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아시안컵 3차전서 일본에 0-1 패배용인 미르스타디움 관중, 1만 8418명한일전 홈경기 관중 집계 후 역대 최소 관중
  • ▲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일본전에서 한일전 홈경기 역대 최소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대한축구협회 제공
    ▲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일본전에서 한일전 홈경기 역대 최소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대한축구협회 제공
    한일전. 축구 한일전은 한국에서 가장 치열하고 뜨거운 더비였다. 

    두 국가의 역사적인 악연이 더해져 진정 모든 것을 쏟아 서로를 무너뜨리는 명승부를 펼쳤다. 특히 한국은 다른 상대와 달리 더욱 강하고 위협적인 정신과 육체로 무장해 일본과 상대했다.  

    이런 한국의 기세와 의지에 한국 축구팬들도 격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한일전은 '흥행 보증수표'였다. 구름 관중이 경기장에 몰려 한국이 일본을 침몰시키는 과정을 환호하면서 지켜봤다. 일본에 패배한다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한일전이 2025년 7월, 그저 그런 경기로 전락했다. 한국 축구팬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외면을 받았다. 한일전의 상징성, 한일전의 뜨거움, 한일전의 치열함이 사라졌다.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 일본전. 한국은 전반 8분 저메인 료에게 선제 결승골을 얻어 맞으며 0-1로 패배했다. 

    한국은 준우승에 머물렀고, 일본은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한국은 한일전 역사상 최초로 3연패를 당했다. 역대 두 번째로 3경기 연속 0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던 것일까. 축구 팬들은 한일전을 외면했다. 이날 관중은 1만 8418명. 1차전 중국전(4426명)과 2차전 홍콩전(5521명)과 비교해 늘었지만, 한일전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처참한 흥행 실패다. 

    1만 8418명은 한국 홈에서 열린 한일전 역사상 '최소 관중'이다. 2만명이 넘지 못한 유일한 한일전 홈경기다. 굴욕이다. 한국 서포터즈 '붉은 악마'보다 일본의 서포터즈 '울트라 닛폰'의 기세가 한국의 홈경기장에서 더욱 컸던 이례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한국과 일본은 지금까지 총 82경기를 치렀다. 이 중 한국에서 열린 홈경기는 24경기였다. 

    1960년 11월 효창운동장에서 역사적인 한일전 첫 홈경기가 열렸다. 1962 칠레 월드컵 예선이었다. 한국은 정순천의 2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는 관중 집계가 되지 않았다. 1960년대 한일전은 모두 정확한 관중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그때의 한일전 열기는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관중이 집계된 경기는 1973년 6월 동대문경기장에서 열린 한일 정기전으로, 3만명의 관중이 찾았다. 이후 관중 수를 보면 한일전 열기가 보인다. 

    1984년 9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한일 정기전에서 5만명을 돌파했다. 1985년 11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진 1986 멕시코 월드컵 예선에서는 7만명을 돌파했다. 한일전 홈경기 역대 최다 관중은 1997년 11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1998 프랑스 월드컵 예선으로, 7만 2000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관중 집계가 이뤄진 경기 중 최소 관중은 1989년 5월 동대문경기장에서 열린 한일 정기전으로, 관중 2만명을 기록했다. 이 기록을 이번 홍명보호가 2만명 달성에 실패하면서 깨뜨린 것이다. 

    유럽파가 없는 동아시안컵이라 흥행에서 참패했을까. 동아시안컵 역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 다른 경기는 외면을 받았어도 일본전은 흥행을 책임졌다. 

    2005년 8월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4만 2753명의 관중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7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4만 7258명), 2019년 12월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2만 9252명)까지, 한일전의 열기는 뜨거웠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더워도, 추워도, 교통이 불편해도, 유럽파가 없어도 흥행 성공을 이어왔다. 한일전은 날씨, 장소, 선수 구성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한일전 그 자체로 모든 변수를 덮었다. 

  • ▲ 홍명보호는 안방에서 일본에 0-1로 패배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연합뉴스 제공
    ▲ 홍명보호는 안방에서 일본에 0-1로 패배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연합뉴스 제공
    한일전 홈경기 역대 최소 관중. 이것이 바로 홍명보 감독을 향한 '민심'이다. 

    홍 감독을 향한 불신이 한일전의 정체성을 파괴한 것이나 다름없다. 홍 감독이 첫 번째 대표팀 감독을 하던 시절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4만 7258명을 모았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다른가. '불공정' 감독 선임 논란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 감독 재신임을 받지 않는 이상, 절대로 무너질 수 없는 벽이다. 성적이 좋아도 깨뜨릴 수 없는 철벽이다. 

    이번 경기에서 또다시 홍 감독을 향한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한일전 흥행 참패는 홍 감독을 향한 불신이 멈추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더불어 경기력과 성적도 보여주지 못했다. 안방을 일본의 우승 잔치로 만들어줬다. 최악의 한일전이다.  

    홍명보호의 앞길이 험난한 가시밭길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불신의 크기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