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전쟁 첫 담판 … 트럼프 "엄청난 진전"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인 '관세전쟁' 돌입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무역 협상을 갖고 10시간 넘는 마라톤 회담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회의 후 "큰 진전이 있었다"며 협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중 대표단은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소 주재 스위스 대사관저(빌라 살라딘)에서 회담을 열고, 양국 간 관세 갈등 해소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양국 장관급 당국자가 처음으로 마주한 이날 협상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약 10시간 동안 비공개로 이어졌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왕샤오훙 공안부장이 참석했다. 특히 왕 부장의 참석은 미국이 문제 삼아온 중국산 펜타닐 원료 밀수출 문제를 의제로 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협상은 민감성을 감안해 모두 발언 장면조차 공개하지 않았고, 회의 종료 후에도 양측은 협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각각 145%, 125%의 고율 관세를 서로에게 부과하며 사실상 무역을 중단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종료 직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오늘 스위스에서 중국과 매우 좋은 회담이 있었다"며 "많은 것이 논의됐고, 많은 것에 동의가 이뤄졌다"고 적었다.

이어 "우호적이지만 건설적인 형태로, 전면적인 (미중 무역관계의) 리셋(reset·재설정) 협상이 있었다"고 평가한 뒤 "우리는 중국과 미국 모두의 이익을 위해 미국 업계에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큰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핵심 현안인 관세 인하 문제에서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는 앞서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율을 기존 145%에서 8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으며, 일부 미국 언론은 50%대 인하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은 '관세전쟁'을 촉발한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미국 측이 초고율 관세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자국 시장을 미국에 대대적으로 개방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 등 보복 조치를 철회해야만 관세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협상을 11일에도 이어가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양측 모두 약하게 보이길 원치 않으며 불신이 여전한 상황"이라면서도, 회담 자체가 양국 간 긴장 완화와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