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수색·VIP 격노설·호주 도피·구명 로비…4대 의혹 집중 점검"격노는 망상" 염보현, "허리 아래까지" 최진규, 조태용·임기훈 출석
  • ▲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서성진 기자
    ▲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서성진 기자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해병 특검이 맹공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은 20일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작성한 염보현 군검사(소령)를 비롯해 '수중 수색' 지시 의혹을 받는 최진규 전 해병대 포11대대장, 이른바 'VIP 격노 회의' 참석자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 "격노는 망상" 염보현, "허리 아래까지" 최진규, 'VIP 격노 회의' 조태용·임기훈 출석

    해병 특검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염 소령, 최 전 대대장, 조 전 원장, 임 전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염 소령은 오전 9시 37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그는 '영장 청구서에서 대통령 격노는 망상이라는 문구를 직접 작성했나', '검찰단장 지시로 망상 문구 작성했나', '청구서 누구 지시로 여러 사람과 작성했나' 등 질문에 침묵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염 소령은 2023년 8월 박 대령 항명 혐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작성했다. 그는 영장 청구서에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를 언급했다는 박 대령의 주장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기재한 의혹을 받는다. 박 대령 측은 지난해 3월 염 소령을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최 전 대대장은 오전 10시 2분 특검에 출석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피의자 신분이다. 그는 '박상현 당시 1사단 7여단장(대령)으로부터 수중 수색 지시를 받은 적 있나', '상급부대 지침을 위반하고 수중 수색을 지시한 이유는', '임성근 당시 1사단장이 수중 수색이 어렵다는 건의를 묵살했나', '당시 사단장의 바둑판식 수색 지침을 수중 수색으로 이해했나' 등 취재진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최 전 대대장은 채 상병 순직 전날인 2023년 7월 18일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며 채 상병이 속한 포7대대가 사실상 수중 수색으로 오인할 수 있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임 전 비서관은 오전 9시 36분 3차 참고인 조사를, 조 전 원장(당시 국가안보실장)은 9시 40분 4차 피의자 조사를 위해 특검에 출석했다. 두 사람 모두 2023년 7월 31일 열린 'VIP 격노 회의'에 참석했다. 임 전 비서관은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하며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조 전 원장도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인정했다.
  • ▲ 최진규 전 해병대 포11대대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진규 전 해병대 포11대대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수중 수색·VIP 격노설·호주 도피·구명 로비…'4대 의혹' 맹공 수사

    해병 특검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 당시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 전반을 들여다 본다. 핵심 쟁점은 ▲채 상병 사망 사건 ▲VIP 격노설 ▲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구명 로비 의혹 등 크게 네 가지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박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임성근 전)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의혹이다. 현재까지 특검은 'VIP 격노 회의' 참석자 7명 가운데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 5명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인정하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이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회피 목적으로 2023년 3월 그를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다는 내용이다.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하면서 이 전 장관은 출국했지만 여론 악화로 출국 11일 만에 귀국해 자진사퇴했다. 특검은 외교 인사가 수사 회피 수단으로 활용됐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구명 로비'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임 전 사단장의 사표 소식에 대통령 부부를 의미하는 'VIP'를 언급하며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며 불거졌다. 임 전 사단장은 구명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김 여사와 이 전 대표의 구명 로비 개입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