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월 CPI 2.7% 상승…관세 여파 본격화 조짐근원물가 둔화에도 헤드라인은 반등물가 압력에 소비 위축까지…시장, 연준 방향성에 혼선美 국채금리 급등·나스닥은 최고…엇갈린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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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한 대형마트 계산대. 출처=APⓒ뉴시스
미국의 인플레이션 추이를 알려주는 지표인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가파른 상승률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관세 정책의 영향이 여름철 물가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여기에 소비 둔화 조짐과 관세 유예 가능성 등 복합 변수들이 맞물리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경로는 더욱 불확실해졌다는 평가다.15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는 6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5월(2.4%)보다 높은 수준이자 시장 전망치(2.6%)를 웃도는 수치다. 전월 대비 상승률 역시 0.3%로, 전달(0.1%)보다 확대됐다. CPI 상승폭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본격 전가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 5월(2.8%)보다 높지만 시장 전망치(3.0%)는 밑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2%에 그쳐 시장 예상치(0.3%)보다 낮았다. 연준이 주시하는 근원 CPI는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를 나타내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 것이다.품목별로 보면,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0.9% 상승했고, 이 중 휘발유 가격이 1.0% 올랐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2%, 식품 가격은 0.3% 각각 상승했다. 관세에 민감한 품목인 의류는 0.4% 올랐다.반면 신차(-0.3%)와 중고차(-0.7%)는 하락했다. 4월 25%의 자동차 관세 발효 전 구매 수요가 앞당겨졌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이번 CPI는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여름철 본격화하기 시작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첫 지표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포함한 통화당국자들은 기업들이 관세 시행 전 재고를 쌓아둔 덕분에 봄까지는 소비자 가격 상승이 억제됐으나, 재고가 소진되는 여름부터 관세 효과가 본격화할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해왔다. 실제로 이날 발표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일정 부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 관세 유예 조치와 소비 여력 둔화라는 두 변수가 물가와 금리 경로에 복잡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우선, 미국 내수 소비가 흔들리는 조짐이다. 6월 CPI 발표 후 토마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블룸버그 통신에 "인플레이션을 겪은 공급업체들은 비용 압박을 전가하려 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이미 인플레이션에 지쳐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관세 정책의 불확실성도 또 다른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4월 발표한 상호관세 조치를 기반으로 기본관세 10% 이외에 국가별 관세는 7월9일까지 유예상태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를 8월1일까지 연장하고, 각국과 무역협상으로 관세율 조정에 한창이다. 미국이 관세 정책 발표와 발효 유예를 거듭하는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면서 월가에서는 실효 관세율이 10%대 중반에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관세 유예 추가 연장 가능성도 제기된다.이언 린젠 BMO 캐피털 마켓 미국 금리 전략 수석은 "관세 이슈가 없었다면 이번 CPI는 오히려 연준의 금리 인하 논의를 자극했을 것"이라면서도 "관세 불확실성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보류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시장도 향후 금리 경로에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나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9월 금리를 0.25%P 인하할 가능성은 52.5%로 전일(58.9%) 대비 하락했다.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것이다. 7월 동결 가능성은 97.4%에 이른다.피터 카디릴로 스파르탄 캐피탈 증권의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CPI 결과는 헤드라인(총지수)이 예상보다 다소 높지만 근원 물가는 연준 목표 범위 내 흐름이라 관세가 물가에 서서히 스며드는 조짐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연준의 7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하며, 연준은 9월까지는 추가 데이터를 보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채권금리가 급등하며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축소에 '베팅'하는 흐름이 뚜렷했다.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 보다 5bp(1bp=0.01%P) 오른 3.95%,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6bp 상승한 4.49%를 나타냈다. 30년물 금리는 5.02%까지 오르며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했다.연준의 정책 경로가 인하보다 동결로 쏠릴 것이라는 투심이 반영된 것이다. -
- ▲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출처=UPIⓒ연합뉴스
밤 사이 뉴욕 금융시장은 지수별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36.36P 하락한 4만4023.29를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24.80P 떨어지며 6243.76을 기록했다. 다우와 S&P의 하락은 6월 CPI의 큰 상승폭에 따른 것이다.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엔비디아에 힘입어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37.47P 상승한 2만677.80으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한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1.1% 하락한 배럴당 81.9달러로 장을 마쳤다. CPI 상승과 소비 둔화 조짐이 겹치며 원유 수요 우려가 작용했다.국제 금값은 안전자산 선호에 소폭 상승했고, 달러인덱스는 연준 행보에 대한 매파적 해석에 104.9까지 상승하며 강세 전환했다.관세발 물가 압력과 소비 둔화, 관세 유예 변수,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축소 등 여러 요소가 뒤얽히며, 금융시장은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내려놓는 쪽으로 반응했다.채권금리 급등과 시장의 혼조세는 관세발 인플레이션과 소비 여력 위축이라는 이중적 신호 속에서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가 더욱 까다로워졌음을 시사한다.미국 보스턴 볼빈 웰스 매니지먼트 그룹의 지나 볼빈 대표는 "과감한 통화정책 전환을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인내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고품질 자산에 비중을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