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인의 생존 전략②
  • ▲ 한국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키워드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키워드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너도나도 떠들고 있지만 정작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어 닥칠 위기는 기회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일자리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자본 측면에서만 보면 안 돼

    이미 언급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은 20세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수많은 기술혁명을 포함하고 있다. ICT분야뿐만 아니라 의료, 에너지, 물류, 기계제조, 서비스, 농수축산, 광업 등 거의 산업 전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4차 산업혁명을 지켜볼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은 바로 기술적 측면과 자본 흐름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뿐만 아니라 두 가지 측면이 마치 4차 산업혁명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요약하자면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적용은 모두 좋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동참할 경우 단순 생산직과 접객 서비스, 사무 관리직의 일자리들이 쓸모가 없어진다. 한국을 예로 들자면 전국의 농공산업단지와 공단 도시, 건설현장, 수많은 기업의 재정·경리 분야 등에 사람이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과거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대량의 실직으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 같은 반달리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다 자본 흐름만 생각해 4차 산업혁명에 접근하면,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적용은 더욱 빨라지는 대신 사람들의 일자리도 같은 속도로 사라지게 된다. ‘자본 지상주의자’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만 감수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여러 가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굳이 사람을 고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계층 양극화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 질서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나타난 기술과 장비를 현실에 적용, 도입할 수 있는 자본가 계층은 생산성을 계속 높여가며 수익을 창출하겠지만,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결국에는 소비자도 사라지게 된다.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될 경우 국가의 개입이 없으면 일자리 상실은 저소득 국가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아래에서부터 위로 일자리를 잠식, 결국에는 선진국에서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 ▲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공개된, 4차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 소멸 가능성이 높은 EU 회원국을 표시한 지도. ⓒ세계경제포럼(WEF) 공개사진.
    ▲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공개된, 4차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 소멸 가능성이 높은 EU 회원국을 표시한 지도. ⓒ세계경제포럼(WEF) 공개사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새 기술을 배워 새 일자리를 찾지 않겠느냐”고 반박하겠지만, 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속도가 신기술이 적용되는 속도보다 빠르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참고로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리’는 경기 7개월 전부터 16만 건의 기보(棋譜)를 학습했다.

    그러나 이후에 새로 등장한 ‘알파고 제로’는 72시간 동안 혼자서 바둑을 공부한 뒤 ‘알파고 리’를 상대로 100전 100승을 거뒀다.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이런 신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동안 새로 생겨날 일자리는?

    이제 사람들은 앞으로 신기술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투쟁’하기 보다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업무와 미래에 필요할 업무 간의 연관성을 찾아내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를 사례로 들어보자. 1908년 美포드社에서 ‘T모델’을 생산하면서부터 자동차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그 전까지 자동차는 ‘똑똑하고 돈 많은 신사들의 레저기구’라는 개념이 강했다. 자동차의 가격도 비싼데다 관련 법규도 정비할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다니면서 고장이 나면 직접 고쳐야 했다.

    그러나 1908년부터 1927년까지 ‘T모델’이 1,500만 대가 팔리면서 새로 법률이 생기고 정비하는 업체도 나타났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PC 등도 자동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실용화되고 대량 보급되는 기술이라고 해서 다를까.

    아무튼 전편에서 지적한 새 기술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 어떤 일자리가 생길지 떠올려 보면, 지금의 일자리가 사라진 뒤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 가닥이 잡힐 것이다.

    인공지능의 경우 기존의 단순한 프로그램 코딩과 달리 ‘딥러닝’ 분야처럼 데이터베이스 간의 복잡한 연동과 비선형적 연결 등을 생각해 내고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보다 가벼운 프로그램, 즉 빠르고 효율적이면서도 저장 공간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기초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데이터베이스와 아키텍처 설계자라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인간이 석기시대와 철기시대를 지나왔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칼을 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성능은 천양지차다.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미디어에서도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있다. 문제는 이런 기사를 생산하는 기법이나 소양을 가르치는 교육기관 또는 매체가 드물다는 점이다.

