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국제법연구회 출신…문 정부 중앙지법원장으로 3년 이끌어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동기에다 최측근 평가법원 내에서 손꼽히는 노동법 전문가여기자 성희롱 발언 등 논란
  • ▲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연합뉴스
    ▲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수사할 특별검사로 민중기(사법연수원 14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선정됐다. 그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는 1959년 대전 출생으로, 대전고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군법무관을 거쳐 1988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이후 서울고법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부장·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수석부장판사 등 주요 법원 요직을 거쳤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행정·형사 사건을 담당했고, 행정법원 부장판사 때 노동법 재판부를 담당해 노동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법원 내 노동법 커뮤니티 회장을 맡기도 했다. 행정법원 수석부장이던 2014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받았다.

    특히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다. 판사 시절 우리법연구회를 창립했던 이광범·김종훈·고 한기택 판사 등과 가까웠고 이들과는 서울 법대 시절 학술지 '피데스' 편집위원으로 함께한 인연이 있다. 이어 우리법연구회 해체 이후 국제인권법연구회에도 소속됐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전국법관대표회의 제도개선특별위원장을 지냈고 2017년에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할 법원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사태 진상조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당시 민 특검은 조사 결과 판사 활동과 학술모임, 재판부 동향 등과 관련해 여러 상황을 파악한 문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대법원장을 지낸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는 대학 동기에다 같은 우리법·국제법연구회 출신이다. 이후 김 대법원장은 민 특검을 201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임명했다. 2021년 1월 사의를 표명할 때까지 3년 가까이 이례적으로 장기 재직하기도 했다.

    그의 법관 경력을 보면 노동법 및 행정법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눈에 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행정(근로) 및 형사 사건을 담당했으며, 서울행정법원 노동전담재판부와 서울고등법원 행정부 및 공정거래 전담재판부에서 재판장으로 근무했다.

    민 특검은 법원 내에서 손꼽히는 노동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주요 판결로는 ▲차고지 내에서 '친절봉사' 등의 구호를 제창하게 한 회사 측의 징계가 위법하다고 본 판결 ▲재소자의 법률신문 구독 신청을 거부한 교도소 측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판결 ▲기독교 신학대학이 교수의 불상 참배 및 타 종교 포용 강의를 이유로 재임용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판결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오류를 인정하고 해당 과목 등급결정처분이 위법하다며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 등이 있다.

    다만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시절 여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고 이후 사과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 뭐가 필요한지 아느냐. 신용카드 한 장이면 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신용카드로 여성이 원하는 걸 사주면 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하지만 미소를 띤 민 특검은 "이 정도면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 문제가 없다. 카드 크기가 딱 그렇다"며 엄지와 검지로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 크기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했다고 알려졌다.

    법조계 한 인사는 "과거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위원장 출신으로서 사법개혁에 앞장섰던 인물이기 때문에 김건희 특검에 선정된 거 같다"면서 "하지만 그의 과거 '셀프수임' 방조논란이나 성희롱 발언 논란 등은 특검의 신뢰성을 공격하는 소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