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 14기 13차회의서 중요연설李대통령 실명 거론하며 '3단계 비핵화론' 비난"이재명 정부 '흡수통일' 야망, 보수 정권 능가"트럼프엔 유화 제스처 "좋은 추억 있어"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22일 뉴스1과 연합뉴스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20~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중요연설에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에 선을 그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적대적 두 국가론'을 부각하면서 "일절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해 한국과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국을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사실이 어제, 오늘 갑작스레 내린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서 "가장 적대국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가장 적대적인 반공화국 적대행위의 역사를 걸어왔기 때문"이라며 남북 관계 악화의 원인이 한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익의 견지에서 볼 때 우리는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철저히 이질화되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처음 정의하고,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한 표현을 모두 삭제하는 내용의 개헌을 지시한 것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재명 정부가 이전 정권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우리에 대해 그 무슨 '관계 개선'이요 '평화'요 하면서 '융화 노선'을 제창하고 있는데 본질상 달라진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흡수통일' 야망에 있어서는 오히려 반공화국 정책을 국시로 정하였던 이전의 '악질 보수' 정권들을 무색케 할 정도"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그 근거로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의결한 내년 예산안에 군사비가 8.2%가 증강된 것을 언급하며 "반공화국 대결 광신으로 악명 떨친 윤석열 정권을 훨씬 능가"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 대통령의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한 비난도 내놨다.

    그는 "현 집권자의 이른바 '중단-축소-비핵화'라는 '3단계 비핵화론' 역시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 절하했다.

    한편, 미국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며 한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차 방한에 나설 때 북미 간 깜짝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바라고 있는 비핵화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며,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음을 강조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전쟁 억제력'을 위한 것이고, 억제력이 상실되면 "한국과 주변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