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부터 외압 의혹까지 '22일' 재구성尹 전 대통령 소환 임박…실제 출석은 불투명1호 기소 후보는 임성근 전 사단장 유력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尹 '포위망 좁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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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왼쪽) 및 정민영 순직해병 특별검사보. ⓒ정혜영 기자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서 반환점을 돌며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2차 수사 기간 연장으로 오는 29일까지 확보된 시간 동안 특검팀은 구명 로비 의혹과 수사 외압,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 등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소환만 남긴 상황에서 수사가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VIP 격노설부터 외압 의혹까지 '22일의 재구성'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1차 수사 기간 동안 'VIP 격노'의 실체를 확인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이 격노에 그치지 않고 수사 압력으로 이어진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벌여 왔다.2023년 7월 31일 VIP 격노 발생부터 채 상병 사건이 경찰에 이첩된 8월 21일까지 총 22일 동안 ▲이첩 보류(7월 31일) ▲경찰 기록 회수(8월 2일)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개시(8월 9일) ▲혐의자 2명으로 축소 후 경찰 재이첩(8월 21일) 등 외압 정황으로 의심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이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꼽히는 대통령실과 국방부 주요 인사는 최소 4회 이상 특검 조사에 출석했다.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5차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도 조사 받았다. -
- ▲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뉴데일리DB
◆ 윤 전 대통령 소환 임박…수사 협조는 '미지수'특검팀은 이들의 진술을 교차 검증해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외압의 정점으로 꼽히는 윤 전 대통령 소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측과 출석 일정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다만 실제 대면조사가 성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구치소에 수용된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팀이나 내란 특검팀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통상적으로 피의자가 여러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구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결사 항전' 태세를 고수하면 소환되더라도 진술을 거부할 우려도 있다.◆ 1호 기소 대상은? 법조계 "임성근 유력"7월 2일 수사가 시작된 해병 특검팀에선 아직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진 인물은 없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첫 기소 대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책임이 상당 부분 드러났기 때문이다.다만 임 전 사단장이 주요 사실 관계를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수색 작전에 참여했던 사단 휘하 지휘관들의 진술만으로 재판에 넘기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서 제외하려는 구명 로비 의혹 규명도 특검팀의 과제다.구명로비 통로로 지목된 주요 기독교계 인사들이 참고인 출석 요구를 거부하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은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특검팀은 공판 전 증인 신문으로 진술 확보를 검토 중이다. 다른 로비 경로로 의심되는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일원들은 로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한다.특검팀은 개정 특검법에 따라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개정 특검법에는 죄를 범한 사람이 자수하거나 타인을 고발하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다른 사람 범죄를 규명하는 주요 진술·자료를 제출한 경우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
- ▲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왼쪽),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서성진 기자
◆ 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윤 전 대통령 '포위망 좁히기'특검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 수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향한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공관장 자격 심사의 졸속 진행과 석연찮은 출국금지 해제 과정 등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면서 최종적으로는 공관장 임면권자인 윤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 7월 18일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50분께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특검은 이 전 장관이 받은 전화의 발신 번호(02-800-7070)가 대통령실 번호이며, 통화 상대가 윤 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이 전 장관의 진술로써 공식 확인했다. 이 전화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 걸려온 것이었다.다만 이 전 장관은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인 소통에 불과했고, 윤 전 대통령이 '이첩 중단'이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린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과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을 피의자로 조사했다. 이르면 이달 중 중간 결론을 낼 방침이다. -
- ▲ 순직해병 특검팀이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있다. 2025.07.02. ⓒ정혜영 기자
◆해병 특검이 규명하는 '4대 의혹'은?해병 특검팀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 당시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 전반을 들여다 본다. 핵심 쟁점은 ▲채 상병 사망 당일 수중수색 지시 의혹 ▲VIP 격노설 ▲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구명 로비 의혹 등 크게 네 가지다.'수중수색 지시' 의혹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 당시 임 전 사단장이 장병들에게 수중수색을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로 인해 임 전 사단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임 전 사단장은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작성한 초동 수사 보고서에 포함된 피의자였다. 그러나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보고서 이첩이 보류되는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한 지휘 책임자들이 혐의 대상에서 빠졌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사건 이첩이 무산되며 '수사 외압' 논란이 본격화됐다.'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박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의혹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곧바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하는 등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진다.현재까지 특검팀은 이른바 'VIP 격노 회의' 참석자 7명 중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 5명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인정하는 진술을 확보했다.이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회피 목적으로 2023년 3월 그를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다는 내용이다.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하면서 이 전 장관은 출국했지만 여론 악화로 출국 11일 만에 귀국해 자진사퇴했다. 특검은 외교 인사가 수사 회피 수단으로 활용됐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구명 로비'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임 전 사단장의 사표 소식에 대통령 부부를 의미하는 'VIP'를 언급하며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며 불거졌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 전 대표의 구명 로비 개입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
- ▲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 2023년 8월 2일 해병대 수사기록 이첩부터 회수까지의 통화 타임라인. ⓒ황유정 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