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극악무도한 범죄, 환자 치료권 박탈"WHO "의료서비스 더 악화…지금 당장 휴전하라"이스라엘 "비극적 사고에 유감…고의로 민간인 공격 안 해"
  • ▲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호삼 알마스리 기자의 카메라가 붉은 피를 뒤집어쓴 모습. 250825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호삼 알마스리 기자의 카메라가 붉은 피를 뒤집어쓴 모습. 250825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2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을 공습하면서 AP통신 등의 언론인을 포함해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수십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AP, 알자지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IDF)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남부 병원 4층이 붕괴했다고 밝혔다.

    특히 첫 번째 공습으로 구조대원, 기자들이 나세르병원으로 달려가던 때 두 번째 공습이 이뤄지면서 사상자는 더 늘어났다.

    이번 공습으로 언론인 6명도 사망했다. △AP 등에서 프리랜서로 일한 마리암 아부 다카 △알자지라의 무함마드 살라마 △로이터통신의 프리랜서 후삼 알마스리 △미국 NBC 방송의 무아트 아부 타하 △일간 알하야트알자디다 소속 하산 두한 △쿠드스네트워크와 미들이스트아이 등에서 프리랜서로 일한 아메드 아부 아지즈 등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자 남부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공립병원을 직접 타격한 극악무도한 범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에 따라 혼란이 야기되고 수술이 차질을 빚는 등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가 박탈됐다"고 비난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엑스(X, 옛 트위터)에서 "최소 20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를 들었고, 부상자 50명 중에는 치료 중이던 중증 환자도 포함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제한적인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반복적인 공격으로 더 약화하고 있다"며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 지금 당장 휴전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 등에서 활동하는 기자를 위한 외신기자협회(FPA)는 성명에서 "아무 경고도 없이 공습이 이뤄졌다"며 "가자지구에서 너무나 많은 언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스라엘에 살해당했다"고 비난했다.

    FPA는 "이스라엘은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는 혐오스러운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가자지구 전쟁 22개월간 192명의 기자가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외신 취재진의 가자지구 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며 현지의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서방 매체에 고용돼 활동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소식을 알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지 언론인이 하마스 등에 연루됐다고 의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이번 공습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기분이 좋지 않다(not happy). 보고 싶지 않다"며 "이와 동시에 우리는 모든 악몽을 끝내야만 한다"고 답했다.
  • ▲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AP통신 등에서 프리랜서로 일한 마리암 아부 다카 기자의 시신이 이송되고 있는 모습. 250825 AP/뉴시스. ⓒ뉴시스
    ▲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AP통신 등에서 프리랜서로 일한 마리암 아부 다카 기자의 시신이 이송되고 있는 모습. 250825 AP/뉴시스.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문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오늘 가자지구 나세르병원에서 비극적인 사고(mishap)가 발생한 것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군 당국이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전쟁은 하마스 테러리스트에 대한 것"이라며 "우리의 정당한 목표는 하마스를 격퇴하고 인질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피 데프린 IDF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나세르병원 공습 사실을 인정했으며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이 이와 관련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데프린 대변인은 "오늘 군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 일대를 공습했으며 언론인을 포함한 민간인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했다"며 "먼저 IDF는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IDF는 병력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도 "우린 매우 복잡한 현실 속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은 병원 등 민간시설을 의도적으로 방패막이로 삼고 있으며 나세르병원에서 작전을 펴기도 했다"면서 이번 공습의 당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우리는 국제법을 준수하는 전문성 있는 군으로서 작전을 철저히 조사할 의무가 있다"며 "조사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표적과) 관계없는 개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것에 유감"이라면서 "필요한 모든 예방조치를 취하며 하마스와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병원에 대한 공격과 공습은 드문 일이 아니다. 가자지구 전역에서 여러 병원이 공격을 받거나 급습 받았지만, 이스라엘은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의료시설 내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들을 목표로 공격했다고 주장해왔다.

    가자지구에서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나세르병원 역시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종종 공습 표적이 됐다.

    보건부에 따르면 나세르병원은 6월에도 공습으로 3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당시 IDF는 병원 내 지휘통제센터에서 작전 중인 하마스 무장세력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개전 이래 이스라엘 군사작전으로 총 6만2744명이 숨지고 15만8259명이 다쳤다고 집계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