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집도의 살인 혐의 인정낙태 산모, 고의·공모 혐의 부인法, 다음달 결심 공판 진행키로
  •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원. ⓒ뉴데일리 DB
    36주 차 태아를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시킨 뒤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병원장과 의사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공범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산모는 살인에 고의가 없고 범죄를 공모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18일 살인, 의료법 위반, 허위진단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의사 윤모씨와 집도의 심모(61)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윤씨와 심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병원과 환자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와 배모씨도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20대 산모 권씨 측은 "낙태 목적으로 시술을 의뢰해 태아가 사망한 것은 맞지만 살인을 공모한 사실은 없다"면서 "태아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모르고 고의가 없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윤씨와 심씨는 2022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한씨와 배씨를 통해 임신중절 수술을 원하는 산모 527명을 알선받아 14억6000만 원의 수술비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임신 36주차 태아를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시킨 뒤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은 산모 권씨가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총 수술비용 900만 원, 지옥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영상에는 36주차 태아를 낙태한 경험담이 생생히 담겨 충격을 자아냈다.

    논란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한 달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은 낙태 수술이 이뤄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권씨와 윤씨, 심씨 등을 살인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윤씨에겐 병원 내부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지 않아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은 낙태 수술이 이뤄진 병원에 대해 세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해 진료 기록부 등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 6월 법원은 의사 윤씨와 심씨에 대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 7월 이들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13일 결심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현행 모자보건법상 임신 24주가 넘긴 태아 낙태는 불법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뒤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진행되지 않아 처벌 규정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