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권 유리천장 깬 40여년 여정, 내년에 마무리오바마케어 등 주요 입법 주역…민주당 지방선거 승리 후 은퇴 발표트럼프 1기 때 하원의장…두 차례 탄핵 시도 등 트럼프와 자주 충돌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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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우)이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중 그의 연설문을 찢고 있다. AP/뉴시스. 200204 ⓒ뉴시스
미국 민주당 소속으로 연방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이 6일(현지시각) 내년 11월 치러지는 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사실상의 정계 은퇴 선언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펠로시 의원이 2027년 1월 임기 종료와 함께 40여년의 정치 경력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AP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선거구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영상 연설에서 "난 연방의회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여러분의 대표로서 보내게 될 마지막 1년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당신의 힘을 알아야 한다. 우린 역사를 만들었다. 우린 진전을 이뤘다. 우린 언제나 앞서왔다"고 말했다.이어 "이제 우린 민주주의에 적극 참여하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미국의 이상을 지켜내는 싸움을 계속함으로써 그 길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미국 역사상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여성 연방 하원의장 기록을 가진 펠로시 의원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주 무대였던 정치권에서 여성의 유리천장을 직접 깨며 새 역사를 쓴 인물로 평가받는다.진보 성향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 정치인인 펠로시 의원은 가정주부로 지내다가 1987년 47세에 늦깎이로 정계에 입문했다. 1940년생인 펠로시 의원은 1946년생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나이가 많다.점차 정치적 입지를 넓히던 그는 하원 원내대표로서 2003년부터 20년간 민주당을 이끌었으며 2007년 여성 최초로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하원의장으로 선출됐고, 2019년에는 두 번째 하원의장직을 맡았다.2010년 압도적 다수당을 이끌며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ACA)의 의회 통과에 이바지했다.펠로시 의원은 2019~2023년 두 번째 하원의장을 지내면서는 근소하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단합을 이끌며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위한 주요 법안을 통과시켰다.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내준 뒤에는 당내 지도부에서 물러났지만, 의원직은 유지해 왔다.특히 그는 정치 인생 마지막 10년간은 트럼프 대통령과 거칠게 대립했다.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을 당시 많은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자 펠로시 의원은 "그는 그럴 가치도 없다"라고 평가절하했다.또 비록 상원에서 최종 부결됐지만, 2019년 12월과 2021년 1월 두 차례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하원에서 가결하며 그의 정적 역할을 했다.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도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원과의 악수를 거부했고,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그의 바로 뒤에서 연설문을 찢어버리며 대응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펠로시 의원을 "미친 낸시(Crazy Nancy)"라고 맹비난해왔다.펠로시 의원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구상에서 최악의 존재(worst thing on the face of the Earth)"라고 지칭한 바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로부터 펠로시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난 그가 형편없는 일을 했고, 나라에 막대한 피해와 명성의 손실을 안겨준 사악한 여자(evil woman)라고 생각한다"며 "기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