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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같은 사고 없는 원자로, 지금 제작 중”

고산지대, 사막에서도 사람 살 수 있게 만드는, 저렴한(?) 소형 원전 ‘스마트 원자로’

입력 2015-07-10 19:11 | 수정 2015-07-14 09:50

▲ 일체형 소형 원자로인 '스마트 원자로'는 한국형이다. 러시아 OKBM의 기술을 일부 도입해 개발한, 안전한 소형 원자로다.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홈페이지 캡쳐


지난 6월 28일 조선닷컴의 한 섹션인 ‘프리미엄 조선’에 칼럼 하나가 올라왔다. 두 편 짜리 칼럼은 “박근혜 대통령이 성사시킨 스마트 원자로 수출이 관료들의 딴죽걸기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과연 사실일까?

미래부 관계자와 스마트 원자로 판매 특수목적법인인 ‘스마트파워’ 등에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현재 한국의 스마트 원자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측이 주도해 만든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신재생 에너지원(K.A.CARE)이라는 업체와 ‘PPE(Pre-Project Engineering, 건설 전 상세설계) 계약을 맺고 작업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 1,300억 원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1,000억 원, 한국이 300억 원을 내기로 했는데, 예산 집행도 별 다른 문제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그럼에도 ‘프리미엄 조선’에 “스마트 원자로 수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칼럼이 뜬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한국이 만든 ‘스마트 원자로’에 대한 국내 반대 여론들이 비등하다보니 생긴 오해로 보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추측이었다.

 

‘스마트’ 원자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제친 일체형


한국이 직접 개발, 2015년 3월 박근혜 대통령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한 ‘스마트 원자로’는 ‘똑똑한 원자로’라는 뜻이 아니다. ‘시스템 통합 모듈형 선진 원자로(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의 앞머리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쉽게 말하자면, 기존의 발전소에 있는 원자로와 달리 감속재와 냉각 시스템,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 배관 등이 모두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소형 원자로다. ‘피동안전 시스템’을 적용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쓰리마일 원전 사고와 같은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만든 안전한 원자로다. 이 ‘스마트 원자로’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90년대 중반 옐친 정권 당시의 러시아는 무능한 정부 관료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회 시스템 때문에 곳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특히 핵무기 관리는 엉망인 상태였다. 심지어 ICBM에 장착하는 핵탄두가 거액에 테러리스트나 무기 밀매상 사이에서 유통되는 일까지 생겼다.

핵폭탄이 밀거래될 정도니 핵잠수함용 원자로를 만들던 회사 형편은 말할 것도 없었다. 舊소련 시절 핵추진 잠수함의 원자로를 만들던 OKBM社도 다른 원자로 전문기업과 마찬가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원자력연구원이 만들어졌다. 美웨스팅하우스로부터 원자로 기술을 들여와 고리 원전, 월성 원전 등을 지었던 한국은 독자적인 원자로 개발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때 원자력연구원의 과학자들이 눈을 돌린 곳이 러시아, 그 중에서도 OKBM이었다.

원자력연구원 과학자들의 노력 끝에 한국은 핵잠수함용 원자로를 만들던 기술 일부를 전수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 과학자들은 이것을 ‘무기’용으로 개발하지 않았다. 섬이나 산간벽지와 같은 외진 곳에서 독립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초소형 원자로로 만들었다.

그 결과 모든 시스템을 집어넣고도 아파트 3층 정도 높이밖에 안 되는 초소형 원자로를 만들어낸 것이다. 들어간 개발비는 3,447억 원 가량이다.

물론 많은 시간이 걸렸다. 1994년부터 개발을 시작, 2012년에야 ‘표준설계인증’을 받았다. 예산 투입이 지지부진해져 개발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한국형 소형 원전 ‘스마트 원자로’는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리고 2015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서 수출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스마트 원자로’에 돈을 대는 이유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월 ‘스마트 원자로’ 2기를 2018년까지 건설하는 대가로 2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 전에 ‘PPE’ 과정을 거치면서 1억 달러를 내겠다고 했다. 한국은 여기에 3,000만 달러를 부담키로 했다.

▲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스마트 원자로' 도입을 위한 계약을 체결할 때 미래부가 배포한 사업 개요. ⓒ미래부 보도자료 캡쳐


사우디아라비아가 ‘스마트 원자로’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미래발전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70년대 초중반 외국 석유기업과 시설을 국유화해 ‘아람코(ARAMCO)’를 만든 뒤 국민들을 위해 대형 신도시를 짓고, 공짜로 입주토록 유도했다. 하지만 유목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은 아파트나 도시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대형 발전소나 거대 인프라는 소용이 없었다.

40년이 흐른 뒤, 사우디아라비아도 “석유 자원이 영원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소규모 지역도시를 중심으로 국가를 개발한다는 새로운 전략을 세운 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소규모 지역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IAEA(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 등 국제사회의 핵무기 기술 확산 규제도 피할 수 있는, 착하고 안전한 소형 원전이 필요했다. 

