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광주 감독, 김천전 전반 끝난 후 광주 오후성에게 강한 질책소리 지른 후 강하게 밀쳐공개적으로 선수 질책하는 건 감독으로서 자격 미달
  • ▲ 이정효 광주 감독이 광주 오후성에게 소리를 지르고 밀치는 등 공개적으로 강한 질책을 했다.ⓒ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 이정효 광주 감독이 광주 오후성에게 소리를 지르고 밀치는 등 공개적으로 강한 질책을 했다.ⓒ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그동안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아슬아슬하게 경계선에 걸쳐 있었다. '자부심'과 '자만심' 사이에서. 그런데 이번에 그 '선'을 넘었다. 

    이 감독은 한국판 '조제 무리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당하고 직설적인 언변, 때로는 도발을 담은 화법까지.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스타일이었다. 남들과 달랐다. 그래서 신선했다. 흥미로웠다. 이에 많은 축구 팬들이 열광했다. 

    여기에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환경이 열악한 시·도민 구단을 이끌고 성과를 냈다. 특히 기업 구단들이 모두 탈락한 상황에서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E) 8강에 오른 건 기적이었다. 전술가, 전략가로서의 이 감독도 인정을 받았다. 

    성적과 스타성 모두 잡은 그는 한국 축구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한국 축구 미래를 이끌 지도자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는 줄곧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5월 인천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긴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온 태도 논란이었다. 취재진의 질문에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한 이 감독은 이를 지적하는 취재진에게 "지금 싸우자는 건가"라는 말을 뱉었다. 

    이 감독은 단단히 착각했다. 공식 기자회견은 이 감독 치적을 알리는 자리가 아니다. 기분 나쁘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자리도 아니다. 축구 팬들과 소통하는 공식적인 자리다. 공식 기자회견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축구 팬들에게 전하는 소통 창구 기능을 한다. 즉 이 감독이 축구 팬들에게 "지금 싸우자는 건가"라고 말한 것과 같다. 

    얼마 전에도 태도 논란이 있었다. ACLE 8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에 0-7 참패를 당한 후, 조르제 제수스 알 힐랄 감독과 언쟁을 벌였다. 제수스 감독이 악수 거부를 한 것. 이에 이 감독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어차피 안 볼 사람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했다. 사람 일은 모른다. 언제 또 제수스 감독을 만날지 모르는 일이다. 좋은 관계로 만날 가능성도 있다. 또 이 발언은 스스로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 기분이 나쁘다고 상대를 깎아내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K리그 대표 감독의 품격은 그렇게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해 줄 만 하다. 한 번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 있다.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대충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이 감독은 선을 넘었다. 선을 넘어도 제대로 넘었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지난 5일 광주의 홈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김천 상무와 일전을 펼쳤다. 전반이 끝난 후 사건이 터졌다. 이 감독은 뿔이 난 얼굴을 한 채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광주 소속, 자신의 '제자' 오후성을 큰 소리로 불렀다. 분위기를 파악한 주장 이강현이 말렸다. 이를 뿌리치고 이 감독은 기어코 오후성 앞으로 갔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오후성을 강하게 밀쳤다. 이후에도 이 감독은 분이 풀리지 않는 살벌한 표정을 지었고, 광주 선수들이 감독님을 '모시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오후성은 그라운드에 남아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고, 침울했다.  

    이 감독이 선을 넘은 장면이다. 감독으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홈구장에서, 광주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광주 선수를 질책했다. 그것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감독으로서 자격이 없는 행동이다. 감독이 선수에게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전술을 수행하지 못한 것을 질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명한 감독이라면 '비공개'로 한다. 팬들이 보는 앞에서가 아닌, 라커룸에서 혹은 따로 불러서 한다. 지도자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

    이 감독은 선수에게 공개적으로 모욕감을 줬다. 광주 팬들 보는 앞에서 굴욕감을 줬다. 선수의 입장, 감정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감정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 이 감독은 지금 즉시, 당장, 화를 분출해야 했다. 

    '나는 달라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인가. 확실히 달랐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달랐다. 자신의 '다름'을 보여주기 위해 한 선수를 희생양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상대 팀이 아닌 자신의 팀 선수를. 이건 그냥 '갑질'이다. 유명한 감독이 힘없는 선수에게 하는 갑질.

    모두가 인정하는 '명장'들은 절대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도 선수와 불화를 겪는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갑질을 하지 않는다.  

    질책과 비판은 비밀리에 진행할수록 더욱 효과가 있다. 또 감독에게는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을 수 있는 '절대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선수와 기싸움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이 권한을 사용하는 것 대신 공개적으로 화풀이에 나선 것을 선호했다. 

  • ▲ 공개적으로 자신의 선수를 질타한 건 감독으로서 자격 미달이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공개적으로 자신의 선수를 질타한 건 감독으로서 자격 미달이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술보다 인성이 먼저다. 성적보다 인성이 먼저다. 스타성보다 인성이 먼저다. 이 모습은 이 감독의 인성에 문제가 있음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전술가로서는 인정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서는 대량 실점을 허용한 것이다. 오만의 끝을 보여줬다. 

    이런 감독이 선수에게 인성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이런 지도자가 선수를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겠는가. 이런 수장이 감정을 통제하고 냉정하게 처신하라고 교육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가족에게 분풀이하는 이런 아버지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경기 후 이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좋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 이미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나쁘게 보였다면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건 우리 팀과 선수들이다."

    궤변이다. 팀과 선수들이 중요했다면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됐다. 자신의 이미지에 몰두한 것이다. 자신만 다르게 보이면 그만인가. 그 다름을 강조하기 위한 행위로 상처받는 선수와 팬들은 무슨 죄인가. 팀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공개적으로 모욕감은 주는 사람은 없다. 

    이런 행동으로 이 감독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자가 생겼다. 팀 '안'에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게 진정 팀을 위한 행동인가. 이게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사과하고, 반성하고, 수습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손 놓고 '나는 다르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날은 '어린이날'이었다. '어른' 이 감독의 추태에 어린이들은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이 감독이 미래의 광주 팬들에게도 선을 그은 것이다.