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공격적 접근의 한계만 드러나"WSJ "트럼프, 애덤 스미스와 싸우다 패배"FT "美 먼저 물러나…관세, 자폭 아니란 가정 틀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고율 관세 전쟁에 사실상 '휴전'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 내부에선 이번 합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대중 압박 전략의 실패를 보여준 사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간 관세 인하 합의에 대해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며 자찬했지만, 미국 언론과 야당은 이를 "명백한 패배"로 규정했다. 고율 관세를 무기로 중국을 굴복시키려던 전략이 오히려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되돌아오며 정치적·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4월 초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양국 무역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 여파로 중국 공장 폐쇄, 미국 수입업체 파산 위기, 공급망 재편 등 양국 모두 혼란에 빠졌다. 

    이어 지난 주말 제네바 회담에서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 관세를 145%에서 30%로 인하하고,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내리기로 합의했을 뿐, 중국의 구조적 양보는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과의 관세 휴전은 트럼프의 공격적 접근의 한계를 보여줬다"며 "중국산 제품에 세 자릿수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무역을 뒤흔들었지만, 베이징으로부터 실질적인 양보를 이끌어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번 관세 전쟁이 중국 경제만큼이나 미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관리들은 대통령이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 중 한 곳에 부과하기로 한 관세가 지속 불가능하며,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월마트와 타깃 등 미국 주요 유통업체들은 백악관에 물가 상승과 공급난에 대한 우려를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했고, 중국산 제품 주문을 줄이거나 취소한 미국 기업도 속출했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NYT에 "이번 제네바 합의는 미국의 사실상 완전한 후퇴이며, 시진핑 주석의 보복 전략이 정당화된 셈"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이 혼란 속 유일한 긍정적인 점은 시장이 '고율 관세가 황금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는 트럼프의 망상을 철회하게 됐다는 것"이라며 "그 황금시대는 두 달도 못 가 끝났고, 금보다 납에 가까웠다"고 비꼬았다. 이어 "트럼프는 애덤 스미스와 무역 전쟁을 벌였고 패배했다"며, 자유무역의 고전적 원칙 앞에 보호무역주의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프랑스 나틱시스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미국이 먼저 물러섰다"며 "자신은 타격받지 않을 거라 믿고 관세를 무한정 올렸지만, 그 가정은 틀렸다"고 분석했다.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중국이 트럼프를 이긴 것처럼 보인다"며 "하루는 이 정책, 다음 날은 저 정책이니, 내일은 또 무엇이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