현재 세계 주요 강국들이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투자를 통한 지분(권리) 확보가 가능해야 하고, 기술 제공에 배타적이지 않은 국가로부터 원자로를 사는 것이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이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개발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의 수출에 많은 노력을 들였지만, 그 중 한국의 제안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스마트 원자로’를 실제로 짓는 데 자금을 투자하는 대신 원천기술에 대한 지분을 확보,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소형 원자로 시장에 참여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 원자로의 단점, 장점이 되다


사실 스마트 원자로는 한국과 같이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국가를 개발하는 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나라가 한국과 같지는 않다.

한국이 개발한 ‘스마트 원자로’의 크기는 아파트 3층 크기다. 일반적인 원자로가 대형 오피스 빌딩 몇 배 크기인 것과는 대조된다. 하지만 건설비는 일반적인 원자로의 5분의 1 수준으로 결코 작지 않다. 반면 스마트 원자로의 발전 용량은 100MWe 정도로 일반적인 원자로 발전 용량 1,000만 MWe 보다 훨씬 작다.

▲ 스마트 원자로의 발전 비용은 화석연료에 비해서는 저렴하지만 기존의 대형원전보다는 비싸다. ⓒ미래부 보도자료 캡쳐


즉 건설비용과 발전효율을 종합적으로 비교하면, 일반적인 원자로에 비해 발전 비용이 비싸게 먹힌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는 스마트 원자로 건설에 산업계와 정부 등이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이 개발 중인 ‘제4세대 원자로’가 미래라며 ‘스마트 원자로’를 외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단점은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장점이 됐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북아프리카와 중동, 즉 마그렙 지역이다.

비가 오지 않는 마그렙 지역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은 물이다. 때문에 이 지역 국가들은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시설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전력과 이를 나라 곳곳으로 이어주는 인프라 건설이 만만치 않다.

발전을 위한 연료를 풍부하지만 발전소를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수십 억 달러,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백억 달러에서 수천억 달러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지금까지 지어진 해수 담수화 시설은 특정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수준이었다.

▲ 미래부가 향후 '스마트 원자로'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한 국가들. ⓒ미래부 보도자료 캡쳐


이런 전력 문제를 소형 원자로를 지어 지역별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형 ‘스마트 원자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 간의 ‘스마트 원자로 건설 협력’이 성공할 경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스마트 원자로’ 수요가 폭증할 수도 있다.

특히 유출 사고 가능성이 있는 배관 등이 모두 용기 속에 들어있고 전력이 차단되면 자동으로 노심이 꺼지는 시스템을 갖춘 일체형이어서 후쿠시마 원전이나 체르노빌 원전과 같은 사고 위험이 거의 없어 안전하고, 무기용으로 전용할 수도 없다는 점은 미국이나 EU 등의 강대국, IAEA와 같은 국제기구들의 간섭과 제재를 받지 않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마그렙 지역에서만 한국형 ‘스마트 원자로’가 인기 있는 게 아니다.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소에 필요한 대규모의 물이 필요하지 않아 나무가 많지 않은 태평양이나 남아메리카 일대의 고산 지대나 태평양, 아프리카의 섬 지역에도 잘 어울린다.

한국이라면 제주도 같은 곳이 ‘스마트 원자로’를 건설하기에 적합하다. 현재 제주도는 자체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과 함께 제주-해남을 잇는 전력선, 제주-완도를 잇는 전력선을 통해 섬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런 곳에 ‘스마트 원자로’가 건설된다면, 전력 공급을 독자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 가뭄 때에는 담수화까지 가능해진다.

 

‘스마트 원자로’의 경쟁자: 4세대 원전, 하지만….


이렇게만 보면 한국형 ‘스마트 원자로’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세계 주요 강대국들이 이를 추격하는 ‘제4세대 원자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현재 강대국들이 ‘소형 모듈 원자로(SMR)’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들이붓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본이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서 ‘제4세대 원자로’를 개발하는 데 핵보유국 대부분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빌 게이츠가 투자를 한다고 해서 잘 알려진 ‘소듐 냉각 고속로(SFR, 액체 나트륨 냉각 고속로, 한국은 이에 필요한 재처리 기술 ’파이로 프로세싱‘을 미국과 공동 개발 중)’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물리학자 카를로 루비아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토륨 원자로’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밥콕 앤 윌콕스’社가 개발을 담당하고, 에너지성과 빌 게이츠가 만든 테라파워 등이 힘을 보태 2030년까지 ‘소듐 냉각 고속로’ 개발을 완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빌 게이츠의 테라파워는 한국과의 협력 관계를 2014년 9월 백지화했다). 

반면 세계 핵물리학자들은 우라늄 농축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토륨 원자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냉각 시스템도 필요 없고, 핵폐기물도 거의 나오지 않으며, 효율도 현재의 원자로에 비해 수십 배 이상이며, 납보다 흔한 토륨을 농축할 필요 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핵무기용 물질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토륨 원자로의 실제 효율성을 따져보면, 예찬론은 꿈같은 소리”라며 ‘소듐 냉각 고속로’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주장들이 팽팽히 맞서면서, 세계 강대국들의 4세대 원자로 개발 경쟁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보니 한국형 ‘스마트 원자로’의 미래를 한동안 밝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형 ‘스마트 원자로’의 장애물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국내 문제다.

 

[⓶ 미래 에너지 시장 선점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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