축으로 하는 한 줌도 안 되는 정치 검사들이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해 도전한 것"이라며 "정치 검찰의 저항, 이번에는 철저하게 분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정치 검찰의 항명과 조작 기소 의혹을 반드시 진상 규명하겠다"며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당신들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혀보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수사외압을 행사한 법무부 장·차관과 대통령실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오직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의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라며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비리 범죄가 일부 무죄 선고됐는데도 항소를 포기했다. 8000억원짜리 개발비리를 400억짜리로 둔갑시켰는데도 항소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이어 "정성호 장관이 '신중히 결정하라'고 했다는 말이 저에게는 조폭 두목이 밤길 조심하라는 말로 들린다. 이 모든 것은 이재명 때문이다"라면서 "김병기 원내대표도 말한 것처럼 국정조사하자"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항소 포기 특검을 즉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불법 항소포기에 반발한 강백신 등 공직자들을 '항명'이라며 특검 수사하자는 것인데, 민주당 멋대로 박정훈 대령은 '의인'이고 강백신 검사는 '항명'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항소포기에 대한 강백신 등의 저항은 정성호 법무장관, 노만석 대검 차장의 항소 포기 외압이 불법이었는지 여부를 전제로 한 것이니, 동전의 양면이다"라며 "즉시 특검해서 정성호든 강백신이든 다 수사하면 된다. 민주당은 말 바꾸고 도망가지 말라"고 강조했다.
◆국정조사·특검이 진실규명 지름길 … 여야의 다른 속내
다만 여야의 국정조사 합의는 불발됐으며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금명간 원내대표 회동을 갖기로 했지만 팽팽한 힘겨루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사 대상과 목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과반을 넘기는 압도적 의석수를 가지고 있지만 국정조사나 특검이 자칫 대통령 비호 프레임으로 흐를까 섣불리 합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국정조사나 특검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만 복잡한 여야의 속내는 프레임 싸움"이라며 "야당은 특검으로 민주당을 계속 압박하겠지만 이들의 협조 없이는 특검은 진행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성호 "국회의 어떤 결단이든 수용하겠다" … 특검 수용 의사여야의 특검 추진에 대해 정 장관은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장관 말대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특검을 하든 국정조사를 하든 사실을 밝혀달라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어떤 결단이 국회에서 있든지 다 수용할 자세는 돼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검찰이 지난 6일에 이어 7일 다시 항소 의견을 올렸는데 거기에 또 신중히 판단하라고 얘기하면 항소하지 말란 얘기 아니냐'라고 지적하자 이에 정 장관은 "국민적인 이목이 있는 사건이지 않나. 저는 검찰이 장관의 지휘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권한과 판단에 따르기를 바랐다"고 답했다.'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지휘하게 돼있는데 차관을 통해 구두로 지시했다'는 지적에는 "일상적으로 법무부에 보고되는 모든 사안 관련해 장관도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사퇴 요구에는 "개별 사건의 항소 여부와 관련한 문제 때문에 사퇴하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하다"며 "검찰개혁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사퇴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