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비핵화 불가' 관련 美 전문가 평가트럼프, 북한 핵 보유 현실 인정하고 다른 거래 모색 가능성북미대화 테이블서 '비핵화' 보다 평화협정 체결 집중 가능성北 '비핵화 불가' 방침, 美 사실상 용인시 韓 비용·부담 가중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고 있다. 출처=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고 있다. 출처=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논의 배제를 조건으로 북미대화 의향을 나타낸 것과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한국의 안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연합뉴스가 외교국방 전문가들을 통해 한반도 주변 상황과 관련해 질문한 결과를 보면,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명백히 거부한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공식 의제로 삼은 회담을 고집하기보다는 북한의 핵 보유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다른 형태의 '거래'를 모색하려 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는 일단 제쳐두고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에 집중하기로 김 위원장과 합의할 경우 "한국은 커져가는 핵 위협에 스스로 대처해야 하고, 더 큰 비용과 부담을 짊어지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려는 의지가 확인됐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 연설에서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들의 만남은 이르면 다음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엘렌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학술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본격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APEC 북미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더라도 그 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거나 장기적 관점에서 비핵화를 추구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의제가 '비핵화'에 얼마나 밀접하게 묶일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1기를 비롯해 미국 역대 행정부를 이어온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정통성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미국은 비핵화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그것을 장기적 목표의 일부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리스크를 줄이는 데만 집중하고, 비핵화 문제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학술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을 기반으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행동하는 편"이라며 "그는 이미 북한을 핵국가(Nuclear Power)로 호명했다"는 점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