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앞선 억울함 호소…조사실에선 398차례 침묵특검 '부적절한 태도'…임 전 사단장 '정당한 권리'
  • ▲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문을 읽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문을 읽고 있다. ⓒ서성진 기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해병 특검 조사에서 무려 398차례 '진술 거부'를 외쳤다. 언론 앞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신속한 처분을 요구했지만, 정작 조사실에서는 입을 굳게 다물어 특검이 '부적절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7일과 11일 해병 특검의 2·3차 소환 조사에서 당시 실종자 수색 작전 지시와 사고 이후 경위를 허위로 보고한 의혹 등에 관한 질문 398건에 답변을 거부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 거부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244회, "진술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답변을 154회 반복했다. 이틀간 제시된 562건 질문 가운데 상당수에 응답을 피한 셈이다.

    그는 "여단장으로부터 수색 작전 계획을 보고받고 지도하거나 당부한 내용은 무엇이 있는가", "다수 사망·실종자가 발생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어서 병력 안전에 주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질문에 모두 "진술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현장 지휘에 사용한 차량 등 기본적 사실관계 질문에도 답을 피하자 검사가 '기초 사실까지 거부하는 이유'를 물었지만 임 전 사단장은 "그 이유조차 진술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복되는 진술 거부에 검사가 "수사기관의 증거관계나 의도를 파악하려 출석한 것이냐. 부적절한 태도로 보인다. 협조할 의향이 없느냐"고 지적하자 임 전 사단장은 "진술 강요로 느껴진다"고 반박했다.

    또 임 전 사단장이 특검팀에 제출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해 특검팀은 "핵심 증거의 포렌식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로 상당히 불량하다고 평가될 소지가 높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 측은 "헌법상 권리인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위축시키고, 법적 의무가 없는 스마트폰의 비밀번호 제출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사단장은 잇따른 진술 거부 이유에 대해 이미 군 수사단, 경찰, 검찰,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충분히 답변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이날 포렌식 참관을 위해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핵심 사항에는 답변했지만 중복된 질문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른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술 거부 횟수보다 질문과 답변의 맥락을 봐달라"고 덧붙였다.

    또 임 전 사단장은 "이 사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며 채 상병과 유가족께 죄송하다"면서도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병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진술을 거부하는 만큼 추가 소환 대신 당시 수색 작전에 관여한 지휘관들을 조사하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 상병의 상급 부대장으로, 안전 장비 지급 없이 무리한 수색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는 올해 2월 예편했다.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 수사단 초동 수사에서 혐의자로 적시됐다가 이른바 'VIP 격노' 이후 혐의자에서 제외됐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구명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