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단수' 지시 전달한 장관 구속 … 대통령 명령도 형사처벌 대상?"진술 따라 운명 갈린다?" … 실질 증거 없이 수사 확대 논란"사법권, 통치행위까지 침투" … 국가 위기대응 체계 무력화 경고도
  •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일부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후 4일 첫 조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내란 특검의 수사 방향이 대통령의 권한 행사 자체를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 "비상지시 이행도 범죄?" … 대통령 권한까지 겨눈 사법심사

    내란 특검은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일부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이를 소방청과 경찰 등에 전달했다는 혐의에 따라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위증 혐의 등으로 지난 1일 구속했다. 이어 사흘 만에 첫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진술을 발판 삼아 한덕수 전 총리 등 국무위원급 인사들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은 대통령의 비상대응 권한 및 국가 중대 위기관리 체계를 사실상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서 내리는 지시를 장관이 그대로 이행했을 때, 이후 그 장관이 사법처리까지 된다면, 앞으로 어느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할 수 있겠나"라며 "지시가 위법·위헌인지 판단하는 책임까지 장관에게 전가될 수 있다면, 국정운영 체계가 사실상 마비된다"고 말했다.
  • ▲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 ⓒ연합뉴스 제공
    ▲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 ⓒ연합뉴스 제공
    ◆ "진술만으로 구속" … 국가 기능 흔드는 '사법의 칼날'

    특히 문제는 이 같은 중대한 범죄 구성 요건에도 불구하고 '진술 중심' 수사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란죄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범죄인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경우,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이를 수 있는 중범죄다.

    그럼에도 특검은 이상민 전 장관에 대한 신병 확보 이후 진술 내용에 따라 국무위원들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곧 진술에 의존한 수사 방침을 공언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에이팩스의 김재식 변호사는 "진술은 물론 수사의 핵심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내란죄는 국가체제 전복 시도와 같은 극단적인 목적과 명확한 실행이 수반돼야 한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는 정황에 불과하고, 이를 확대 해석해 실형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런 우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특검은 '평양 무인기 서울 진입 의혹'과 관련해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당시에도 "국가 안보를 지키는 실무라인에 대한 과도한 형사책임 추궁이 군의 작전 수행 능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사안 역시 마찬가지다. '단전·단수' 지시 여부는 위기대응 시나리오상 흔히 검토되는 내용 중 하나이며, 해당 지시가 문서화된 실행계획으로 이어졌는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대통령 지시를 전달한 행위 자체에 대해 구속이라는 강제수사를 동원했다는 점은 사법권의 확대 해석 소지를 남긴다.

    또 다른 형법 교수는 "이번 수사는 대통령 권한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사법권이 사실상 행정권의 통치행위에까지 손을 뻗는 것"이라며 "정권의 심판과 국가 기능의 견제 사이에 균형이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내란중요임무종사죄는 내란의 실질적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경우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증거없이 진술에 의존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부풀리며 혐의와 그로인한 형, 실제 한 행위의 불균형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확보 중인 이 전 장관의 구속기간 20일 동안 어떤 실질적 증거를 보강할 수 있을지가 향후 수사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1일 기자들과 만나 "수사 연장은 아직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추가로 확인할 사안이 많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상황처럼 실질 증거 없이 진술에만 의존한 상태에서 대통령의 비상 권한과 국가 위기대응 체계를 무력화하는 수사가 지속된다면, 그 여파는 단순한 정권 책임을 넘어 국가적 기능 마비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김 변호사는 "단전, 단수 등도 결국 계엄 선포시의 매뉴얼 중 하나다. 기본권이 일시 정지되기 때문이다"며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한 사람을 구속시켰다는 것은 향후 대통령의 모든 지시에 대해 이를 실행해야 하는 조직이 위법성과 위헌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