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IRA 도입 시급 …직접환급형 세액공제 포함돼야협력사까지 흔드는 산업 생태계, 정부 의지 시험대미래 경쟁 산업 K-배터리, 정부 지원 없인 도약 어렵다
-
- ▲ 23일 오전 9시 30분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 현장ⓒ이미현 기자
중국은 어느 순간부터 한국 핵심 산업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자동차부터 배터리, 석유화학,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까지,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업은 추격에 이미 무너진 산업도 있고, 벼랑 끝에 몰린 산업도 있다. 배터리는 후자다."우리 모두 다 죽고 없어지기 전에, 한정된 자원을 첨단 산업과 전략 산업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배터리 업계가 크게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 "한국판 IRA가 필요한 시점이다. 생산세액공제, 투자세액공제 발의된 법안들이 법화되길 부탁드린다."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배터리 관계자들은 이 같이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토론회 후반부로 갈수록 업계의 호소는 성토로 바뀌며 절박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현장에는 패널토론사 배터리 3사(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와 에코프로, WCP 등 배터리 부품·소재 기업 외에도 고려아연, 지알켐 등도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에 발언권을 얻고 정부 지원을 강력히 요청했다.이원민 지알켐 대표이사는 "LG, SK, 삼성SDI와 거래를 하고 있거나 거래를 하려고 한다"며 "이들 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협력사 같은 하부 구조 기업들은 모두 다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판 IRA 정책이 표류하면 산업 전반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메시지다.한국판 IRA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세운 국내생산촉진세제다. 하지만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는 제외됐고, 관련 법안도 국회에서 공전 중이다. 정부는 WTO 보조금 협정 위반과 통상 마찰 가능성을 이유로 도입 시기를 미루고 있다.업계는 “정부 의지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국내생산촉진세액공제와 직접환급형 세액공제 등 조특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 EU, 중국 등 다수 국가가 이미 유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WTO와 EU FSR에서도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정책 수단이다. 직접환급형 세액공제 제도로 인해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한다.K-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캐즘과 중국 부상 등으로 위기감이 크다. K-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은 2011년 44%에서 2024년 19%로 급락했다. 2011년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26.4%로 1위였던 삼성SDI는 2024년 7위(3.3%)로 내려앉았고,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5위(8.2%)로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조단위를 쏟아 붓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이 패권을 뒤집어 놓았다.업계는 한국판 IRA가 실질적 경쟁력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법인세를 깎는 기존 간접 환급 방식이 아닌 직접 환급이 적용돼야 혜택을 체감할 수 있다. 최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근로자 구금 사태로 비자 문제까지 겹치면서 배터리사들의 투자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 정부의 관세 부담 완화와 비자 제도 개선 작업까지도 시급하다.정부가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 정부의 시기적절한 지원이 없어 중국산에 밀린 한국 태양광 산업의 붕괴가 보여주듯, 시기를 놓친 지원은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린다.반도체를 대체할 한국의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는 배터리는 기술적 우위와 수익 구조를 갖춘 산업이다. 우리는 한때 배터리 1등이었고, 지금도 다시 도약할 기회가 있다. 정부가 확실한 지원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소도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