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중국희곡 낭독공연' 오는 9월 3~7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광인일기'·'현실동화'·'날개 달린 두약'… 강훈구·심지후·김수희 연출 참여
  • ▲ '광인일기(狂人日記)' 중국공연 사진.ⓒ리젠쥔
    ▲ '광인일기(狂人日記)' 중국공연 사진.ⓒ리젠쥔
    국립극단과 한중연극교류협회는 공동주최로 '제8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을 9월 3~7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올해는 3~4일 '광인일기(狂人日記)', 5~6일 '현실동화(人間童話), 6~7일 '날개 달린 두약(長翅膀的杜若) 등 중국 현대예술사와 연극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3편의 작품으로 꾸려진다.

    한중연극교류협회는 동아시아권의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2018년부터 한국의 '중국희곡 낭독공연'을 진행해 왔으며 2021년부터는 국립극단과 공동기획하고 있다. 뛰어난 중국의 전통·현대 희곡을 관객에게 소개하면서 영미·유럽권의 희곡이 주류를 이뤘던 국내 연극계에 또 다른 창작 동력을 공급하고 레퍼토리 다양성을 확장했다.

    중국 희곡의 출판과 번역, 유통에 그치지 않고 낭독공연과 중국 극작가 방한 등 심층 심포지엄을 진행하면서 본 공연 제작에 주춧돌을 놓았다. '물고기 인간', '낙타상자', '최후만찬', '만약 내가 진짜라면',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 '조조와 양수', '원칙' 등의 작품들은 국내 유수 극단들이 본 공연으로 제작했다.

    올해 '중국희곡 낭독공연'의 첫 막을 여는 작품은 '광인일기'(번역 장희재)다. 중국 대문호 루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광인일기'는 중국 신문학혁명을 태동시킨 주역 중 하나이자 중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는다.

    국제연극제 등지에서 주목받는 좡자윈이 각색했다. 공연 당시 코러스를 활용해 원작의 1인칭 소설 형식을 효과적으로 극화했다. 강렬한 신체언어와 무대미학이 돋보이며,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공연이라는 평을 받았다.
  • ▲ '현실동화(人間童話)' 중국공연 사진.ⓒ하이뎬란웨이
    ▲ '현실동화(人間童話)' 중국공연 사진.ⓒ하이뎬란웨이
    원작 소설이 피해망상증 환자의 이야기로 중국의 봉건제도와 구습을 비판한다면, 소설 출간 후 100 년이 흐른 지금 연극은 다시 무대로 광인을 소환해 동시대가 가진 사회적 제약들에 또 다른 시사점을 던진다.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으로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젊은 연극상 등을 수상한 강훈구가 연출을 맡는다.

    이어 공연되는 '현실동화'(작 양샤오쉐, 번역 김이삭·김우석)는 중국 우수 희곡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결혼을 앞둔 연인이 보석 가게에서 겪은 다툼을 계기로 내면세계를 항해하는 환상 경험을 주제로 한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침잠한 우화적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사적 상상력과 극작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극작가 양샤오쉐는 중국 난징대학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하면서 서구 현대극의 자율성과 실험정신을 중국 연극계에 더하고 예술의 폐쇄성을 타파하는 인물이다. '현실동화'는 2016년 베이징인민예술극단이 초연했다.

    한국 낭독공연에서는 심지후가 연출로 나선다. 심지후는 '큰 가슴의 발레리나', '비밀의 화원' 등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차별, 편견의 문제를 꾸준히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시대의 목소리를 무대 위에 그리는 데 감각적인 예술관을 가진 연출가다.
  • ▲ '날개 달린 두약(長翅膀的杜若)' 중국공연 사진.ⓒ차이위안
    ▲ '날개 달린 두약(長翅膀的杜若)' 중국공연 사진.ⓒ차이위안
    중국 현지에서 2023년 초연한 '날개 달린 두약'(번역 김우석)이 대미를 장식한다. 극작가 구레이가 집필한 '물이 흘러내린다'의 연작으로 '물이 흘러내린다'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면 '날개 달린 두약'은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작과 달리 작품의 초점을 인물 관계나 갈등 구조에 두지 않는다. 어머니 '방두약'이라는 인물 자체를 중심에 둠으로써 중국뿐만 아니라 보편적 사회 구조가 가진 여성으로서의 고정된 역할론을 조명한다. 구레이는 "세상 모든 엄마가 살아온 나날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모친과 그분이 겪어온 세월에 바치는 시"라고 밝혔다.

    낭독공연은 여성 문제와 노동, 사회의 이데올로기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작품 활동을 펼쳐 온 김수희가 연출을 이끈다. 김수희는 '말뫼의 눈물', '아버지들', '아들에게' 등을 대표작으로 노동·여성·정치에 대해 말하는 연극을 꾸준히 창작해 오고 있다.

    각 공연의 첫 회차 종료 후에는 공연의 연출가와 번역가, 배우가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도 준비돼 있다. '제8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은 전석 1만 원으로, 국립극단 누리집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