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철강 관세 낮추고 수출판로 넓혀말레이시아 전기차 시장에 진출 교두보방산 MOU로 전투기·함정 등 현대화 사업 협력
  • ▲ 이재명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27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 센터에서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27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 센터에서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인 26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에서 뜽쿠 자프룰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과 함께 한-말레이시아 FTA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이를 확인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번에 타결된 한-말레이시아 FTA는 협상 타결 기준으로 한국의 27번째 자유무역협정이자, 한국이 아세안 국가와 체결한 여섯 번째 양자 FTA로 신남방정책 강화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한·아세안 FTA(2007년 발효)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2022년 발효)을 체결한 상태다.

    한국은 한·아세안 FTA와 RCEP으로 기계, 가전, 화장품, 의약품, 가공식품(라면) 등 말레이시아의 시장개방을 상당부분 확보했으나, 말레이시아의 민감성에 따라 자동·철강 등 일부 주력 수출품목은 개방이 제한적이었다. 이에 기존에 체결한 FTA 이상의 시장개방으로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양자 FTA 협상을 추진했다.

    말레이시아는 팜유, 주석, 천연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 보유국이자 반도체, 화학 등 여러 제조업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공급망·자원 등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로 평가된다. 또 아세안 국가 중 우리나라의 3위 교역국이자 4위 투자대상국이므로 한-말레이시아 FTA를 통해 수출입품목의 다양화, 핵심 원료 공급선 안정화 등 상호 호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양자 FTA로 인해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각각 전체 품목의 94.8%, 92.7%를 자유화하게 됐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총 682개 품목, 한국은 288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한-아세안 FTA 및 RCEP 대비 추가 인하 또는 철폐할 예정이다. 통관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협정 발효 후 5년 내에 원산지 자율증명 방식으로 전면 전환할 예정이다.

    우선 한국은 자동차, 철강, 화학, 화학‧바이오원료 등 주력 수출품 추가 개방을 얻어냄으로써 말레이시아 진출을 강화할 기반을 마련했다.

    전기차의 경우, CKD(완성차 조립용 부품세트) 전기차 세단 및 SUV의 관세(10%)가 철폐되고, 완성전기차 SUV의 관세(30%)가 50% 감축된다. 이 밖에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 CKD 자동차의 관세도 전반적으로 인하된다. 특히, RCEP을 통하여 이미 철폐되고 있는 가솔린 CKD 자동차의 관세(8~28%)를 연도별로 약 1~3%p씩 추가 인하하고, 하이브리드, 디젤 CKD 자동차의 경우, RCEP에서 양허되지 않은 품목들의 관세를 8%에서 4%로 감축한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철강의 경우 5%인 냉연, 도금강판 등 9개 품목 관세가 철폐된다. 열연 등 12개 품목의 관세는 15%에서 10%로 감축해 기존 FTA보다 한국 기업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춘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많이 수출하고 있는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각종 화학제품의 관세도 철폐해 우리 기업의 수출 판로 확대도 기대된다.

    대신 한국은 원가 절감 및 수급 안정을 위해 팜산유 등 바이오원료의 잔여 관세를 철폐하고 한국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요소수 등의 관세 철폐 기간을 RCEP 대비 단축해 공급망 안정성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쌀, 천연꿀, 채소(고추, 양파, 마늘 등), 새우, 대구, 갈치, 고등어, 꽁치, 표고버섯, 호두, 밤, 잣, 감 등 한국 국내 민감도가 높은 농림수산물 대부분은 추가 개방하지 않고, 말레이시아부터 수입이 적은 두리안·파인애플·바나나 등 열대과일 및 가리비·조제어류 등 수산물을 위주로 양허해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했다.

    한편, 석종건 방위사업청장과 모하메드 칼레드 노르딘 말레이시아 국방부 장관도 이날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방산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공식 체결했다.

    이번 MOU는 2024년 양국이 수립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국방 분야에서 한층 격상시키는 중대한 의미를 지니며, 특히 말레이시아가 타국과 맺은 두 번째 방산협력 MOU다.

    이번 MOU는 말레이시아 군이 추진 중인 전투기, 함정, 유도무기 등 핵심 현대화 사업에서 양국 정부와 기업이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정부 간 협력 기반을 마련한 데 큰 의의가 있다.

    양국은 이번 MOU를 계기로 단순한 무기체계 조달을 넘어 ▲국방기술 분야 협력 및 공동 연구개발(R&D) 추진 ▲군수물자 공동 생산 ▲제3국 공동 마케팅 등 다방면에서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협력을 확대하고 정례적인 방산 공동위원회 운영을 통해 협력 현안을 상시 점검하고,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양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과 말레이시아간 FTA 협상이 타결된 것을 환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역내 핵심 경제협력국으로 양국 간 교역과 투자가 보다 확대됨은 물론, 디지털, AI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안와르 총리는 "말레이시아의 국방 역량 강화에 있어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방산 분야 협력 강화를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공동 성장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고, 안와르 총리는 "한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지지하며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아세안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