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에 도시기능 마비 … 정부, 풍수해 '심각' 단계 발령기상청 "폭우 계속될 것" … 추가 피해 우려에 전국 비상 체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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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를 강타한 극한 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도로, 철도, 주택 등 사회기반시설이 광범위하게 침수되거나 유실되면서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정부는 풍수해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3단계를 가동하며 비상 대응 태세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미 대규모 강우가 이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지자체장에게 주민 대피 명령 권한이 부여됐고 정부는 전면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사망 5명·실종 1명 … 수천 명 이재민 발생

    중대본 등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현재까지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민 수는 5000명을 넘어섰고 많은 이들이 임시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웠다.

    가장 큰 사고는 16일 오후 7시 4분께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수원 방면 고가도로 인근에서 높이 10m의 옹벽이 무너지며 아래를 지나던 승용차를 덮치면서 발생했다. 차량은 180t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눌렸고 3시간 후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40대 운전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17일에는 충남 서산과 당진 지역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사고가 잇따랐다. 오전 3시 59분께 서산시 석남동의 한 침수 도로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오전 11시 25분께는 인근에서 또 다른 80대 남성이 숨진 채 수습됐다.

    같은 날 오전 10시 40분께 당진시에서는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고 배수 작업 중 침수 주택 지하실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했다.

    18일 오전 3시 5분께는 대전 동구 인동 대전천에서는 "사람이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출동한 당국의 수색 결과 3시간 뒤 대덕구 세월교 하단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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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자도 잇따랐다. 17일 충남 청양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되며 주민 2명이 다쳤고 공주시 정안면에서는 배수로 정비 중이던 주민 3명이 토사에 휩쓸려 중경상을 입었다.

    같은 날 광주 북구 오룡동 과학기술원 인근 도로 침수로 음식점에 있던 있던 시민 77명을 포함해 다수의 인원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이어 임동 광천2교에서는 시간당 92㎜의 폭우가 쏟아지며 고립된 시민이 1시간 20여 분 만에 구조됐다.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에서도 금호강이 범람하며 주민 26명이 긴급 대피했고,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는 침수 마을 내 주민 15명이 구조됐다.

    공주시 사곡면 화월리에서는 둑이 무너지고 물이 밀려 들어오면서 고립된 주민 1명이 구조됐다. 당진시 용연동에서도 소방대원이 보트를 동원해 주민 구조에 나섰다.

    한편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에서는 전날 밤부터 "강물에 떠내려가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18일 오전 현재까지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도로·철도·항공까지 … 기반시설 마비, 도시기능 전방위 중단

    도로와 철도, 주택, 상가, 농경지 등 전국 각지의 기반시설이 물에 잠기거나 유실되기도 했다. 대중교통 운행이 전면 중단되고, 주민 대피와 정전, 농수산 피해가 잇따르는 등 도시기능 마비도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8일 오전 6시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시설 피해는 총 496건으로 이 중 도로 침수가 32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토사 유실(62건), 제방 유실(30건), 도로 싱크홀(3건), 하천 범람(2건), 낙석(2건), 역사 침수·옹벽 붕괴·농경지 침수(각 1건)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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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시설 피해도 276건에 달했으며 이 중 건축물 침수가 203건으로 가장 많았고 벼 침수(28건), 빈집·담장 붕괴(3건), 주택 침수(1건), 사유지 옹벽 붕괴(1건), 토사 유출에 따른 차량 및 건물 파손 사례도 확인됐다.

    충남도는 이번 폭우가 '200년 만의 기록적 사태'라고 밝혔다. 충남 지역에서는 1만2500㏊에 달하는 농경지와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양식장에서는 새우 100만 마리, 연어 5천 마리 이상이 폐사했다.

    정전 피해도 전국적으로 45건이 접수됐다. 이 중 9건은 여전히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앞서 17일에는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낙뢰로 정전이 발생해 학생들이 조기 귀가 조치되기도 했다.

    정전과 함께 하천 수위 상승에 따른 침수 위협도 커지면서 주민 대피가 잇따랐다. 이날 충남 지역에서는 622세대, 1223명의 주민이 인근 임시 대피소로 긴급 이동해 머물고 있다.

    철도 운행도 대거 중단됐다. 17일 오후 6시부터 ▲경부선 동대구∼부산 ▲경전선 동대구∼진주 구간의 일반열차가 멈췄고  18일 오전 6시 기준으로는 경부선, 경전선, 호남선, 장항선, 서해선, 충북선, 전라선 등 총 7개 구간에서 일반 및 KTX 열차 운행이 모두 중지됐다. 코레일은 18일 오전 "선로와 시설물 점검 후 순차적 운행 재개를 검토 중이나 일부 침수 구간은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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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끝나지 않았다" … 기상청, 추가 호우 경고에 비상 지속

    폭우가 주춤한 듯 보이는 가운데서도 기상청은 18일 오전 10시 10분께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명 피해와 기반시설 붕괴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추가 강우까지 예고되면서 수해 위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경남권에는 호우특보가 발효 중이며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남 서해안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20mm 내외의 강한 비가 관측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강수량을 살펴보면, 수도권에서는 ▲덕적도(옹진) 13.5mm ▲광릉(포천) 12.0mm ▲외서(가평) 11.0mm ▲청평(가평) 7.5mm ▲일동(포천) 7.0mm를 기록했다. 강원도 역시 ▲춘천 남산 9.5mm ▲홍천 7.2mm 등지에서 적지 않은 비가 내렸고 충청권은 대체로 1~2mm 안팎이지만 서해안 인접 지역에서 국지성 강우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점차 서해상에서 발달하며 유입되는 강수대의 영향으로 그 밖의 충청권과 전라권에도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리기 시작하겠고 경상권에도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면서도 "오늘(18일) 낮까지 내륙을 중심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많겠다"고 했다.

    기상청은 "산사태, 제방 붕괴, 시설물 침수 등 각종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