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싸움은 그만" … 시민들, 통합정치에 무게 싣다"매출 줄고 숨 막혀" … 경제회복 외치는 자영업자들"말보다 실천" … 부동산·일자리·돌봄정책 변화 요구기대와 우려 교차 … '눈에 보이는 변화' 원하는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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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 4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민생과 국민통합, 투트랙으로 가야 합니다.""경제를 빨리 회복해야 해요. 모두가 잘사는 나라!"제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 4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일대 시민들은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새 정부에 대한 각자의 기대와 우려를 내비쳤다. 기자는 이날 출근 시간대 강남역 인근을 돌며 시민 20여 명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연령도, 직업도, 관심사도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된 목소리는 있었다. "이번엔 정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젠 진영 싸움 좀 그만했으면" … 정쟁 아닌 통합 원하는 국민들이재명 대통령은 극심한 정치 혼란 속에서 집권에 성공했다. 전임 대통령의 탄핵 사태, 거대 야당의 법안 밀어붙이기 등은 국민 사이에 깊은 불신과 피로감을 남겼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뉴스 해석이 갈리고 가족·직장 내에서도 정치 성향이 다르면 아예 대화를 피하는 분위기도 굳어졌다.강남역에서 만난 시민들 역시 '통합'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시대적 책무라고 입을 모았다. IT기업에 근무하는 윤상민(35·남) 씨는 "정치권이 정쟁에만 몰두하고 대통령까지 거부권을 남용하니 국민들 사이도 갈라지고 있다"며 "이제는 극단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의 정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실질적인 성과 없이는 정치적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왔다. 회사원 한모(59·남) 씨는 "지금은 여대야소 국면에서 출발하지만, 앞으로 총선이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의 장이 될 것"이라며 "국민은 결과로 심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초등학교 교사 최모(41·여) 씨는 "요즘 아이들도 유튜브 보고 정치 얘기를 한다"며 "친구들끼리도 진영이 갈리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이 먼저 갈등을 멈추고 대통령이 통합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개인 사업을 운영한다는 박모(52·남) 씨는 "내란 척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한국 사회에 뿌리 박힌 정치적 부조리와 이에 연루된 인물을 깨끗이 청산해야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분열의 정치를 끝내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국민통합을 국가 회복의 동력으로 삼아 내란으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반드시 회복하겠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 소통과 타협의 정치 복원을 통해 공존과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첫날인 4일 오전 시민들이 강남역 인근을 오가고 있다. ⓒ정혜영 기자
◆ "매출은 줄고 고정비는 늘고, 진짜 숨 막힙니다" … 경제회복 절실다양한 시민들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지속적인 매출 감소로 생계에 타격을 받고 있었으며, 과도한 규제와 비효율적인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시민들은 자유시장 원칙에 기반한 경제 활성화와 성장 중심의 민생 대책이 경제회복의 열쇠라고 이야기했다. 새로운 정부가 말뿐인 약속이 아닌 실질적인 구조 개혁과 정책 전환을 통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도 입을 모았다.강남의 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0·남) 씨는 "요즘 하루 매출이 코로나 때보다 더 안 나올 때도 있다"며 "인건비, 재료비, 임대료는 올랐는데 손님은 줄어드니 숨이 턱턱 막힌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자영업자 회복 지원이 말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부동산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진모(60·남) 씨는 "정부가 공급을 늘린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분양가 규제나 복잡한 인허가 절차 때문에 민간이 나설 여지가 크지 않다"며 "시장 친화적인 정책 없이는 분양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기업 환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 빌딩의 청소 노동자 이모(79·남) 씨는 "이대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노사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노동자와 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출산 장려를 위한 여성 정책에 대한 기대도 이어졌다. 재취업을 준비 중인 서유진(43·여) 씨는 "육아 때문에 경력이 끊긴 지 7년이 됐는데, 다시 일하려고 보니 일자리도 없고 아이 맡길 곳도 마땅치 않다"며 "여성 일자리 확대나 돌봄 국가책임제가 실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서 씨는 "이재명 대통령 공약집에 '남성 군 경력 호봉 반영' 공약이 담겼는데, 돌봄이나 육아로 인한 공백은 아무런 경력으로도 쳐주지 않는다"며 "여성의 경력 단절을 불이익이 아니라 사회적 공헌으로 인정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 ▲ 강남역을 지나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 모습. ⓒ정혜영 기자
◆ 기대와 우려 교차, 무거운 과제 안은 새 대통령이날 인터뷰에 응한 20여 명의 시민들 중 상당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에 기대를 보였지만, 동시에 "말만 앞섰던 정치인을 너무 많이 봐왔다", "기존 정치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직은 의문"이라는 신중하고 회의적인 목소리도 뚜렷했다.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 강남역을 찾은 시민들은 대통령의 발언이 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과 성과로 이어지길 한목소리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