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성장률 전망서 韓 0.8% 최하위권-대만 5.1% 폭등올해 1인당 GDP, 대만에 역전 전망…AI-반도체 수출 격차 뚜렷韓 잠재성장률, 2%도 못 미쳐…'4만달러 시대' 진입도 미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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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타이베이 자유의 광장. 250430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또다시 대만이 한국과의 격차를 벌릴 것이라는 지표가 나왔다. 한 때 '아시아 네 마리 용(대만, 한국, 싱가포르, 홍콩)'으로 불렸던 국가 가운데 우리가 가장 뒤처지는 현실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됐다.아시아개발은행(ADB)은 9월30일 발표한 '9월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올해 대만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5.1%로 대폭 상향했다. 불과 두 달 전 3.5%에서 1.6%P나 끌어올린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은 0.8%에 머물면서 아시아 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ADB는 매월 4월 연간 전망을 한 뒤 7월 보충전망, 9월 수정전망을 발표한다. 필요할 경우 12월 추가로 보충전망을 내놓는다.이번 ADB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7월과 같다. ADB는 당시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4월보다 0.7%P나 떨어뜨렸다 건설투자 감소, 수출 둔화, 부동산시장 약세 등이 반영됐다.ADB는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지위를 강화하면서 첨단산업 수출을 폭발적으로 확대했다고 평가했다.높은 무역개방도를 바탕으로 해외자본과 글로벌 기업투자를 유치하고, 정치적·사회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제도적 신뢰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점도 주목됐다. 결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산업구조 개편에 따라 지속가능성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반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 국제통화기금(IMF, 0.9%)보다도 낮다.확장적 재정정책이 내수 회복에 일정 부분 이바지할 것으로 평가됐지만, 수출 둔화와 건설경기 부진, 미국의 추가 관세 가능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스스로 성장동력을 복원하지 못하는 구조적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진단이다.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따라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이미 감지됐던 것이다.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내년부터 대만이 한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만의 고속 성장과 한국의 부진이 겹치면서 그 시점이 앞당겨졌다.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7430달러로, 대만 3만8066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이는 우리 정부가 8월22일 제시한 올해 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와 대만 통계청이 9월10일 제시한 올해 1인당 GDP 전망치를 토대로 단순 비교한 것이다.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명목 GDP 1조8746억달러에 정부의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 3.2%를 대입해 올해 명목 GDP 전망치(1조9345억달러)를 구하고, 이를 통계청 인구 추계 데이터상 올해 인구(5169만명)로 나누는 방식으로 추산했다.이런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은 2003년 1만5211달러로 대만(1만4041달러)을 제친 후 22년 만에 역전당하게 된다.양국의 1인당 GDP는 2018년 1만달러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급속히 격차가 축소됐다. 지난해에는 한국 3만5129달러, 대만 3만3437달러로 2000만달러 안으로 바짝 붙기도 했다.대만이 올해 추월을 앞둔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한 가파른 성장이 있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인 TSMC를 비롯해 반도체 수출이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다.올해 2분기 대만의 실질 GDP는 전년동기대비 8.01% 증가해 2021년 2분기 8.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이를 반영해 대만 통계청은 8월15일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0%에서 4.4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2.81%로 제시했다.대만 행정원 산하 정책기획기관인 국가발전위원회(NDC)의 예쥔센 주임위원(장관급)은 AI가 수출과 국내 투자를 견인한다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4%를 넘어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 ▲ 대만 북부 지룽항구에 대만 해운선사 양밍해운의 컨테이너선이 정박해있다. 250728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반면 한국은 올해 2분기 실질 GDP가 전분기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동기대비로는 0.6%로, 대만과 차이가 컸다.하반기 들어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경기가 모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군화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다.정부는 올해와 내년의 실질 GDP 성장률이 각각 0.9%, 1.8%로 OECD 기준 올해 잠재성장률(1.9%)을 계속 밑돌 것으로 8월 전망했다.실제 수출액 기준으로는 이미 대만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뛰는 한국 위에 나는 대만'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의 8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34.1% 급증한 584억9000만달러(약 81조554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이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액 584억달러(약 80조9307억원)보다 많은 것이다.차이메이나 대만 재정부 통계처장은 "월간 기준 대만의 수출이 한국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선진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1인당 GDP 4만달러도 대만이 한국보다 먼저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반면 한국은 정부의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3.9%)를 대입하더라도 1인당 GDP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3만8947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더구나 실질 GDP 성장률만 예상하는 한국은행의 내년 전망치는 1.6%로, 정부(1.8%)보다 더 낮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1인당 GDP는 이보다 낮을 가능성도 있다.정부가 8월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 4만달러 달성은 2027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추산됐다.올해 4월에는 2029년에 돼야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IMF의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전망(2027년)보다 2년 늦춘 것으로, 환율 상승과 저성장 고착화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AI 붐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대만 테크기업들이 국내 투자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며 "대만 잠재성장률이 3%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이어 "한국은 잠재성장률이 올해 2%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대만의 소득 격차도 갈수록 더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면서 "최근 몇 년새 한국 테크기업들의 위상과 역할이 급격히 위축되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대만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