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휴 작가·윌 애런슨 작곡가 호흡…극본상·음악상·연출상·작품상 등 수상
  •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작가 박천휴(왼쪽)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8알(현지시간)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뉴스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작가 박천휴(왼쪽)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8알(현지시간)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뉴스
    한국의 토종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토니상 6개 부문을 거머쥐며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상, 드라마 '오징어게임' 에미상,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이어 K컬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극본상(박천휴·윌 애런슨), 무대 디자인상(데인 래프리·조지 리브), 음악상(박천휴·윌 애런슨), 연출상(마이클 아든), 남우주연상(대런 크리스), 작품상을 받았다.

    이번 토니상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뮤지컬 부문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작곡·작사), 오케스트레이션(편곡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의상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 음향디자인상 등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토니상은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최고 권위 있는 상으로 '공연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린다. 한국 뮤지컬이 토니상에서 수상한 건 지난해 의상 디자인상(린다 조)을 '위대한 개츠비'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국내 초연작이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토니상을 받은 것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처음이다.

    윌 애런슨(44)과 공동으로 대본·작사를 맡은 박천휴(42) 작가는 한국 창작자로는 최초의 토니 수상자가 됐다. 박천휴는 "정말 놀랍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한국의 인디팝과 미국 재즈, 현대 클래식 음악, 전통적인 브로드웨이를 융합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감성이 어우러진 용광로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주연 배우 대런 크리스(왼쪽), 헬렌 J. 셴 등이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AP=연합뉴스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주연 배우 대런 크리스(왼쪽), 헬렌 J. 셴 등이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AP=연합뉴스
    앞서 '제69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작품상·연출상 등 6관왕, 제91회 미국 드라마 리그 어워즈 작품상·연출상,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 작품상, 제75회 외부비평가협회상 최우수 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상·연출상·음악상·각본상을 차지하며 토니상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작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위대한 개츠비'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의 돈키호테같은 시도의 결과물이었다면,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이 검증하고 키운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만큼이나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토니상 수상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한국 소극장 뮤지컬이 미국 브로드웨이 대극장으로 확장돼 성공한 첫 사례이자 한국인 최초로 극본상을 수상한 쾌거"라며 "초기 창작부터 개발, 상업화, 해외 진출까지 뮤지컬 생태계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극본상, 음악상, 연출상, 프로듀서상, 여우주연상 등 6관왕을 석권한 바 있다. 이종규 이사장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국 뮤지컬은 더욱 발전하며 해외 진출의 길을 넒히고 K-콘텐츠산업의 차세대 주력군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6년 국내 초연된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고스트 베이커리', '일 테노레', '번지점프를 하다' 등에서 호흡을 맞춘 '윌·휴 콤비'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함께한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12일(현지시각) 1000석 규모의 뉴욕 맨하탄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으며, 공식 개막 직후 50만 달러 수준이었던 티켓 판매량이 토니상 후보 발표 이후 최근 4주간 매출액 100만 달러(약 13억5000만원)를 돌파했다. 오는 10월 한국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