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국회 과방위원장의 행보MBC 업무보고받다 보도본부장 퇴장시켜MBC 기자들 "과방위원장 자격 의심"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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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리에서 'MBC의 특정 보도가 편향됐다'며 MBC 보도본부장을 퇴장시키는 볼썽사나운 일이 발생한 것을 두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러한 태도는 권력기관이 언론을 위압하거나 간섭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는 우려의 소리가 MBC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 ▲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서성진 기자
먼저 한국기자협회의 MBC 지회인 MBC 기자회는 지난 21일 <최민희 위원장, '방송 독립' 신념 스스로 저버리나>는 제하의 성명에서 "어제(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며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MBC 보도본부장을 지목해 자신에 대한 MBC 보도가 불공정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고 언급했다.
최 위원장의 문제제기에 MBC 보도본부장이 '개별 보도 사안에 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고 밝히자, 최 위원장이 퇴장을 명령하며 '이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한 MBC 기자회는 "언론 보도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권리"라면서도 "그 권리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 이번 사안에서 최 위원장의 문제 제기는 대상도, 방식도, 장소도 모두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 "최민희, '방송 독립' 신념 스스로 저버리나"
방송계에 따르면 논란의 사건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 현장시찰 MBC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생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고성·막말에 파행만…'막장' 치닫는 국감>이라는 제목의 지난 19일 자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거론하며 이 보도가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박장호 MBC 보도본부장에게 물었다.
이에 박 본부장은 '개별 보도에 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최 위원장은 왜 자신의 질문을 평가하느냐고 다그친 뒤 박 본부장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MBC 기자회는 "MBC의 조직 구조상 개별 보도의 책임은 보도국장에게 있다"며 "상급 임원인 보도본부장이 이에 관여하는 것은 방송법상 명백한 월권으로, 이는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방송법 개정 취지와 그 역사적 맥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최 위원장이 이를 무시한 채 박 본부장에게 개별 보도에 대한 질의를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방송관계법을 총괄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이, 공영방송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보도 관련 임원을 상대로 퇴장을 명령한 행위는 명백한 부적절함을 넘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러한 태도는 권력기관이 언론을 위압하거나 간섭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고 단언했다.
MBC 기자회는 "보도 내용에 이견이 있다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식 절차나, 해당 취재기자와의 공식적인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절차는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동시에, 문제 제기자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위원장은 이러한 정당한 절차를 무시했다고 비판한 MBC 기자회는 "우리는 지난 정부 시절 언론 탄압에 맞서 언론 자유를 수호하는 데 최민희 위원장이 기여한 바를 잘 알고 있다"며 "그렇기에 이번 사태는 더욱 유감스럽고, 그의 행보가 과거 스스로 강조해 온 '방송의 독립'이라는 신념과 충돌하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 "최민희, MBC에 사과하고 국민 앞에 반성해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궤를 달리하는 MBC노동조합(3노조)도 최 위원장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MBC노조는 <최민희 위원장의 전횡이 MBC 기자들의 도마 위에 오르다!>는 제하의 성명에서 "MBC 뉴스는 오랜 기간 '친민주당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러한 친민주당 MBC 뉴스를 만들어온 기자들의 모임인 MBC 기자회가 (최 위원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며 논란의 발단이 된 뉴스데스크 기사를 언급했다.
MBC노조는 "<고성·막말에 파행만…'막장' 치닫는 국감>이라는 리포트에서 뉴스데스크는 민주당 김우영 의원이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과 주고받았다는 욕설 문자를 국정감사 중간에 공개해 시비가 붙은 것을 거론하며, 피감기관을 앞에 두고 의원들 사이의 욕설 문자 진위를 가리는 것이 부적절했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나아가 "이 리포트는 최민희 위원장이 국감을 중단시킨 뒤 기자들을 일제히 퇴장시킨 것도 문제 삼았다"며 "공개가 원칙인 국감장에서 기자를 퇴장시켜 언론의 자유를 퇴보시켰다는 지적이었다"고 부연했다.
