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체결 관세 협정 탈퇴, 17.09% 관세 부과美 상무부 "불공정 관행으로 고통…농산물 가격 훼손"美 수입 토마토 90% 멕시코산…미국 내 가격 상승 우려美 업계도 반발…멕시코 "관세 중단 합의 노력, 신시장도 개척"
  • ▲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마린 푸드뱅크에 토마토 상자가 진열돼 있다. 250702 AP/뉴시스. ⓒ뉴시스
    ▲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마린 푸드뱅크에 토마토 상자가 진열돼 있다. 250702 AP/뉴시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4일(현지시각) 멕시코산 신선 토마토에 대해 17.09% 관세를 즉시 부과하기로 발표했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멕시코는 여전히 우리의 동맹국 중 한 곳이지만, 미국 농민은 토마토 같은 농산물 가격을 훼손하는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인해 너무 오래 고통받았다"며 "오늘 이런 상황은 끝난다"고 밝혔다고 AP·AFP통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2019년 멕시코와 체결했던 관련 무관세 협정(반덤핑 조사 중단 협정) 협상이 합의 없이 종료된 데 따른 조처라고 미국 상무부는 전했다.

    앞서 미국 토마토 생산 농가는 멕시코가 토마토를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에 수출(덤핑)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에 관세 부과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미국 플로리다 토마토익스체인지(도매유통시장)에 따르면 멕시코산 토마토는 현재 미국 시장의 약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년 전 30%에서 증가한 수치다.

    이날 미국 정부 발표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관세로 미국의 시들어가는 토마토 산업을 재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세로 수입 토마토 가격이 인상되면 미국 내에서 기른 국산 토마토의 소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로버트 군터 무역협회 부회장은 "미국 토마토 농가와 미국 농업계의 엄청난 승리"라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면 멕시코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미국 회사들을 포함한 반대자들은 이번 관세로 미국 소비자들은 신선한 토마토를 더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전국레스토랑협회 등에서는 이에 반대하면서 멕시코와의 관세 재협정 타결을 요구했다.

    상의와 미국 내 30개 기업 단체는 지난주 상무부에 보낸 공식 서한에서 미국 회사들이 멕시코산 토마토 수입 및 배급으로 5만명의 고용효과와 83억 달러(약 11조4750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역부문의 불확실성이 이미 커진 가운데 멕시코와 합의를 파기하는 건 보복관세를 비롯한 다른 상품과 농산물에 대한 대응으로 오히려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며 "미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모두 해로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토마토에 대한 17%대 관세 부과는 미국 소매가를 평균 약 8.5% 밀어 올릴 것이라는 학계 분석 속에 토마토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의 경우 대체 공급 난항으로 가격상승률이 10%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토마토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수입품에 대해 8월1일부터 3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한 것과는 별개 사안이다.

    미국 상무부는 앞서 4월에 "덤핑 등으로 부당하게 가격이 책정된 멕시코산 토마토로부터 미국의 토마토 농가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주장과 함께 5년여간 지속해 온 토마토 관세 유예 협정을 철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1996년 체결한 '토마토 협정'에 따라 30여년간 멕시코산 토마토에 대해 언제나 최저가격으로 들여와야만 했다. 이후 양국의 협정은 주기적으로 재검토를 거쳤지만, 언제나 관세를 피하는 쪽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멕시코는 미국 관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로 꼽힌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체제에서 수출 규모 기준 80%가 북부 이웃인 미국으로 향한다.

    멕시코 경제부와 농림부는 이날 오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멕시코 토마토 생산자들은 우리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 90일간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설적인 제안을 여러 차례 제시했지만, 미국에 매우 유리한 조건조차 정치적 이유로 수용되지 않았다"며 "관세는 불공정한 조처"라고 항변했다.

    이어 "멕시코 토마토가 미국 시장에서 차지한 지위는 제품 품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불공정거래 관행에 따른 게 아니다"라면서 "국내 토마토 생산자들을 지원하며 관세 부과를 중단하는 합의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정부는 트럼프 1기 정부 때였던 2019년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지만, 4개월여 뒤 무관세 복원 합의를 끌어낸 적 있다고 강조하면서 "고품질 멕시코산 토마토를 수출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시장 개척에도 나설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