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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우디 스마트 원전 PPE 체결…이것이 '미래'

2030년까지 전 세계 180여 기 지어진다는 ‘중소형 원전시장’ 선점 효과 엄청날 듯

입력 2015-09-11 18:24 | 수정 2015-09-14 18:12

▲ 지난 3월 초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압둘 아지즈 국왕과 회담 중인 박근혜 대통령. 이 자리에서 스마트 원전 수출이 이뤄졌다.ⓒ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 왕립 원자력·신재생 에너지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스마트(SMART, 소형 모듈형 시스템 통합 반응로)’ 원전의 상세설계 협약(PPE)을 체결했다. 이로써 한국이 개발한 ‘스마트 원전’이 세상에 나올 시기가 더욱 앞당겨지게 됐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맺은 ‘스마트 원전 상용화를 위한 제휴 협정’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했던 “스마트 원전 수출길이 막혔다”는 우려도 기우로 드러났다.

‘스마트 원전’의 PPE 계약 체결에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미래창조과학부 뿐만 아니라 실제 설계 및 건설, 유지보수 등을 맡게 되는 특수법인 ‘스마트파워’, 그리고 여기에 참여한 중견 기업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PPE 계약에 따라, 앞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 원전’을 최소한 2기 이상 건설할 계획이다. 첫 ‘스마트 원전’은 수도 리야드에서 남서쪽으로 40km 떨어진 ‘킹 압둘라 아지즈’에 세울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실에 맞도록 ‘스마트 원전’의 구조 설계도 조금씩 변경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과 사우디 간의 ‘스마트 원전 PPE’가 체결되자 미래창조과학부는 밝은 표정을 보였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언론에 “2009년 UAE에 대형 상용원전 수출, 요르단에 연구용 원전 수출에 이은 기술수출로 한국은 원전 수출 포트폴리오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이로써 한국은 원자력 기술 강국으로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원전 수출에 실질적인 첫 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측은 한국과 사우디 간의 ‘스마트 원전 PPE’ 체결을 통해 203년까지 180기 가량 건설될 것으로 보이는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과 사우디 간의 ‘스마트 원전 PPE’ 체결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기에 국내 관련 기관들이 이토록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걸까.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이후 미래’ 책임질 ‘스마트 원전’


한국이 사우디에 판매하는 ‘스마트 원전’은 실물이 아니라 기술이다. 상세설계를 할 때 한국은 3,000만 달러, 사우디는 1억 달러의 비용을 댈 예정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의 ‘스마트 원전’ 관련 기관들은 “한국이 일부 비용을 댄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1억 달러 어치의 ‘기술수출’을 이뤄낸 셈”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상세설계가 끝난 뒤 실제 ‘스마트 원전’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모두 사우디 측이 부담한다. 1기 당 10억 달러 가량 소요될 ‘스마트 원전’ 2기를 사우디에 ‘수출’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우디 정부는 앞으로 전국 거점 도시마다 ‘스마트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어 한국의 수출액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우디는 2040년까지 자국 전력생산량의 20% 수준인 17.6GWe를 원전에서 생산해 내고, 그 중 20% 가량은 ‘스마트 원전’에서 생산해 낸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 측이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부어 ‘스마트 원전’을 수입하는 이유는 뭘까. 사우디도 모든 산유국의 고민인 ‘석유 이후의 미래 성장 동력’을 고민하다 그 중 하나로 ‘스마트 원전’을 택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 원전’을 개발한 한국은 사우디가 가진 막강한 ‘오일머니’와 중동 지역에서의 국제적 지도력을 통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소형 원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 또한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기술이전과 마케팅에 매우 적극적인 한국을 ‘사업 파트너’로 삼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소형 원전’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과 사우디가 ‘스마트 원전’에 이런 기대를 거는 것은 충분히 타당하다. 현재 전 세계의 원전은 주로 서방 국가들, 그 가운데서도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들이 선호하는 발전 시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건설비용이 3~4조 원 가량 들고,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원전을 만든 뒤에도 그 전력을 공급하는 망(網)이 촘촘하게 짜여 있는 나라일수록 효용성이 높다.

