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APEC 앞두고 '무정쟁 주간' 제안하며 로키 전략의원 개별 SNS·논평선 '야당' 지칭 … 실효성 의문도野 "국민 고통 외면하고 입 닫자? … 실책 물타기용"
  • ▲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해 있다. ⓒ뉴시스
    ▲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해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앞두고 국민의힘에 '무정쟁 주간'을 제안하며 '로우키'(Low-key) 전략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도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증인 채택 여부와 부동산 정책 설화 등 악재를 덮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28일 일제히 APEC 중요성을 부각하며 화력을 집중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APEC 정상회의는 세계 경제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한반도 안보 방향이 결정되는 분수령이 될 회의"라며 "한미 관세협상, 미중 담판, 한일·한중 관계 등 굵직한 의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경주 APEC을 통해 세계가 다시 대한민국의 저력을 확인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민주당은 APEC 성공을 위해 국회와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경주 APEC은 외교뿐 아니라 문화·경제·정보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 위상을 더 높이고 코리아 브랜드를 각인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념과 진영을 넘어서 대한민국 국민, 여야 모두 함께 힘을 모아주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그간 국민의힘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것과 달리 정쟁성 발언을 지양하며 외교 현안 부각에 나선 것은 외교 무대에 선 이 대통령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서 UN 총회 기조연설이 진행됐지만,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의결 안건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되면서 이목을 끌지 못했다. 또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의 '투톱 갈등'이 불거져 원내 현안 관련 질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자 "대통령 외교 성과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청래 대표가 자기 정치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지도부를 필두로 여야 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에 나선 것이다.

    정 대표는 전날 "이번 주만이라도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APEC 성공을 위해 무정쟁 주간을 선언하고 오직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저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했다. 그는 "해야 할 말도 많고 다뤄야 할 이슈도 많지만 적어도 이번 주에는 불가피한 정책 발언만 하고 정쟁적 발언을 삼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정 대표의 무정쟁 주간 선포에 따라 저도 수석대변인의 입과 논평에서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삭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쟁 없는 한 주' 전략은 첫날부터 삐걱댔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체제전쟁' 발언을 정조준해 "민주주의에 대한 선전포고를 즉각 중지하라"며 공세에 나섰다. 당 공식 논평에서도 '국민의힘'이라는 표현만 지웠을 뿐, '야당'이라는 우회적 지칭으로 사실상 공세를 이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박 수석대변인은 "부득이한 대응 논평의 경우 최대한 수위를 낮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민의힘 대신 야당으로 수위를 낮추고 야당이라는 단어도 가급적 주어와 목적어가 되지 않도록 문장을 완성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무정쟁 주간 실천으로 국익 극대 외교를 응원한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실점을 덮기 위한 '함구령'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무정쟁 주간'이라는 명분 하에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비판 목소리를 지우고 오는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 실장의 증인 채택을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서민은 내 집 마련의 꿈이 짓밟히고, 중산층은 세금 부담, 물가와 금리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며 "정 대표는 이런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입 다물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정 대표가 얘기한 정쟁을 멈추는 일은 매우 간단하다"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 야당 탄압을 중단하고, 국민의 삶을 짓밟지만 않으면 된다"고 부연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일말의 염치가 있다면 무정쟁이란 말을 할 수 없다"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의 증인 출석을 거듭 압박하기도 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대통령실의 비선 의혹을 밝히는 건 국회의 헌법적 책무이자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김현지 전 총무비서관, 현 제1부속실장은 국민적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국정감사에 출석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겉으로는 협치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협박과 정치 공세에 집중했다. 현 정부의 이중적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며 "김현지 의혹의 국회 내 검증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재검토 등 현재의 주요 과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 실장의 국회 출석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치고 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국정감사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논의 중"이라며 "내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김 실장의 참석 여부가 이렇게까지 문제가 된 것은 야당에서 계속 정쟁거리로 하려고, 사실 확인이 안 된 것을 마치 사실인 양 정쟁의 도구로 하고 있다"며 "그런 것을 우려해 아직 증인 채택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