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 스타로 상업적 성공 후 감독으로도 수작 남겨'내일을 향해 쏴라'에 출연해 주목…'선댄스 영화제' 창립생전 트럼프에 반대 목소리…트럼프는 고인에 "위대했다" 평가
  • ▲ 배우이자 선댄스 영화제 설립자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2019 선댄스 영화제'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190124 AP/뉴시스. ⓒ뉴시스
    ▲ 배우이자 선댄스 영화제 설립자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2019 선댄스 영화제'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190124 AP/뉴시스. ⓒ뉴시스
    미국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별세했다. 향년 89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로저스&코완 PMK의 신디 버거 CEO는 레드포드가 유타주 자택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사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193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태어난 레드포드는 콜로라도대에 야구 장학생으로 진학했지만, 학교의 관료적 분위기에 반감을 느껴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유럽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대중적 인지도를 본격적으로 넓힌 작품은 1969년작 '내일을 향해 쏴라'였다. 이 영화에서 폴 뉴먼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일약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더 스팅(1973),'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특히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는 사건을 추적한 기자 밥 우드워드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남겼다.

    이밖에도 △위대한 개츠비 △콘돌 △내츄럴 △업 클로즈 앤 퍼스널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레드포드는 당대 대표 여배우들과 함께한 작품으로도 잘 알려졌다. '맨발의 공원(1967)', '추억(1973)',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 등에서 제인 폰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메릴 스트립 등과 주연을 맡았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할리우드 미남 스타였던 그는 흥행 배우에 그치지 않았다. 감독으로서도 무게감 있는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감독 데뷔작은 1980년작 '보통 사람들'이다. 미국 중산층 가정의 균열을 다룬 이 작품으로 레드포드는 198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1992년 연출한 '흐르는 강물처럼' 역시 대표작으로 꼽힌다. 몬태나의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1990년대 할리우드 명작으로 자주 언급된다.

    1950년대 미국 퀴즈쇼 조작 파문을 다룬 '퀴즈쇼(1994)'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레드포드의 영화계 공헌은 연기와 연출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선댄스 영화제의 창립자이자 이사로 활동하며 미국 독립영화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영화제 이름인 '선댄스'는 그가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연기한 실존 인물 선댄스 키드에서 따왔다. 이후 선댄스는 할리우드 주류 시스템 밖에서 새로운 영화를 모색하는 신인 감독들의 대표적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스티븐 소더버그, 쿠엔틴 타란티노, 제임스 완, 데이비드 O. 러셀, 대런 아로노프스키, 클로이 자오 등도 선댄스를 통해 주목받은 인물들이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레드포드는 2002년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그의 마지막 출연작은 올해 3월 방영된 드라마 '다크 윈즈' 시즌3로 알려졌다. 레드포드는 이 작품에 카메오로 등장했다. 이는 6년 만의 연기활동이자 생전 마지막 작품이 됐다.

    레드포드는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했다. 그는 약 30년간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이사로 활동하며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정치적 목소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2020년 기고문에서 당시 재선을 노리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연임하면 독재 정치로의 추락이 가속할 것"이라면서 사퇴를 촉구하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지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국빈 방문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레드포드에 대해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시절이 있었고, 한때 가장 뜨거운 배우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