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울산에 1-0 승리린가드 환상적인 선제 결승골순수한 린가드의 진심, 김기동 감독의 진심과 통해
  • ▲ 서울의 린가드가 환상적인 골을 작렬시키며 울산전 1-0 승리를 이끌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서울의 린가드가 환상적인 골을 작렬시키며 울산전 1-0 승리를 이끌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기 같다."

    김기동 FC서울 감독이 제시 린가드를 이렇게 표현했다. 올해 '32세'의 베테랑 공격수 린가드.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 '베이비'라니. 무슨 의미일까. 

    린가드는 K리그의 '슈퍼스타'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출신. 맨유 유스를 거쳐 맨유 1군에서 1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 슈퍼스타 군단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경험도 있다. 

    이런 린가드가 2024년 K리그에 입성했다. 역대 K리그 외인 중 이름값이 가장 높은 선수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외신들도 린가드 소식을 앞다퉈 다를 정도였다. K리그에는 자연스럽게 린가드 열풍이 불었다.   

    그런데 이름값과 K리그 적응은 비례하지 않는다. 경기력보다 문화 적응이 더욱 중요하다. 스타, 특히 외국인 스타는 이기적일 수 있다는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K리그에서 수없이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외인들을 목격했다. 린가드도 이런 우려에서 완전히 제외되지는 못했다. 왜? 전적이 있으니까. 

    맨유 시절 린가드는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었다. 맨유 동료 폴 포그바와 함께 라커룸 분위기를 망치는 주범 중 하나로 찍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고도 쳤다. 

    하지만 한국에 온 린가드는 달랐다. 그는 한국에, K리그에, 서울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은 통했다. 그 노력의 핵심은 축구를 향한 '순수한' 진심, 팀을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이었다. 김기동 감독이 '아기'라고 표현한 이유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울산HD의 K리그1 22라운드가 펼쳐졌다. 이 경기의 주인공은 '베이비' 린가드였다. 전반 42분 린가드는 환상적인 골을 터뜨렸다.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한국 최고의 골키퍼 조현우가 몸을 날렸으나 손이 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골이었다. 

    린가드 역시 만족스러운 골이었다. 그는 "내가 넣은 골 중 5위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발에 맞는 순간 골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골이 아니더라도 골키퍼가 당황할 것으로 판단했다. 황도윤이 발에 잘 맞게 좋은 패스를 해준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은 지긋지긋한 울산 징크스를 깼다. 무려 '2822일' 만에 울산을 잡은 것이다. 지난 2017년 10월 28일 이후 22경기 동안 울산전 무승 행진(7무 15패)을 이어가다 드디어 승리를 쟁취했다. 린가드의 골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최근 경기력과 컨디션이 유독 많이 올라온 린가드다. 그 속에는 김기동 감독의 '육아법'이 숨어 있다. '베이비' 린가드의 강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육아법이. 

    김기동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K리그의 대표 '덕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따뜻한 감독의 손길이 린가드에 날개를 달아줬다. 린가드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음을 움직이니 몸도 따라 움직였다. 린가드는 거침없이 날아 오르고 있다.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 올리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2가지다. 채찍과 당근. 두 가지 다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분명 감독마다 비중의 차이가 있다. 린가드는 강압과 통제로 제압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소통과 대화로 힘을 키우는 선수였다. 이 부분이 김기동 감독의 인품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린가드는 자신의 진심을 여가 없이 김기동 감독에게 털어놨고, 김기동 감독은 그런 린가드에게 따뜻한 소통으로 화답했다. 이런 시간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의 신뢰는 두터워졌고, 린가드의 날개는 더욱 활력을 가질 수 있었다. 현재 서울의 '캡틴'은 린가드다. 두 사람의 신뢰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표다. 

  • ▲ 린가드와 김기동 감독은 서로 진심을 전하며 두터운 신뢰를 구축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린가드와 김기동 감독은 서로 진심을 전하며 두터운 신뢰를 구축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런 일화가 있었다. 김기동 감독이 꺼낸 이야기다. 

    서울은 전북 현대와 코리아컵 8강에서 0-1로 패배하며 탈락했다. 이 경기가 끝난 후 린가드가 김기동 감독을 찾아왔다. 린가드는 이렇게 고백했다고 한다. 

    "저 때문에 골을 먹었습니다. 저 때문에 역습을 내줬습니다. 사과하고 싶습니다."

    자신으로 인해 팀이 실점을 허용했고, 팀이 졌다며 자책했다. 그리고 사과했다. 세상에 이렇게 순수한 축구 선수가 아직도 남아 있을까. 그것도 외인이. 이런 선수가 있는 팀은 끈끈함과 단결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스타 선수가 이런 자세를 취했다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화려한 스타 린가드의 겉모습에서 보이지 않는 숨은 힘이다. 어쩌면 이 힘이 서울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 

    린가드는 그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전북전에서 내가 사이드로 패스하는 과정에서 인터셉트를 당했다. 그리고 실점했다. 많이 실망했다. 코리아컵에서 떨어진 게 내 책임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감독에게 솔직하게 내 감정을 말했다"고 떠올렸다. 

    김기동 감독은 린가드의 진심을 들었고, 자신의 진심도 전했다. 부드럽게 '베이비'를 케어했다.   

    김기동 감독은 "린가드는 나와 소통을 잘하고 있다. 교체를 할 때도 이유에 대해 충분한 소통이 이뤄진다. 린가드도 이런 부분에서 이해를 한다. 잘하는 부분은 더 칭찬을 해준다. 부족하면 다독여 준다. 그러니 더 잘하는 것 같다.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감독이 칭찬을 해주니 아기처럼 좋아했다"고 밝혔다. 린가드의 순수함에 '아빠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칭찬은 린가드를 춤추게 만들었다. 춤추게 만들어준 김기동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린가드는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크게 성장하고자 한다. '베이비'의 성장에는 한계가 없다. 

    "칭찬은 언제나 기분 좋다. 사실 감독은 최근 너무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팀을 하나로 뭉쳐줬고,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감사하다. 이런 경기력을 계속 유지해야 경기장을 찾은 서울 팬들도 계속 응원을 해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퍼포먼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팀뿐만 아니라 나 또한 경기력을 유지해서 최고 레벨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