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 수장 "회원국들, 보복 의지 커져"보잉-버번위스키 등 약 116조원 규모 관세시행은 내달 결정…8월1일까지는 협상에 집중
  • ▲ 미국-EU 관세협상. 사진=EU 무역담당 집행위원 SNS. ⓒ연합뉴스
    ▲ 미국-EU 관세협상. 사진=EU 무역담당 집행위원 SNS.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새롭게 마련한 대미(對美) 보복관세 패키지에 자동차, 항공기, 버번위스키 등 미국의 주력 수출품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EU는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한 새로운 시한인 8월1일 전까지는 협상에 전념, 어떠한 보복 조치도 시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14일(현지시각) 폴리티코 유럽판, 유락티브,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전날 27개 회원국에 2차 보복 조치 적용대상 목록이 적힌 206쪽 분량의 문서를 공유했다. 이 조치는 미국 기본관세 10%, 자동차 25%와 관련된 대응책이다.

    언론에 유출된 문서 초안을 보면 2차 조치 대상 규모는 총 721억1600만유로(약 116조원)로, 크게 공업제품(657억6400만유로)과 농식품(63억5200만유로)으로 구성됐다. 보복관세율은 명시되지 않았다.

    공업제품 중 항공기가 108억9400만유로(약 18조원)로, 단일 품목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보잉을 비롯한 미국 주요 항공기 제조업체가 영향권이다.

    이어 기계류와 자동차, 화학제품과 플라스틱, 의료장비, 전기장비 순으로 보복관세 규모가 컸다.

    대(對) EU 수출액 자체는 크진 않지만, 상징적인 제품도 포함됐다.

    미국 남부 켄터키주에서 주로 생산되는 버번위스키가 대표적이다. 버번위스키는 현재 시행이 보류된 EU의 1차 보복 조치에 포함됐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산 와인을 지목해 '재반격'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최종적으로 빠졌으나, 새로 마련된 2차 보복 조치에 다시 포함됐다.

    집행위는 해당 문서에서 5월 2차 보복 조치 구상을 처음 발표하면서 대상 규모를 950억유로(약 153조원)로 정했으나, 이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721억유로 규모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체 공급처가 있는 상품, 생산시설이 미국으로 이전될 위험도 등을 평가해 최종 목록을 추렸다고 덧붙였다.

    EU 측 협상 대표인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EU 통상장관회의 뒤 "최근 위협으로 인해 회원국 사이에 보복하려는 의지가 커졌다"고 밝혔다.

    EU 내에서 대미 강경론을 주도하는 프랑스의 로랑 생마르탱 무역장관은 "최근 미국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가한 압력이 우리 협상력을 제한하고 있다"며 "유럽이 강대국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이건 미국과 논의를 시작한 이래 본 것 중 가장 강한 메시지"라며 "일자리, 기업, 경제를 보호하고 균형 잡힌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매우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전날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통화한 데 이어 이날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통화할 예정이다.

    EU 협상실무팀도 이날 미국 워싱턴 D.C.로 향했다고 집행위는 전했다.
  • ▲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 250525 AP/뉴시스. ⓒ뉴시스
    ▲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 250525 AP/뉴시스. ⓒ뉴시스
    2차 보복 조치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이행법이 회원국 승인을 거쳐 채택돼야 한다. 무역정책 전권이 집행위에 있어 이 승인절차는 형식적 절차로 여겨진다.

    일부 회원국이 집행위의 계획에 불만이 있더라도 무산시키려면 EU 인구 65% 이상을 대표하는 회원국 55% 이상(15개국)의 반대표가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이론적으로는 집행위가 결정하면 당장이라도 보복 조치를 감행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집행위는 모든 보복 조치 시행 여부를 8월1일 이후로 미뤘다.

    올로프 길 집행위 무역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협상이 계속되는 8월1일까지는 어떠한 보복 조치도 내놓지 않을 계획"이라면서 협상에 전념하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했다.

    이어 "현재 가장 민감한 협상단계에 있으며 원칙적 합의를 타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철강관세 대응을 위해 일찌감치 마련해둔 210억유로(약 33조8000억원) 상당의 1차 보복 조치 역시 내달 초까지 유예기간이 연장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EU와 멕시코에 내달 1일부터 3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EU는 10% '기본관세'를 수용하는 대신 항공기·주류 등 품목 예외와 자동차 관세 인하를 얻어내는 원칙적 합의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일축하고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EU가) 관세를 인상하고 보복한다면 그건 우리가 부과하는 30%에 추가될 것"이라면서 보복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린 8월1일까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준비가 돼 있는 동시에 필요하다면 비례적 대응책을 채택하는 등 EU 이익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협상과 대응을 동시에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