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법관 14→26명 증원 '사법개혁안' 발표3년간 4명씩 늘려…李, 임기 내 전원 임명 '4심제', 당 지도부가 향후 입법 발의 계획법조계 "李 파기환송 조희대 겨냥 입법 의심""4심제 재판소원, 폭주해 헌재 기능 마비될 것""사법부 정치 예속…李 억울하단 '착시효과' 우려"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에 참석해 사법 개혁안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에 참석해 사법 개혁안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법개혁안'을 20일 발표했다.

    앞서 '4심제'라는 논란을 불렀던 재판소원 도입은 이번 특위 발표안에서 빠졌지만, 향후 지도부 안으로 관련 법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사법개혁안이 통과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증원된 대법관 12명과 함께 2027년 퇴임하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임기를 마치는 대법관 9명의 후임 등 총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법조계에선 대법관 증원을 두고 "대법관을 한꺼번에 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대법원을 노골적으로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재판소원 도입은 "대법원의 최종심 기능을 헌재에 넘겨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려는 카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 ▲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과 위원들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사법개혁안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과 위원들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사법개혁안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 사개특위, '사법개혁안' 발표 … 대법관증원안 포함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어떤 상황에서도 중립을 지키고 절차를 지켜야 할 사법부가 대선에 개입했던 정황이 밝혀졌다"며 "조 대법원장은 국감장에 나와 증인선서를 거부하며 동문서답했다. 자신들은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위법 여부를 심판하는 것은 심각한 위선이고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사법개혁은 판결에 개입하자는 게 아니라, 삼권분립에 보장된 대로 헌법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 부정한 판결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특위가 발표한 사법개혁안은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이 담겼다.

    여기에 정 대표는 법원의 재판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이를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심사할 수 있게 하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도 향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4심제' 도입을 의미한다는 비판을 받은 '재판소원'은 사개특위의 사법개혁안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다만 개별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을 토대로 공론화 작업을 거치겠다는 게 민주당 계획이다.

    민주당은 법 시행 이후 1년 유예기간을 둔 후 대법관을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이르면 2029년까지 증원을 마치겠다는 구상이다. 개혁안이 현실화하면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인 대법관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현 대법관 중 조 대법원장을 포함한 10명이 이 대통령 임기 중 임기가 만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은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 ▲ 대법원. ⓒ뉴데일리 DB
    ▲ 대법원. ⓒ뉴데일리 DB

    ◆법조계 "대법관 증원, 전합체 회의 불가능해져 … 李 전원 임명 부작용 우려"

    민주당이 '신속 재판', '공정 재판' 등을 명분으로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선 단순 증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원합의체 운영 방안 없이 대법관 수만 늘릴 경우 오히려 재판 지연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개정안대로 대법관이 급격히 증원되면 전원합의체 회의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재판 지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원이 필요하다면 한 정부당 4명 정도씩 점진적으로 늘려가되 전원합의체 운영 방안부터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해당 입법안을 추진한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있고, 이를 위해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을 지낸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학장은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에 대한 '보복 입법'"이라며 "특정 정파 성향의 판사들로 대법원을 구성하고, 인사 연쇄로 중간·하위 법원의 요직까지도 특정 이념 서클로 채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대법관 정원을 늘릴 경우 사법 역량이 대법원에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기준으로 대법관 1명이 증원되면 전속 재판연구관 2명, 비서관 1명, 실무관 3명, 비서 1명 등 최소 7명의 인력이 함께 증원된다. 

    대법관 수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사법 자원이 대법원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대법관과 대법관비서관을 각각 16명 증원하는 경우, 추가재정소요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286억 7900만 원으로 추계된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하급심 법관 증원과 심리 충실화가 사법개혁의 선결 과제로 꼽힌다고 보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그동안 하급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져 왔음에도 여전히 하급심 판사 인력이 부족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보다 먼저 1심·2심 법관을 충실히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4심제, 대법-헌재 최종심 균형 무너뜨려 … '재판 지연' 심화 불가피"

    사법개혁 중 하나인 재판소원 제도 역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사법부 압박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의 최종심 기능을 헌재에 넘기는 방안을 무기삼아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차 교수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잘못됐다는 '착시효과'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개헌과 같은 사전 준비 없이 단순히 헌법재판소법 조항 일부를 삭제하는 방향은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실제로는 이 대통령에게 내려진 대법원 판결이 자신들(민주당)에게 불리한 결론이니까 대법원에 '복수'하기 위해서 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헌법재판소에서 11년간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소원 제도는) 권력분립 관점에서 볼 때 사법권이 헌법재판소로 단일화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우리 사법 시스템상 현재 대법원과 헌재가 서로 균형을 맞춘 상태가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갑자기 민주당이 4심제를 추진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면서 "이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공격하는 동시에, 나머지 재판들도 시간을 끌어 면소판결을 노리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