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대 교황에 '레오 14세'…콘클라베 둘째 날 조기 선출프란치스코 교황 측근…중도 성형, 개혁-보수 균형 잡을 인물로 평가선출 후 첫 강복으로 '그리스도의 첫인사' 전해…9일 오전 미사 집전 예정
  • ▲ 새 교황으로 선출된 미국의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성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50508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 새 교황으로 선출된 미국의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성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50508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미국 출신의 첫 교황이 탄생했다.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전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을 이끌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선출됐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이틀만이자, 네 번째 투표 만에 결정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속개된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18시8분 새 교황이 뽑혔음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도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천명의 순례객과 군중들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종소리가 울리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후 추기경단 수석 부제인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성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치며 새 교황의 탄생을 공식 선언했다.

    그가 앞으로 사용할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가톨릭에서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한다. 그 이름이 주는 이미지처럼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1955년생으로, 미국 시카고 태생인 레오 14세 교황은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일원이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서 교황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레오 14세는 미국 국적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2015년 페루 시민권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됐다.

    미국인이면서도 빈민가 등 변방에서 사목한 그의 발자취가 교황 선출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세속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 때문에 미국인 출신 교황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AP는 해설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바티칸 소식통을 인용해 레오 14세는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출신의 첫 교황이며 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두 번째 아메리카 대륙 출신으로 기록됐다.
  • ▲ 미국 출신의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된 뒤 성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자 한 신자가 성조기를 두르고 기뻐하고 있다. 250508 AP/뉴시스. ⓒ뉴시스
    ▲ 미국 출신의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된 뒤 성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자 한 신자가 성조기를 두르고 기뻐하고 있다. 250508 AP/뉴시스. ⓒ뉴시스
    레오 14세는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교황청 주교부는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으로, 교황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특히 주교 후보자 명단을 결정하는 투표단에 여성 3명을 처음으로 포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를 주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뿐만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이면서도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어서 교황청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 평가된다.

    영국 BBC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교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며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 4번의 투표로 선출된 건 추기경들이 그런 평가에 동의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레오 14세는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선출이 확정된 이후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고 첫 발언을 했다.

    이어 "인류는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에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그리스도를 필요로 한다"면서 "우리도 서로를 도우며 다리를 놓자. 대화와 만남을 통해 모두 하나 되는 평화로운 백성이 되자"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선교하는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하는 교회, 이 광장처럼 늘 열린 팔로 모두를 맞이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며 "우리의 자선과 존재, 대화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가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페루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기억을 떠올리며 스페인어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후 전세계인에게 내리는 첫 사도적 축복인 '로마와 온 세계에(Urbi et Orbi)' 전통에 따라 라틴어로 마무리했다.

    새 교황은 콘클라베 이틀째인 이날 예상보다 비교적 신속하게 선출됐다. 첫날에 이어 둘째 날 오후까지 총 두 번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 후 이날 오후 세 번째 연기가 흰색으로 솟아올랐다. 투표횟수로는 4회째에 마무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지 17일 만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9일 오전 11시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단과 함께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11일에는 성베드로 대성당 로지아에서 첫 번째 일요일 정오 축복을 전하며 12일에는 바티칸 강당에서 언론과 만날 계획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출신 교황 탄생을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