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 중재 기대에 광물협정-조건 없는 휴전 수락트럼프, '휴전보단 협상 먼저' 러에 동조…관여 않겠다는 의중도中 관영지 "트럼프, 러와 큰 사업 원해…우크라에 흥미 잃어, 불쌍"
  • ▲ (좌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래픽=뉴시스. ⓒ뉴시스
    ▲ (좌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래픽=뉴시스. ⓒ뉴시스
    러시아와 평화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에 기대를 걸고, 그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면서 좌절감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각) 젤렌스키 대통령이 3년을 넘긴 우크라이나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미국 측의 요구에 적극 반응했음에도 "그런 접근 방식이 젤렌스키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았다"고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하며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을 의식해 그가 제시해온 제안과 요구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조건 없는 휴전안'을 즉각 받아들였고, 관련 논의가 진행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만나겠다면서 튀르키예로 이동하기도 했다.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던 '광물협정'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체로 불평등한 거래라는 논란에도 지난달 결국 사인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는 종전을 위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달라는 요구를 계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대와는 한참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푸틴 대통령과 2시간 통화 이후 '즉각적인 휴전보다는 협상이 먼저'라는 러시아 측의 종전논의방식에 쏠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내건 '무조건 휴전'에서 한발 물러선 입장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자간 직접 대화를 강조하고, 바티칸의 협상 참여 가능성을 거론하는가 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아예 협상과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러시아가 '조건 없는 휴전안'을 거부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 가능성만을 입에 올렸을 뿐 실제로 추가 제재를 단행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 후 젤렌스키 대통령, 유럽 지도자들과 통화해 '지금은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고 싶지 않고, 대화가 이뤄질 시간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WSJ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조건을 모두 받아들여야만 휴전할 수 있다'는 러시아 측 입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논평했다. 러시아의 주장대로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속국이 된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2월 백악관에서 "휴전을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면서 젤렌스키 대통령 질책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당시 백악관에서 모욕을 견딘 대가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얻어낸 것이라고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열린 장례 미사를 계기로 바티칸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1대 1 대면뿐이었다고 WSJ은 덧붙였다.

    중국 관영매체도 우크라이나전쟁의 승패가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 SNS 뉴탄친은 21일 게시글에서 "19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글로벌 뉴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였다"며 "트럼프-푸틴간 통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튀르키예간 협상시간보다 길었다"고 지적했다.

    뉴탄친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많은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거대한 기회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미국이 러시아와 큰 사업을 하기 위함"이라며 "트럼프는 러시아와 비교했을 때 우크라이나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평화의 길은 여전히 요원하며 결국 전장에서 승리의 저울은 러시아로 기울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쉽사리 손을 뗄지도, 우크라이나가 패배를 감수할지도,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포기할 것인지도 미지수지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가 노벨상을 받고 싶어 하고, 러시아와 큰 사업을 하고 싶어 하며 우크라이나의 희토류를 놓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뉴탄친은 "전쟁은 가비지타임(경기에서 이미 승패가 기운 뒤 진행되는 막판 시간)에 접어들었다"며 "최종 결과는 확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토는 러시아에, 자원은 미국에, 부채는 유럽연합(EU)에, 영광은 우크라이나에 각각 속할 것이라고 부연하면서 "불쌍한 우크라이나"라고 조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