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사 상가 153곳 중 70곳 냉방시설 전혀 없어실외기 설치 공간 부족·공사 난이도 등 구조적 제약 탓체감온도 외부보다 2~3도 높아 "건강권 위협"
  • ▲ 지하철 역사 상가는 실외기 설치 공간 부족과 환기실까지 배관을 연결하는 공사가 필요해 설치가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AI 생성
    ▲ 지하철 역사 상가는 실외기 설치 공간 부족과 환기실까지 배관을 연결하는 공사가 필요해 설치가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AI 생성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지하철 일부 역사에 입점한 상가의 절반 가까이가 냉방시설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외기 설치 공간 부족과 공사 비용 등 구조적 제약 탓에 냉방시설 설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폭염에 노출된 상인과 시민의 안전을 위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향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영등포 제4선거구)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지하철 역사 내 상가 냉방시설 현황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153개 상가 중 70개 상가(45.8%)는 에어컨 등 냉방시설을 전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3호선 안국역은 입점 상가 11곳 모두가 무냉방 상태였으며 아현역(5곳 중 4곳 미설치), 금호역(5곳 중 4곳 미설치), 수서역(8곳 중 6곳 미설치)도 절반 이상이 냉방 설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 대부분이 밀폐된 구조인데다 역사 자체가 통풍이 원활하지 않아 체감 온도는 외부보다 2~3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비용 부담과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상인들이 냉방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역사 내 상가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자체 비용을 부담해 냉방기를 설치해야 하지만 실외기 설치 공간이 부족한 데다 지하역사의 경우 상가와 환기실까지 배관을 연결하는 공사가 필요해 설치가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

    김지향 의원은 "연일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상황에서 지하철역 내부 온도가 외부보다 더 높은 경우도 많다"며 "냉방 설비가 없는 상가가 절반에 달하는 것은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재난관리 차원에서 상가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는 현재 일부 지상 역사 승강장에 고객대기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혹서기 기간 냉방 보조기기를 임차해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상가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지원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