물론 100여 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미국은 조금 다른 사례다. 인구가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도시와 도시 간의 거리가 매우 멀다. 때문에 미국의 일부 오지 지역은 전력망이 노후하였거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여전히 전력난에 시달린다.

이런 미국이나 전력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아프리카, 중남미, 섬나라가 많은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그리고 물 부족으로 인해 거점 도시가 고립되어 있는 중동에서의 전력난 등을 해소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소형 원전’이다.

▲ 발전량 10만 MWe급 스마트 원전과 100만 MWe급 기존 대형원전의 차이. ⓒ조선닷컴 화면 캡쳐


100만 MW급 대형 원전은 전력망이 이미 만들어진 곳이 아니면, 원전 건설비용보다 더 많은 전력망 설치비용이 든다. 미국처럼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전력회사들이 별도의 전력망을 갖추면서 성장한 나라가 아닐 경우에는 발전소를 지을 때 전력망 건설 계획도 함께 세운다.

하지만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지역의 경우에는 서방 국가와 같은 전력망을 만들기 어렵다. 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섬나라는 더더욱 그렇다. 건설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 띄엄띄엄 위치한 도시를 잇기 위해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것 자체가 낭비로 생각된다. 유지보수도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인구 10만 명 이하인 소규모 도시의 전력을 책임질 수 있는 규모의 소형 원전 개발에 착수했던 것이다. 물론 쓰리마일 발전소, 체르노빌 발전소, 후쿠시마 발전소 등에서 터진 사고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도 수렴했다.

현재 한국과 함께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등이 개발 중인 ‘소형 원전’과 ‘차세대 원전’의 특징은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안 나오고, 원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무기화도 못하도록 만든다는 점, 그리고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극도로 적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스마트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상황이 생겨도 자연적으로 핵연료를 냉각시키는 시스템을 적용, 최대 20일 동안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하나의 용기 안에 모든 배관 등을 배치해 사고 가능성도 극도로 줄였다.

거기다 한국은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현실을 고려해 소형 원전에다 ‘담수화 설비’를 패키지로 권유하고 있다.

 

한국 ‘스마트 원전’의 가장 큰 장점 ‘현지화’


한국이 사우디와 함께 설계, 건설하는 ‘스마트 원전’의 가장 큰 장점은 곧 드러나게 된다. 한국과 사우디가 이번에 체결한 PPE에서는 ‘현지화’ 작업도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원전은 바닷가에 짓는 경우가 많다. 원자로 냉각에 많은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스마트 원전’은 물이 부족한 사우디 현지 사정에 맞춰 ‘공기냉각식’으로 설계를 변경할 것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원전을 현지 사정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다”는 뜻이다. 이는 앞으로 한국과 사우디가 전 세계에 ‘스마트 원전’ 수출을 할 때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 스마트 원전에 대한 간략한 설명. 한국은 소형 원전을 처음으로 수출한 나라가 됐다.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홈페이지 캡쳐


사우디 정부는 한국과 함께 작업한 ‘스마트 원전’의 설계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원전 건설에 필요한 예비 안전성 분석 보고서, 건설 제안서를 받아본 뒤 원전 건설을 시작하게 된다. 이는 2017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원전’의 PPE를 맺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측은 “발전소의 공기냉각방식 설계는 기존의 화력 발전소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냉각 방식이어서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또한 현지에서 스마트 원전을 공동 개발하고 운영할 사우디 연구인력 34명을 교육하고, 사우디의 대학에 원자력 공학과를 개설해 한국의 원전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사우디 간의 ‘스마트 원전 개발 협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5년 뒤부터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다는, 최대 3,0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소형 원전 시장을 한국이 선점하고 지배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한국의 외교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제3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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