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온열질환자 1000명 넘어 … 80% 이상이 실외에서 발생'휴식시간 의무화' 법률 개정안, 규개위에 두차례 가로막혀 "특수고용 노동자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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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서울 마포구 한 건설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가 그늘 없이 일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너무 덥죠 현장 나갈 때마다 찜통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공사 마감이 있고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휴식시간을 갖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습니다."(건설 노동자 A씨)올해 장마가 일찍 끝나고 7월 초부터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실외 노동자들이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실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온열질환자가 전년 대비 2.5배로 늘어났고 온열질환으로만 8명이 사망하는 사태도 벌어졌다.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대한 규칙 개정안을 올해 6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중소·영세사업장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두차례 재검토를 권고하면서 시행이 유보된 상태다.노동계에서는 "실외 노동자에 대한 긴급한 대책과 법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15일 올해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래 지난 8일지 응급실에 방문한 누적 온열질환자는 1228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8명이다. 감시체계가 운영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이른시기 1000명에 도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환자 수는 2.5배, 사망자도 2.7배 늘었다.온열질환자 발생 장소는 대부분 실외(81.1%)다. 질병청은 "고온환경에서 장기간 활동을 피하고 충분한 물을 마시며 휴식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 ▲ 11일 서울 마포구 한 물류센터에 짐을 옮기기 위한 차량이 들어오고 있다. ⓒ김상진 기자
◆"공사 마감있고 눈치 보여 … 휴식 어렵다"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휴식 시간을 갖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말이다. 특히 건설공사는 마감 기간이 있고 노동자들 간에도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휴식시간이 의무화되지 않는 이상 더위를 감내하면서 일을 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토로다.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만난 A씨는 "폭염이 너무 심하다. 휴식시간이 따로 정해진 것은 없고 힘들 때 잠깐 쉬기도 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여서 오래 쉬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B씨도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알아서 눈치껏 쉬어야하는 걸 알고있지만 건설 현장은 벽도 없어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지 한눈에 다 보인다"며 "다 일하고 있는데 나 혼자 쉬는 것은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쿠팡이츠나 배달의민족 배달원들은 서울 시내에 '휴식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한다. 서울에서 배달일을 하고 있는 C씨는 "요샌 너무 더워서 야간에 배달을 하는 배달원들이 많다.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잠을 자야 건강한 걸 알지만 스스로 몸을 지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C씨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배달원 쉼터가 있지만 체감상 구마다 1~2개 정도로 많지는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찾아다니기는 힘들다"며 "카페를 가면 시원하겠지만 그것도 다 돈이기 때문에 한건 한건으로 돈을 버는 배달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고 했다.물류센터 직원 D씨도 "대형 선풍기가 아무리 돌아가도 찜통이다"라며 "퇴근하면 온 몸이 땀에 절어 항상 찝찝하다. 땀이 마르고나면 소금으로 범벅이 되는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
- ▲ 건설현장에 설치된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 현수막. ⓒ김상진 기자
◆휴식시간 의무화 시행되나 … "중소·영세에 부담" 규개위에 2차례 가로막혀이런 상황에도 폭염 속에서 일하는 실외 노동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규개위에 막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개정안은 지난 6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규개위가 "획일적 적용은 중소·영세 사업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지난 4월25일과 5월23일 두 차례 재검토를 권고해 현재는 시행이 보류된 상태다. 규칙 개정은 입법예고 후 대통령실 산하 규개위의 규제심사와 법제처의 법제심사를 거쳐 공포·시행한다.고용노동부는 연이은 노동자 사망과 온열질환 급증에 따라 폭염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규개위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이에 규개위는 11일 이 안건의 재심의를 위해 회의를 열고 시행 여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다만 개정안이 시행되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택배나 배달원 등 특수고용 노동자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택배노조는 10일 성명을 내 "7월 들어 택배현장에서만 3명이 연이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며 "'2시간 근무 20분 휴식' 등의 내용을 다시 넣는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된다 해도 특수고용 노동자인 택배노동자들에게는 법이 적용되지 않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라며 "야외 작업자들에 대한 긴급한 대책과 법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