    드론과 로봇의 경우에는 ICT 기술만 중요할 것 같지만 이들을 구동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효율성이 높은 유압장치와 동시다발적으로 압력의 강약까지 조절하는 운동을 처리할 수 있는 연산장치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저장장치, AR(증강현실) 및 VR(가상현실) 기술과 결합해 실시간 조종을 돕는 영상장비와 조종자와 드론·로봇의 안정적인 연결을 유지해주는 통신 장비 등이 필요하다. 통신 장비에는 ‘해킹’이나 EMP 같은 외부 공격을 막는 기술도 필요하다.

  • ▲ 2015년 12월 美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양자컴퓨터.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5년 12월 美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양자컴퓨터.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자 컴퓨팅과 광(光)컴퓨팅, 그리고 이를 활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대중화되려면 여기에 맞는 운영체계(OS)가 필요하다.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지금에 비해 승수 수준으로 발전하면 3차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AR과 VR을 적용하면 SF영화에서나 보던 콘텐츠를 체감할 수 있다. 여기에 사용할 부품들은 당연히 매우 적은 전력을 소비하며 모듈화되어 있어야 대중화가 가능하다. 3D 프린터를 통해 직접 만들어서 대체할 수도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의 경우 지금은 ‘사설 암호 화폐’인 탓에 막대한 자원을 사용해 ‘채굴’하지만 앞으로 공공재처럼 인정받게 되면, 이런 ‘채굴’이 필요 없어질 것이다. ‘암호화폐’ 또한 ‘양자 컴퓨팅’을 활용해 암호화하기 때문에 지금 보다는 안전해질 것이다. 대신 거래기법이나 관련 금융상품이 널리 거래될 것이다.

    2차 전지와 마이크로 가스터빈, 전자기력을 응용한 차세대 모터를 개발하고 대중화하려면 소재 산업이 중요하다. 이때는 광업과 제련업이 다시 주목을 받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대중화가 어려운 ‘그래핀’이나 ‘카르빈’도 언젠가는 ‘탄소섬유’처럼 비교적 대중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아직은 테니스 라켓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리퀴드 메탈’과 지금보다 더욱 성능이 뛰어난 폴리카보네이트 등 고분자 화합물이 그 중간 시대를 메울 것이다.

    차세대 원전 개발의 경우 기존 원전 운영자들의 노하우를 계승·발전시키는 것과 함께 방사능 처리 기술과 방사능 물질 저장 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드문 방사능 제거 기술도 미립자 기술 연구가 진척됨에 따라 새로운 방법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뇌 과학을 바탕으로 한 약물, DNA 조작을 통한 질병 치료와 장기 대체 기술은 남용과 악용을 막기 위해 국제적인 규정이 정해질 것이다.

    뇌 과학을 바탕으로 한 약물 처리는 각국의 식품의약품안전기구 검증을 통과한다고 해도 어떤 병리에 언제, 어느 정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지 연구한 뒤 법에 따라 처방하게 될 것이다. 다만 현재 세계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마약 치료 등에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때 심리 치료가 병행되어야만 완치가 가능해진다. 또한 마약 조직도 ‘산적’처럼 크게 줄어들 것이다.

    장기 대체 기술은 의학과 함께 생물학, 농축산업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DNA를 조작한 농산물(GMO)임에도 인체에 무해한 작물이나 축산물, 수산물의 생산, 동물을 활용한 대체 장기 생산, 기술이 더 발전해 동물조차 필요 없이 체세포 배양만으로 장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될 때에는 의학, 생물학은 크게 각광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 대체 기술은 한 편으로는 인권 문제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대체용 장기가 신체에 이식되었을 때 드물게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논란이 일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법률 전문가나 행정 전문가는 아직 없다.