MBC노조는 "이에 대해 어제(20일) MBC 업무보고에서 최민희 위원장은 MBC 보도본부장을 불러 해당 기사에 기자들을 퇴장시킨 이유에 대한 설명과 반론이 빠졌다고 항의했고, 자신의 '위원장으로서의 멘트'가 직접 욕설문자를 보낸 당사자인 것처럼 방송됐다고 따져 물었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MBC는 오랜 기간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력이 직접 보도 내용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국정감사에서 개별 보도에 대한 질의를 금기시 해 왔고, 이러한 원칙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회사 경영진에게 질의할 때도 동일하게 준수돼 왔다"며 박 본부장이 최 위원장의 질의에 답을 하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러한 '보도본부장은 개별 보도에 관여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오랜 원칙을 '언론 전문가'라는 최 위원장이 간단히 유린하고 깬 것"이라고 지적한 MBC노조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자유를 수호해야할 국회 과방위원장이 개인에 대한 보도에 대해 보도본부장을 불러놓고 따진다니 어이가 없고 기가 찰 뿐"이라며 "반론을 요구하려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요청하는 것이 옳다"고 꾸짖었다.
MBC노조는 "이러니 삼권분립은 물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둥이 무너져 내렸다는 한탄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최민희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MBC에 사과하고 국민 앞에 반성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 "최민희, 어떤 언행도 우호적 보도해 주길 바라나"
MBC노조와 더불어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MBC 새기자회도 <우호적인 보도만 바라는가?>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최 위원장의 '국회 상임위원장' 자격 여부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MBC 새기자회는 "지난 20일 국회 과방위의 MBC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자신의 발언이 포함된 전날 MBC 리포트를 문제 삼다가 보도본부장에게 퇴장까지 명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해당 리포트를 몇 번이고 살펴봤지만 최 위원장이 불만을 제기한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MBC 새기자회는 "(해당 리포트에는) 그의 발언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하나는 국정 운영 점검에 집중해야 할 국정감사 현장에서 위원장 등이 사적 갈등의 시비나 가리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 앞에 공개가 마땅한 국감장에서 유례없이 기자들을 내쫓은 장면이었다"며 "이 보도는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일을 가감 없이 보여줬을 뿐이다. 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올해 국정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한 다른 언론의 수많은 보도와 비교하면 오히려 평범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MBC 새기자회는 "게다가 최 위원장이 업무보고장에서 퇴장을 명령한 보도본부장은 국장 책임제를 규정한 MBC의 사규에 따르면 일선 보도에 관여할 수 없는 임원"이라며 "최 위원장과 민주당은 그동안 한없이 우호적인 보도에만 익숙해졌던 것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MBC 새기자회는 "최 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한 증인과 참고인을 윽박지르고, 회의를 진행하면서 동료 의원들의 발언을 제한하고 편파적인 진행으로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던 것에 대해 그동안 MBC가 제대로 비판한 적이 있었느냐"며 "최 위원장이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 안에서 딸 결혼식까지 한 것도 MBC는 소극적으로 보도했을 뿐"이라고 이전까지의 MBC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더욱이 과거 최 위원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5년 출마 금지로 정치 활동을 하지 못하던 시절에 MBC의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단골 출연한 깊은 인연도 있다"고 되짚은 MBC 새기자회는 "최 위원장은 자신이 과방위에서 어떤 언행을 하든 MBC는 눈감거나 우호적으로 보도해주기 바라는 것이냐"며 "그래서 국회에서의 압도적 의석을 이용해 방문진법 등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MBC 새기자회는 "이 정도의 보도도 참지 못하고 협박에 가까운 언행을 한 최 위원장이 과연 방송 관련 국회 상임위 위원장의 자격이 있는지 우리는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 위원장이 과방위원장으로서 '자격미달'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