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짜 마다할 이유 없다" … 야권 "헌법 위반·외교적 뇌물" 반발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왕실로부터 4억 달러(약 5600억원) 상당의 초호화 항공기를 선물받기로 하면서 미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비행기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공식화하며 "공짜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했지만, 야권과 시민사회는 "헌법 위반", "노골적 뇌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나는 이런 종류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비싼 항공기를 공짜로 받길 원치 않는다'고 말하면 나는 멍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나 개인이 아니라 국방부에 주는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항공기를 대통령 재임 중 전용기로 사용하고, 퇴임 후에는 개인적 이유로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항공기는 '하늘을 나는 궁전'이라 불리는 보잉 747-8 기종으로, 현존 최고급 민간 항공기 중 하나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서 받은 선물 가운데 가장 고가라는 점에서, 상징성과 논란 모두 크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외국과 결탁해 노골적인 뇌물을 받고 있다"며 "이게 과연 미국 우선주의인가"라고 비판했다.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도 "의회 승인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을 받는 건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이는 부패 그 자체"라고 직격했다.

    미 헌법은 공직자가 외국 정부로부터 금품이나 선물, 직위 등을 수령하려면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측은 "국방부가 공짜 항공기 한 대를 받게 되는 것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거래"라면서 개인적으로 받는 선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물 수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에어포스원의 노후화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던 데다, 보잉의 신형 전용기 인도가 2027년 이후로 늦춰진 상황과 맞물려 '기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단순히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카타르에는 미 공군의 해외 최대 기지인 알우데이드 기지가 위치해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 중 대규모 투자 협약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의 선물을 수락하는 것은 향후 외교 정책에 이해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안 우려도 제기된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외국 정부가 제공한 비행기를 에어포스원으로 쓰는 것에 반대하며, 감청 장비 여부 등을 탐지하기 위해 비행기를 사실상 분해하는 수준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