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정치에서 군사력과 경제력에 의존하지 않는 '소프트 파워' 개념을 정립한 미국의 석학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석좌교수가 별세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 교지 하버드 크림슨은 나이 교수가 6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향년 88세다.

    나이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60년 가까이 재직하며 국제정치학의 핵심 이론인 소프트 파워와 스마트 파워를 비롯해 신자유주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1964년 교수로 임용된 뒤 케네디스쿨 학장을 역임(1995~2004)하며 학교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는 학문적 연구와 더불어 정부 요직을 두루 맡으며 이론을 실제 정책에 접목했다.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차관보, 국가정보위원회(NIC) 위원장,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등을 지냈다. 특히 냉전 이후 핵무기 관리 문제를 선도적으로 연구하며 미국의 핵확산 방지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맹의 가치를 중시한 그는 한미동맹 등 미국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외교협회(CFR) 대담에서는 "우리가 억지력을 강화하는 핵심은 동맹 유지"라며 한국, 일본, 유럽 등을 미국의 중요한 우군으로 지목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동료 교수들은 그의 별세를 애도하며 학문과 정책의 가교 역할을 해온 인물로 평가했다. 니컬러스 번스 교수는 "수많은 이들의 멘토이자 우리의 거인이었다"고 추모했고,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핵전쟁 방지에 헌신한 것을 가장 자랑스러워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