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원래 그렇다"는 현실에 수사권박탈 적절치 않아"조직범죄에 끌려 다니는 現 형사사법 시스템""검사 수사권은 불가피한 필요악""국수위, 견제도 없이 수사 전반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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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법안 관련 공청회에서 모성준 사법연수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모성준 사법연수원 교수,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 교수, 양홍석 변호사, 이광철 변호사. ⓒ연합뉴스 제공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법이 원래 그런 것이다' 라며 손을 놓았던 현실인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고요? 조직적 사기범죄 피해자들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질 것입니다"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법안 공청회에 참석한 모성준 사법연수원 교수는 '검찰 수사권 박탈'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4법'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조직범죄에 대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한계와 수사·기소 분리 우려 제기돼그는 "지금 형사사법시스템은 범죄기계로 진화한 범죄조직을 억제할 능력을 상실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검사의 수사권한을 전면적으로 박탈하고 공소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두게 된다면 사기범죄에 대한 대응역량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모 교수는 "피해자들이 피해를 회복하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워질지도 모를 것"이라며 "다수의 수사기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사와 기소 기능이 완벽하게 분리된다면, 수사와 피해회복에 필요한 정보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원으로까지 제대로 흐르게 될 모든 통로가 막혀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모 교수는 국내 형사사법 시스템이 조직적 사기범죄에 있어서 대응역량이 부족한 사례로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을 예로 들었다.그는 "미국의 경우 권도형에 대해 빠르게 민사책임을 확정하고 파산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은 아직 권도형에 대한 기소를 하지도 못했으며, 추징보전 이후의 절차 또한 제대로 진행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대형 경제범죄에 대해 무기력한 형사사법시스템은 권도형이 기를 쓰고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되려고 했던 주된 이유"라고 일침을 놓았다.모 교수는 "보이스피싱이나 코인사기, 다단계사기 및 불법 인터넷 도박장 등 대규모 조직적 사기범죄에 관해 수사기관과 법원은 범죄적 진실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세사기 피해규모가 3조원을 훨씬 넘어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수사가 피해 확산을 저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이어 "수사와 공판과정이 전면적으로 분리될 경우 조직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수사와 피해회복을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제도들, 예컨대 범죄수익에 대한 정보획득, 범죄수익의 확보, 피해자 확정 및 범죄수익 배분 체계를 도입하기 어렵고 도입해도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
◆"사법실험 해선 안돼"… 실무적 해법 제시안 나오기도
- ▲ 검찰 ⓒ연합뉴스 제공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대표 변호사이자 대검찰청 검찰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은 "형사사법절차는 어떤 공권력의 행사보다 제도적 완결성과 안정성이 요구된다"라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사법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기존 제도의 개폐와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긍정적 전망으로 하무로 성급하게 해서는 안된다"며 검찰개혁 4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특히 그는 "수사기소 분리와 검사의 수사권 박탈은 근대 이후 쌓아온 역사적 경험이나 이론체계, 실무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접근"이라며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서 반드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인지 검토해야 한다"며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고집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양 변호사는 "형사사법절차는 누군가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사법적 중대재해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직시하면서 문제가 적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수사개시는 1차 수사기관이 하고 수사종결은 검찰이 하되 수사시작과 끝까지 1차 수사기관이 하면서 적법성을 검사가 할 경우 수사기소를 분리하면서 기존 사법시스템에 충격이 덜한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며 기존 사법시스템을 유지한 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
◆"국수위는 초강력 통제기구" … 수사 독립성 침해 우려
-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연합뉴스 제공
국가수사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오히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양 변호사는 "국가수사위원회는 수사와 관련된 정책부터 감찰기능, 수사절차 및 내용에 대한 통제기능까지 모두 하나의 국가기관에 모아둔다는 발상으로 만든 것"이라면서 "이 자체가 견제와 균형을 완전히 무시하는 접근"이라고 비판했다.이어 "1차 수사기관과 검사 사이에서는 수사기소를 분리해놓고 국가수사위원회에서는 수사중에도, 수사후에도 관여할 수 있도록 열어둔다는 것 자체가 수사기소 분리에도 역행한다"며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 지휘나 관여가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나 금기시 되고 있는데 이것은 지휘나 관여를 아예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국가수사위원회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권한을 가진 기관으로 수사중에도 수사 이후에도 수사에 관여할 수가 있으면 적법성 뿐만 아니라 적정성에 대해서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관여해서 바꿀 수도 있다"며 "수사한 수사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도 하며 정책까지 바꿀 수 있는 폭 넓은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고 덧붙였다.양 변호사는 "이 같은 권한을 가진 기관의 위원회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형태의 구성을 가진 위원회에서 운영이 되게 되고 업무범위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개입하거나 하지 않거나 자체도 정치적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위원회의 활동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 되며 수사기관 역시 국수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모 교수 역시 "국수위의 권한을 보면 지금까지 보았던 수사에 대한 통제체계로는 너무나 강력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실제로 사건에 대해 영향을 끼칠 수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 날 공청회에서는 검찰개혁 4법을 찬성하는 법조계 의견도 제시됐다.서보학 경희대 법학저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개혁의 완성은 완전한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있다"며 "검찰에 수사권을 남겨둘 경우 검찰권의 비대화와 남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이어 조국혁신당 검찰개혁 특보이자 법률사무소 같은 생각의 이광철 대표 변호사는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에 해당하는 검찰제도는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며 "검찰의 탈정치화, 탈권력기관화를 같이 달성해야만 적법절차 및 인권보장이 관철되는 검찰개혁의 목적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다만 그는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안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법안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