  • ▲ 돼지 몸 속에 인간의 대체장기를 재배하는 기술을 표현한 그래픽. ⓒ이탈리아 발렌시아大 생명공학윤리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 돼지 몸 속에 인간의 대체장기를 재배하는 기술을 표현한 그래픽. ⓒ이탈리아 발렌시아大 생명공학윤리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새로운 형태의 운송수단은 물류와 유통 전반에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생활양식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경을 맞댄 나라 사이의 교류와 협력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때는 행정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 정치인들은 어떻게 하면 양국의 법률을 어기지 않고 교류와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 각국의 관세 및 소득세, 행정적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시진핑 中국가주석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AR과 VR은 사실 IoT(사물 인터넷)이나 인공지능보다 우리의 생활을 변모시키는데 더 크게 와 닿을 것이다. 의료계는 먼 곳의 응급환자나 오지의 장기 질환자를 진료하는데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군대와 경찰은 장병들의 훈련에 사용하면 좋다. 아니, 거의 대부분의 교육에서 AR과 VR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AR과 VR이 현실과 접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정보다. 이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인공지능이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 되겠지만, 인간은 계속 움직이고 시간은 흘러가기 때문에 꾸준히 사람이 수집해야 한다.

    AR과 VR은 인류의 생활을 한 단계 높이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부작용도 클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풀 다이브 게임’이다. 뇌에 전기 신호를 직접 보낼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한 채 가상현실게임을 즐기게 되면 시간과 공간 개념이 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 대 인간의 접촉을 꺼리는 일부 사람들은 이런 ‘풀 다이브 게임’에 중독돼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한국 사회에서나 통용되는 ‘청소년 보호법 제2조’, 일명 ‘셧다운제’를 전 세계가 도입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건강과 도덕 문제는 분명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아무튼 이런 ‘풀 다이브 게임’은 그래픽과 물리엔진뿐만 아니라 세계관 설정, 유저의 선택에 따른 시나리오 전개, 다양한 캐릭터와 장비의 설정 등이 필요하다. 즉 ‘풀 다이브 게임’이 성공하는 데는 기술과 함께 ‘이야기꾼’이 필수라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생존원칙 “현실을 바탕으로 한 사고 확대”

    이처럼 4차 산업혁명도 ‘인간’이라는 요소, ‘현실 생활’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 2017년 10월 열린 제1차 '4차 산업혁명위원회' 회의에서 강의하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런 강의로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개사진.
    ▲ 2017년 10월 열린 제1차 '4차 산업혁명위원회' 회의에서 강의하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런 강의로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개사진.


    핵심 원칙은 “현실을 바탕으로 해 생각을 넓히라”는 것이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의 변화를 예측하거나 대비하는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기자. 지금 현재의 생활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다면 어떤 일들이 필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은퇴를 앞둔 연령대가 아니라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 공부하고 있는 분야, 관심이 있는 분야 등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이뤄질 기술 발전은 현재의 업무에 바탕을 두고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업무 노하우를 어느 정도 보유한 사람, 충분한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앞으로 취업을 해야 할 사람들, 현재 근무하는 곳에서 더 발전하고 싶은 사람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해야 할 일’,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파악한 뒤 대비하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한층 줄어들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지금 언론과 정부 부처 등에서 주장하는 ICT 관련 기술만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의사와 변호사 등의 전문직부터 기자, 교사, 은행원, 증권사 직원, 대형 유통업체 판매 사원처럼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 택배 서비스 종사자나 운수업 종사자, 조선업과 중공업부터 시작해 소형기계 제조업체 근로자들도 모두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아 해당 일자리는 거의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개인과 사회가 제대로 준비를 한다면 ‘그 사람들’은 다른 일자리에서 다른 업무를 하며, 보다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생활하고 있을 것이다.

    [3편 ‘4차 산업혁명 시대 반드시 피해야 할 직업’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